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quire Korea, 2013년 11월
글/최태형 사진/조보근
갤럭시 기어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 귀를 쫑긋 세웠다. 소리가 나는 곳은 시계였다. 팔목에 찬 갤럭시 기어에 대고 “뭐라고?”를 연발했다.
아이폰을 처음 보고 신기함에 입을 다물지 못했던 게 고작 몇 년 전인데 이제는 스마트패드까지 당연한 물건이 됐다. 한동안은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물건들이 지루해진 거다. 시장을 바꿀 다음 혁신이 필요했다. 인터넷에선 온통 스마트 시계가 다음 혁신 주자라는 루머가 돌았다. 애플에서 만들 거라며 아이팟 나노를 연상시키는 가상 사진부터 제법 그럴듯한 영상까지 루머는 쏟아졌다. 아마도 사람들은 누구라도 만들어줬으면 했던 것 같다. 그게 삼성의 등을 떠밀었는지,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지난달 결과물이 나왔다.
갤럭시 기어는 안드로이드와 연동되는 스마트 시계다. 아직은 갤럭시 기어가 필요로 하는 블루투스와 안드로이드 버전을 만족시키는 기기는 갤럭시 노트3뿐이다. 그래서 두 제품을 함께 사용했다. 갤럭시 기어를 사진으로 봤을 때는 너무 커 손목 위에서 따로 놀 것 같았는데 실제로 보니 카시오 지쇼크 혹은 세이코 알바 정도의 크기였다. 크기가 문제 될 것 같진 않았다. 디자인에서는 범죄자가 차는 전자발찌 같다거나 1980년대 전자시계 같다는 말이 있었지만 우선 무시하기로 하고 팔에 찼다. 갤럭시 기어를 손목에 차고 나니 뭘 해야 할지 몰라 자랑부터 하기로 했다. 얼마 전 결혼한 친구를 만나 왼손에 찬 갤럭시 기어를 코앞에 쑥 내밀었다. “오!” 하는 감탄사를 이끌어냈다. 역시 인터넷에서 본 게 있어 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부러워하는 것 같진 않았다. 그나저나 결혼 때 받았다는 친구의 까르띠에 예물 시계는 얼마나 할까, 물어볼까 하다가 화제가 바뀔 것 같아 그만뒀다. 이제 기능을 자랑해야 한다. 화면을 쓸어내려 사진 기능을 켰다. 음성 인식 기능인 S보이스 기능을 켜고 ‘카메라’라고 외치려다 주변이 시끄러워 관뒀다. 시계 벨트에 붙어 있는 190만 화소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주고 오늘 날씨도 알려줬다. 갤럭시 노트3와 블루투스로 연결되어 있어 문자나 카카오톡 확인이 가능했다. 때마침 전화가 왔다. 갤럭시 기어로 받기로 했다. 갤럭시 기어는 손목 벨트 체결 부분에 마이크와 스피커가 달려 있고 50센티미터쯤 떨어진 거리에서 말해도 스피커폰 모드와 같이 깨끗하게 들린다. 마치 외화 시리즈 〈전격 Z작전〉에서처럼 손목에 입을 대고 통화를 했다. 여자친구였다. 친구들에게 보내주려던 누드 사진을 여자친구에게 잘못 전송해서 화가 단단히 난 상황이었다. 대뜸 변태 어쩌고 소리치는데 주변 사람이 다 들어버렸다. 어휴, 조금 창피했다…. 아직은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딱히 눈에 띄는 앱도 보이지 않는다.
[사진 설명] 갤럭시 기어 배터리는 315mAh로 최대 25시간 사용할 수 있다. 하루 한 번은 꼭 충전해야 한다. 충전기는 갤럭시 기어의 몸통 부분을 감싸는 형태로 되어 있다.
갤럭시 노트3 출고가 106만7000원.
왼 손목을 들면 벨트에 있는 카메라가 전면을 향한다. 사진을 찍기 위해선 마치 집사가 팔목에 수건을 걸고 있는 듯한 자세를 취하면 된다.
갤럭시 기어 출고가 39만6000원. samsung.com
기본 메뉴는 알림, 음성 메모, S 보이스, 갤러리, 뮤직, 만보계, 환경 설정, 앱스, 최근 기록, 연락처로 구성되어 있다.
>> 좋아요
* 새로운 스마트 기기를 먼저 갖는다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 만보계 기능이 있어 하루에 얼마나 걸었는지 확인 가능하다. * 스마트폰과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면 진동을 줘 분실을 방지한다.
>> 싫어요
* 매일 새로운 시계를 차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 문자를 휴대폰에서 볼지 시계로 볼지 고민하게 한다.
* 아직 전용 앱이 많지 않아 기능이 한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