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던 덕이가 풋풋한 밀당녀 나연으로 돌아왔다. 솜처럼 풋풋한 이솜의 얼굴에서 〈좋아해줘〉의 나연을 엿봤다.
Esquire Korea, 2016년 2월
에디터_최태형 포토그래퍼_공영규 / 스타일리스트 배보영 헤어 안미현 메이크업 안성희 어시스턴트 이산하
살결이 보송보송한 두 볼. 이솜의 첫인상은 솜으로 만든 눈사람 같았다. 흰 솜이불을 얼굴까지 끌어 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녀를 처음 본 건 고등학생이던 그녀가 패션모델로 활동하던 때다. 이솜은 젖살이 채 빠지지 않은 얼굴로 수많은 패션지 화보를 장식했고 패션쇼에 올랐다. 모델을 뽑는 TV 쇼에서 우승을 차지해 존재감을 검증받기도 했지만, 전부터 이미 가장 바쁜 모델이었다.
이솜의 얼굴은 신비함을 자아낸다. 패션계가 목말라하는 얼굴이다. 전형적인 미인이라기보다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젖살이 통통하게 오른 소녀의 얼굴로 젠체하기 좋아하는 패션지의 구애를 받을 수 있었던 건 그런 이유다. 패션지가 ‘시크’하다고 표현하는, 애써 표정을 짓지 않아도 신비감을 자아내는 얼굴. 어쩌면 그때부터 이솜은 이미 배우의 얼굴이었다.
이솜이 첫 주연을 맡은 영화에서 정우성의 상대역으로 낙찰됐을 때 그리 놀랍지 않았던 이유다. 〈마담뺑덕〉이라는 영화 자체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지만 이솜만은 유일하게 기억에 남았던 것도 그렇다. 누군가는 〈마담뺑덕〉에서 선보인 상반된 비주얼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직 보여준 게 적다고 느끼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마담뺑덕〉의 덕이는 소녀의 얼굴에 빨간 립스틱을 발라서 완성된 인물이 아니다.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치고 180도 돌변하는 덕이의 감정 연기에서 이질감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솜이불이라도 불이 붙으면 무섭게 타오른다. 이솜의 연기가 딱 그랬다.
그 후 1년 반 만에 이솜을 만났다. 여전히 젖살이 다 가시지 않은 소녀의 얼굴을 하고 있다. 달라진 건 조금 더 포근하고 여유로워 보인다는 것. 개봉을 앞둔 영화 〈좋아해줘〉가 어떤 영화인지 그녀의 표정만으로 설명이 됐다.
“이번 캐릭터는 정말 저랑 성격이 비슷해요. 솔직하고 밝고, 좀 털털한 면도 있고요. 영화의 분위기 때문인지 촬영장 분위기도 엄청 밝았어요. 이번에는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으로 연기할 수 있었죠. 제가 맡은 역이 서투르지만 발랄하고 밀당도 잘하는 캐릭터거든요.”
이솜은 영화 속 캐릭터를 떠올리면서 동그란 볼을 움직이며 빙그레 웃었다. 혹시 전작에서 보여준 우울한 감정 연기가 힘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처음으로 주연을 맡고 많은 분들이 관심 가졌던 역할이 무거운 역이어서 그런가 봐요. 사람들이 저를 우울하거나 어두운 아이로 생각하기도 하더라고요. 저 정말 밝은데. 그런데 지난 역할이 부담스럽다거나 그 이미지를 지우고 싶은 건 절대 아니에요. 저에게는 정말 중요한 배역이고요. 다만 〈좋아해줘〉는 전과 다른 새로운 역할, 그중에서도 제 또래의 감정을 연기할 수 있어서 들떴던 거죠.”
사실 이솜이 연기를 시작한다고 했을 땐 지금보다 더 빠르게, 더 많은 작품에 모습을 드러낼 거라 생각했다. 모델로 활동했던 그녀에게 잡지사 기자로서 남다른 애착을 가졌던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보다는 독보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의 가능성이 빨리 세간에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자연스러워요. 모델이 된 것과 연기를 하게 된 것 모두요. 어려서부터 하고 싶은 일에 다가서려고 노력했을 때 자연스럽게 기회가 생겼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급하게 가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당연히 조급하지도 않고요.”
여러 사람이 등장하는 영화보다 혼자서 극을 이끄는 배역을 맡고 싶진 않을까 생각했다. 그녀와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또래 여배우들과 은근한 경쟁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좋아해줘〉는 이미연, 최지우 선배님 등 쟁쟁한 분들과 함께해요. 어렵지 않느냐고 묻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선배님들과 함께 연기해보고 싶었어요. 단독 주연 같은 것에 대한 욕심보다 선배님들이 연기하는 걸 옆에서 보고 배우고 싶어요. 제가 연기를 정식으로 공부한 배우가 아니잖아요. 지금 너무 좋아요.”
배우가 된다는 것에 들뜨기보다 연기를 한다는 것에 신난 이솜.
“배역을 고르면서 이미지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전 많은 걸 해보고 싶어요. 다음에는 독립 영화에 출연해보고 싶기도 해요. 새로운 것에 계속 도전하면서 차근차근 연기력을 쌓아가고 싶어요.”
이솜의 볼이 다시 동그랗게 말려 올라왔다. 입꼬리에 마치 뽀얀 솜사탕이 붙어 있는 것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