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quire Korea · ESQUIRE’S SPECIAL p.212 / Photographs by Park Namkyu

남자의 20대는 필연적 실패로 점철되어 있다. 세상에 갓 나온 20대 남자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다. 이상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이다. 20대는 그래서 힘든 시기다.

남자의 20대는 관문이다. 10대가 ‘남자’ 대신 ‘애’로 통칭되던 시기였기에 20대는 비로소 남자가 되어야 하는 시점이다. 그러나 세상은 20대 남자를 호락호락하게 남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미 남자로 태어났음에도 인정받아야 하기에 20대의 남자는 늘 괴롭다. 언제는 ‘군대를 갔다 와야 남자라’고 했다가 ‘돈을 벌어봐야 남자’가 된다고 말을 바꾼다. 그러곤 다시 ‘결혼을 해야 남자가 될 수 있다’며 슬쩍 물러나버린다. 세상은 그들에게 ‘남자가 되려면 멀었다’고 평가 절하하고 ‘남자가 되지 못했다’고 비난한다.

20대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자신은 완벽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다 아는 것 같고 세상의 중심에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마음이 급하다. TV를 틀면 온통 세상의 주인은 20대다. 메이저리그를 주름잡았던 박찬호도, EPL을 호령한 박지성도 모두 20대였으니까. 어서 빨리 성공하겠다고 다짐한다. 저들 사이에 내가 있어야 하고 넘어서야 한다. 서른 전에 완성하고 싶어 한다, 갈 길이 멀고 마음이 급하다.

세상은 마음 급한 20대의 발목을 번번이 붙잡는다. 균형감을 잃었다고 말하고 중심에서 벗어났다고 훈계한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타이르고 사람이 되어야 한다며 다그친다. 아직 뭘 몰라서 그렇다는 무시도 덧붙인다.

20대 남자는 화로 가득 차 있다. 세상은 초·중·고 12년, 그중 가장 어두운 터널인 고3만 지나면 된다고 했다. 대학의 문턱만 넘으면 여자가 줄을 서는 내 세상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정작 뒤에 따라붙은 건 입영 통지서였다. 세상이 무엇을 해줬다고 2년을 뺏어 가나 싶다. 2년이 통째로 없어지는 느낌이 들고 실제로도 그렇다. 누가 인생의 2년을 담보 잡나 싶어 화를 냈다. 무엇보다 달리고 싶은데 잡아두는 게 답답해서 화를 냈다.

남자의 20대는 필연적 실패로 점철되어 있다. 세상에 갓 나온 20대 남자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다. 가진 게 없고, 가질 수도 없다. 믿을 것도 없고 믿음을 줄 수도 없다. 무엇보다 힘이 없다. 이상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이다. 20대는 그래서 가장 힘든 시기다. 신은 20대에게 자의식을 주지 말았어야 한다. 20대는 언제나 자의식 과잉 상태다. 자의식 과잉에 따라붙는 건 열등감, 강박감, 분열감 따위뿐이다.

남자라서 슬퍼질 때

아버지처럼 살기 싫다고 대들었을 때
아직 아버지한테 힘으로도 안 된다는 걸 확인한 순간.

여자친구가 없을 때
얼마 전까지 여자친구는 생각도 못하게 하더니 이제 와 남자가 연애 하나 못하느냐고 면박을 들어야 한다.

처음 여자 친구가 생긴 걸 부모님이 알았을 때
결혼할 상대도 아닌데 며느리 면접이 시작된다.

여자 친구와 여행 갔다 부모님께 걸렸을 때
잘못한 것도 아닌데 불결한 아들인 양 취급받는다.

첫 섹스를 했을 때
나도 처음인데 뭘 책임지라는 거니?

섹스하고 싶을 때
너도 좋으면서 왜 그렇게 생색을 내?

모텔 값은 무조건 남자가 내야 할 때
주머니가 없어서 입성하지 못할 때만큼 우울할 때도 없지.

야동 보다 걸렸을 때
같이 씩자는 것도 아닌데 뭘 그리 이상한 취급을 하는가.

야동을 봤을 때
남자는 왜 싸고 나면 항상 허무해지는가.

입영 통지서를 받았을 때
2년은 누가 보상해주는가, 보상은커녕 알아주기만 해도 감지덕지긴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