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일 때도, 넷일 때도 이 둘의 콤비 플레이는 단연 돋보인다. 이성미와 박미선의 ‘쌍방울 자매’ 이후 실로 오랜만에 만나는 막강 여성 콤비.
Numéro, 2009년 10월
에디터 | 최태형 포토그래퍼 | 박승갑 스타일리스트 | 서수경 헤어 | 강현진 메이크업 | 준성 at aM
독특한 분장과 능청스러운 대사로 ‘분장실의 강 선생님’ 신드롬을 일으킨 개그우먼 강유미와 안영미. ‘고고, 예술 속으로’와 ‘와우! 신선한데요’ 등의 코너를 통해 함께도, ‘봉숭아 학당’, ‘황현희 PD의 소비자 고발’ 등의 코너를 통해 따로 활동하기도 했지만 이 둘을 떨어뜨려 생각할 수는 없었다. 실로 오랜만에 여성 콤비 코미디언이 등장했다. <누메로 코리아>가 강유미와 안영미에게 함께한 이야기, 따로 한 이야기를 들었다.
[Numéro] ‘분장실의 강 선생님’을 떠나보내기가 아쉽지 않았나?
[강유미] 인기 있는 코너도 언젠가는 끝나야 하기에 코너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넷이서 회의하고 수다 떨고 함께 붙어 다니지를 않으니까 쓸쓸하기는 하다.
[안영미] 나는 많이 아쉽다. 더 보여주고 싶은 분장도 있고 조금씩 다른 내용으로 새로운 공감대를 형성할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줄 때 떠난 게 잘한 것 같다.
분장이 코너의 중요한 포인트인데, 여자로서 망가지는 게 속상할 때는 없었나? 각자 외모 스트레스도 있을 것 같다. 웃기기에는 너무 예쁘다든지, 아니면 여자로서 예쁘게 보일 수 없다는 것이….
[강유미] 이 코너는 원래 내가 함께 짠 코너가 아니었다. 그런데 <개그 콘서트> 감독님이 나에게 합류하라고 해서 함께하게 됐다. 처음에는 여자로서 기분이 나빴다. 분장으로 웃기는 것이 자신 없기도 했고. 그런데 반응을 보니 ‘역시 감독님의 감이 정확하구나’ 하고 생각했다.
[안영미] 얼굴만 봐도 웃긴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외모의 도움을 받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또 대단한 미인도 아니어서 항상 어정쩡한 캐릭터였다. 그래서 나는 뭘로 웃겨야 할까 많이 고민했다. 망가지는 게 속상한 것보다 어떻게 웃길까 생각했던 거 같다.
‘고고, 예술 속으로’나 ‘와우! 신선한데요’도 그렇고 ‘분장실의 강 선생님’도 그렇고 일종의 풍자 개그라는 느낌을 받는다. 오프라인에서는 성범죄에 대한 풍자 개그를 하기도 했다.
[안영미] 풍자라고 하기에는 과장된 부분이 있다. 그것보다는 생활 속에서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것을 예리하게 짚어 공감을 불러일으키려고 했다는 게 맞다.
[강유미] 그저 웃기기만 하는 것보다 생각할 거리를 함께 주는 것은 좋은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런 의미 부여를 크게 의식하는 것은 아니다.
본인들은 재미있게 할 뿐인데 주변에서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것 같다.
[강유미] 왠지 드라마틱한 캐릭터이기에 그런 것 같다. 선후배 간의 규율, 더 나아가 한국의 상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웃음). 그저 영미의 캐릭터가 돋보여서 선후배의 이야기로 보인 것 같다. 그러나 시청자가 우리의 개그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일주일을 매달려 한 회를 찍고 나면 다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야 하니 반복되는 생활에 회의감을 느낄 것 같다. 코미디라는 장르의 호흡이 너무 빠르기도 하고.
[강유미] 그럴 때가 있다. 대부분 시청자의 반응이 좋지 않을 때 ‘내가 일주일 동안 뭘 한 건가?’ 싶다. 그럴 때는 영미와 함께 맥주 한잔하는 게 낙이다. 녹화 후 마시는 술은 더 달기도 하고(웃음).
[안영미] 개그맨의 회의감은 늘 똑같다. ‘못 웃겼을 때’. 그럴 때면 별별 생각이 다 든다. 나는 사람들을 웃기지만 정작 나는 누가 즐겁게 해주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런데 또 사람들이 웃어주면 그런 생각은 금세 없어진다.
가끔은 스스로 애착이 가는 캐릭터인데 웃음의 포인트가 전달되지 않은 적도 있을 것 같다.
[강유미] 딱히 그런 경우는 없다. ‘분장실의 강 선생님’이 원래는 약간 다른 아이디어였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건데, 내가 편집장으로 각설이 분장을 하고 밥통을 건네며 “내 백 좀 받아줘”라고 말한다. 그럼 어시스턴트 기자인 영미가 “편집장님 ‘모닝 엿’ 드세요” 하면서 엿을 건네는 뭐 그런 콘셉트였다. 그런데 감독님이 설정을 바꾸라고 해서 지금의 코너가 나왔다. 아마 드라마 <스타일> 이후였다면 더 큰 ‘대박’이 나지 않았을까?
[안영미] 나는 참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탤런트 김영애 씨를 성대모사 했었는데 다들 잘 몰랐다.
강유미 씨는 드라마 <천사의 유혹>에 출연 중이기도 하고 둘 다 꾸준히 연기를 하고 있다. 연기를 본격적으로 할 생각인가?
[강유미] 연기는 참 흥미로운 분야인 것 같다. 그런데 드라마 스태프나 배우들과 친해지고 그들이 나를 잘 챙겨줘도 개그맨이기 때문에 동화되지 못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안영미] 어려서부터 연기에 욕심이 많았다. 고등학교 때도 연극을 했고 계속 연기를 하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어린이 뮤지컬을 오래 하기도 했고. 처음 코미디를 시작했을 때는 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거다. 그런데 5~6년 하다 보니 사람들을 웃기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 것인지 알게 됐다. 지금은 다양한 경험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개그 이미지가 강해서 배역을 맡기가 힘들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게다가 골룸 분장까지 했으니…(웃음).
이렇게 따로 활동할 때면 서로에 대한 라이벌 의식을 느낄 때도 있을 것 같다.
[강유미] 그런 적도 있다. 2005년 ‘고고, 예술 속으로’ 할 때만 해도 그랬다. 영미는 아니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랬다. 그런데 ‘분장실의 강 선생님’ 때는 그냥 영미에게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CF도 함께 찍고…. 이제 누가 더 많이 웃기느냐가 절실한 시기는 지났다.
[안영미] 둘을 보면 비슷해 보일 수 있다. 같은 시기에 같은 코너를 하고, 동기이기도 하니까. 그런데 우리 둘은 지향점이 다르다. 유미는 하나에 ‘꽂히면’ 깊게 파는 스타일이다. 나는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는 스타일이다. 예를 들면 나는 버라이어티나 라디오, 다 좋아한다. 그런데 유미는 그런 것보다 <개그 콘서트>나 드라마를 선호하는 것 같다.
버라이어티 제안도 많을 것 같다. 다른 분야로 진출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
[강유미] 코미디언 중 누구든 다른 분야로 진출해 잘된 롤모델이 있어야 한다. 버라이어티나 방송인으로 좋은 활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곤 하지만 아직은 부족한 것 같다. 코미디언 중에는 코미디 영화 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나 연기 쪽에 진출하려는 사람이 많은데, 영화나 연기 분야에서 코미디언은 아직 이방인일 뿐인 듯하다. 연기를 하다가도 결국 소속될 수 없음을 깨닫고 다시 본업으로 돌아오는 사람도 많다. 주성치나 짐 캐리처럼 진정한 코미디 영화를 만들 누군가가 필요한 것 같다. 나를 비롯해 그런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다.
[안영미] 종종 제안을 받는다. 그런데 버라이어티에서 자리매김하고 싶은 생각은 아직 안 해봤다. 그보다는 대학로에서 연기하고 공연하면서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싶다.
너무 좋아하는 코미디언이 언제부턴가 코미디는 안 보여주고 드라마나 버라이어티에만 나오더라. 시청자 입장에서 조금 서운한 면도 있다.
[강유미] 나도 그 입장을 이해한다. 갑자기 연기자로 변신한 가수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켜봐줄 필요도 있다.
그렇다면 둘은 스스로 생각하기에 5년 후 어떤 모습일 것 같나?
[강유미] 홈페이지 같은 것을 만들어서 방송에서 보여주지 못한 코미디를 UCC 형태로 직접 제작해 선보이고 싶다. 오래전부터 해온 생각인데 아직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안영미] 5년 뒤에는 나의 이름을 건 공연을 하지 않을까? 늘 생각하는 게 있는데, 바로 여자들끼리 만드는 공연이다. 항상 기획만 하다 흐지부지됐지만 여성이 즐길 수 있는 그런 공연을 만들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