서울의 골목은 단순한 이동 경로가 아니다. 그것은 시간의 켜가 쌓인 공간이고, 사람들의 삶이 배어 있는 장소다. 오래된 담장과 새로 지어진 건물이 나란히 서 있고, 그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 속에 이 도시의 리듬이 담겨 있다. 나는 종종 목적지 없이 골목을 걷는다. 지도 앱을 닫고, 이어폰을 빼고, 그냥 걷는다. 골목 끝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채로, 모퉁이를 돌면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기대하며.

서촌에서 시작해 통인동을 지나 인왕산 아래까지 걷다 보면 문득 이 도시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느끼게 된다. 어떤 집 앞에는 화분이 놓여 있고, 어떤 골목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햇살을 쬐고 있다. 그런 작은 것들이 도시를 살아있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