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버려야 할 계획!
Esquire Korea, 2014년 1월
글 최태형
집 살 계획 세우지 마라.
부동산이 부동의 재테크 수단이었던 시기는 지났다. 자력으로 내 집을 마련하는 건 꿈이라고 보는 게 옳다. 꿈은 계획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잠이나 자라.
결혼 계획 세우지 마라.
집, 자동차, 안정적인 직장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동시에 결혼 계획을 세우는 건 이런 거다. 입대하는 날 제대 걱정하는 것 정도? 이병, 일병, 상병, 병장이 지나야 그런 날이 온다.
자기 전에 하는 자위, 끊겠다는 계획 세우지 마라.
‘폭딸 후 꿀잠’. 굿나잇보다 더 좋은 취침 인사다.
자기 전에 한 잔씩 마시는 맥주도 끊겠다는 계획 세우지 마라.
그런 낙도 없이 어떻게 살려고? 어려서는 자기 전에 일기를 쓰고 30대에는 자기 전에 맥주를 마신다.
복근 만들 계획 세우지 마라.
30대의 투자는 효율이 좋은 곳에 해야 한다. 복근이 아니라 머리에 투자하라. 헤어스타일에 투자하라는 얘기로 들었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영어 공부 계획 세우지 마라.
10대부터 꾸준히 영어에 달라붙어 봤지만 입에 붙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차라리 현업에 충실한 후 영어 쓰는 직원을 부릴 준비를 하라.
자식 계획 세우지 마라.
애가 생기면 그때부터 당신 인생마저도 당신 게 아니다. 단언컨대 애 인생도 당신 건 아니다. 그런데 당신 인생도 그 아이의 인생도 다 당신이 책임져야 한다.
여자친구 임신시켜서 결혼할 계획 세우지 마라.
임신으로 피치 못하게 하는 결혼은 20대에 유효하다. 30대에도 당신과 결혼을 합의하지 않았다면 그 여자는 어떻게 해도 잡을 수 없다.
여전히 하룻밤에 세 번 하겠다는 계획 세우지 마라.
이제 한 번만 잘해도 칭찬해주는 여자를 만나야 할 때이다. 옛날 같지 않은 몸에 운동을 하든 뭘 하든 해보려는 건 안다. 그러나 절대 예전 같아지진 않을 것이다. 안 그러면 몸에 좋다면 뭐든 잡아먹는 어글리 코리언이 될 수 있다.
여자친구 외 새로운 여성을 사귈 계획 세우지 마라.
간 볼 시기는 지났다. 새로운 여자를 많이 만나볼 시기는 20대다. 30대는 괜찮은 여자를 지켜내야 할 때다. 돈 잘 버는 놈, 집안 좋은 놈들과 겨루어 이겨내야 한다. 호기심에 엄한 여자에 한눈 팔 때가 아니다.
부모님께 효도할 계획 세우지 마라.
계획은 언제나 물거품이 되니까. 그럴 시간에 옆에 있어라.
외제차로 바꿀 생각하지 마라.
차를 팔 생각은 못 할망정.
그렇다고 차를 팔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다는 계획 세우지 마라.
감가상각이 가장 큰 게 차다. 걸어 다니는 게 예쁠 나이는 20대까지다. 30대는 검소해 보이는 것보다 부자같이 보이는 게 더 좋은 나이다.
철들겠다는 계획 세우지 마라.
철든 남자에게 남은 건 늙는 일뿐이다. 죽는 일뿐이거나….
야동 끊겠다는 계획 세우지 마라.
20대의 야동이 자기만족이었다면 30대의 야동은 이타적인 거다. 교본이라 생각하고 공부하고 탐구해라. 대신 시험 ‘족보’처럼 다른 사람에게 걸리지 말 것.
피부 관리, 얼굴 관리 등 젊어지겠다는 계획 세우지 마라.
아저씨가 되지 않겠다는 30대는 늙은 애로 보일 뿐이다. 멋진 아저씨가 될 생각을 하라. 이제 막 지기 시작한 얼굴의 주름, 그게 멋진 거다.
여전히 20대 여자와 사귀겠다는 계획 세우지 마라.
차라리 섹스는 20대 여자와 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라. 몸의 쾌락은 20대에 끝냈어야 한다. 정신의 쾌락을 원한다면 20대 여자보다 30대 여자가 낫다.
사업하겠다는 계획 세우지 마라.
남의 돈 버는 게 힘들어 봐야 사업도 한다. 30대는 더러워도 아직 남의 돈 받을 나이다.
정치하려는 계획 세우지 마라.
손수조, 이준석 때문에 정치바람이 일찍 든 거 같은데 패가망신도 남들보다 빠를 수 있다.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계획 세우지 마라.
지금 네가 때려치우려는 일도 그렇게 시작했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 책임을 가져야 할 나이다. 늙은 신입 눈치 주던 지난날을 떠올려라.
파워 블로거가 되겠다는 계획 세우지 마라.
얻어먹는 30대는 추하다.
담배 끊겠다는 계획 세우지 마라.
작심삼일 하는 30대보다 담배 피우는 모습이 멋진 30대가 되는 게 낫다.
거짓말하지 않겠다는 계획 세우지 마라.
초등학생 시절은 지났다. 이제는 본인 스스로까지 속일 수 있어야 할 나이다. 이를테면 행복하다고 착각한다든가….
주말에 교회나 절에 빠지지 않고 가겠다는 계획 세우지 마라.
헌금 내며 기도하는 것보다 그 돈 모으는 게 차라리 도움이 된다. 믿을 건 자신뿐이다.
ESQ.ADVICE
지금 직장에서 버티겠다는 계획 세우지 마라.
(손글씨 메모) 안정적이니까 더러워도, 즐겁지 않아도 참아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안정적인 건 없다. 하고 싶은 일이 없는 게 가장 불안정한 거다. 이직하면 일이 많을 테니까, 복지가 지금보다 안 좋으니까라는 자위나 변명을 하지 마라. 30대에는 안정, 돈, 편안함보다 하고 싶은 일 하나만 보고 몰입해야 할 때다. 회수하거나 버릴 생각은 40대에도 직장이 있다면 그때 하라. 허나 버티겠다는 마인드라면 단언컨대 40대에 직장은 없을 것이다.
지금 직장을 때려치우겠다는 계획도 세우지 마라.
누군가 괴롭힌다고, 일이 고되다고 때려치운다면 인생을 송두리째 때려치워도 모자라다. 30대는 자신감을 가질 나이다. 사람 때문에 휘둘리는 건 하수다. 차라리 돈에 휘둘린다면 모를까….
기타나 피아노 따위의 악기를 배우겠다는 계획 세우지 마라.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게 있는가 본데, 이제 늦었다. 기타 살 돈, 피아노 살 돈으로 반지를 사는 게 여자 꼬이기에 더 낫다.
술 끊겠다는 계획 세우지 마라.
끊어야 할 건 술이 아니라 술버릇이다.
부지런해지려는 계획 세우지 마라.
더 잘 수 있으면 더 자고, 늦어도 되면 늦어라. 언제까지 계속 그래도 될 거라 생각하나? 결혼하면, 애 낳으면 끝이다.
가족, 친척에게 잘하려는 계획 세우지 마라.
이제 막 돈 벌기 시작한 남자는 모두의 봉이다. 특히 어린 조카가 있다면 호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백날 사줘 봐야 기억도 못 한다.
커피 끊겠다는 계획 세우지 마라.
건강 때문이라면 커피보다 하지 말아야 할 건 더 많다. 커피 한 잔의 향긋한 여유마저 없이 어떻게 살려고?
대학원 갈 계획 세우지 마라.
돈 벌어 봤으니 학비 비싼 건 알 테고. 공부가 정말 하고 싶었더라면 이미 대학원에 갔을 거다.
노는 돈 아껴 저금하겠다는 계획 세우지 마라.
한 달에 100만원씩 1년이면 1200만원이다. 10년이면 1억 2000만원이겠지. 10년을 벌어도 서울에 있는 아파트 전세도 힘들다. 투자라 생각하고 하고 싶은 걸 다 해라.
적은 돈 모아서 부자 될 계획 세우지 마라.
티끌 모아 티끌이다. 목돈을 모으려면 목돈을 받아야 한다. 목돈을 받을 생각을 해라.
부모님 용돈 드릴 계획 세우지 마라.
아직 건강한 부모님을 믿고 의지해라. 계획하지 않아도 드려야 할 시기가 온다. 그때나 뒤로 빼지 마라.
용돈 받지 않을 계획하지 마라.
받을 수 있을 때 받고, 누릴 수 있을 때 누려라. 안 줘도 달라고 해라. 집도 차도 색싯감도 찾아달라고 해라. 그런 애들이 지금 더 잘 살고 있다.
독립할 계획 세우지 마라.
자유를 맛보고 싶었다면 진작 했어야 맞다. 다 늙어서 독립 따위 계획이라니 부끄럽다. 부모 밑에 있을 때가 행복한 때다. 더 있고 싶어도 얼마 안 남았다.
그러니까 계획 같은 건 뭐든 세우지 마라.
오늘 아니면 죽을 것처럼 살면 세우려던 계획들은 알아서 이루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