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의 흥행에는 운도 많이 작용하는 것 같아요.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없잖아요. 곧 제 차례가 오겠죠?
Esquire Korea, 2015년 8월
Photographs by KIM TAESUN / 글/최태형 스타일리스트/이준미 헤어/정미영 메이크업/안미나
차예련은 대중에게 익숙한 배우다. 패션지 모델로 데뷔해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든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정상의 여성 패션지를 통해 모델로 데뷔한 후 흥행 여배우의 등용문으로 꼽히는 영화 〈여고괴담〉 시리즈 주연을 맡으며 연기를 시작했다. 톱스타로 가는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첫걸음을 시작한 셈이다. 이어 정상의 배우 한석규와 함께 영화 〈구타유발자〉에 연달아 주연으로 캐스팅되며 입지를 확고히 했다. 그 후 10년 동안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20편가량의 작품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차예련은 심심치 않게 포털 사이트 일면을 장식하는 흔치 않은 여배우가 됐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해를 거르지 않고 영화와 드라마의 주연을 맡으며 이루어낸 결과다.
배우로서 혹은 패셔니스타로서 차예련의 입지는 부정할 수 없이 확고하다. 새침한 외모에 세련된 스타일을 지닌 똑 부러진 인상의 차예련. 세련된 패션 스타일 역시 그녀를 대중의 관심 한가운데에 두는 요소다. 차예련이 신고 들었다 해서 ‘차예련 구두’, ‘차예련 백’으로 이름 붙은 패션 아이템들이 꾸준히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이 그녀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게 아닐까.
그러나 차예련의 대표작을 꼽자면 쉽게 입을 뗄 수 없다. 2005년의 〈여고괴담〉을 꼽기엔 그녀는 이미 원숙한 배우가 됐다. 최근 드라마나 영화를 꼽기에도 한 작품을 선택하긴 힘들다. 시청률이나 관객 수 면에서 만족할 만한 작품이 없어서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연예계에서 배우 차예련의 입지에 비추어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다. 그녀가 보여줄 게 더욱 많은 걸 알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딱 내 역할이다’ 하는 배역을 만나지는 못한 것 같아요. 물론 매 역할을 제가 선택하고 골랐지만요. 제가 모르는 저의 다른 모습과 완벽히 매치돼 시너지를 내줄 작품을 만나지 못한 거죠. 아직까지는 작품 운이 별로 없었나 봐요. 제가 흥행작을 선택하는 촉이 좋지 않을 수도 있고요. 저는 흥행이나 인기는 운이라고 생각해요.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없잖아요. 좋은 작품이지만 대중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요. 물론 조급하고 초조할 때도 있었죠. 그런데 딱 10년 배우라는 직업을 겪으니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제 힘과 노력만으로는 어쩌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가끔은 극 중 차예련보다 실제의 차예련이 더욱 익숙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쩌면 패셔니스타 차예련의 백이 그녀의 이미지를 소모시키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극 중의 ‘차가운 도시 여자’와 실제 ‘세련된 차예련’이 너무 한 가지 이미지로 겹쳐 있는 게 아닐까?
“처음 데뷔했을 땐 저 엄청 잘될 줄 알았어요(웃음). 처음부터 좋은 잡지에 나오고 영화에 주연으로 캐스팅되고 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오래 활동할 수 있는 것도 참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물론 저도 사람인지라 더 잘되고 싶은 욕심이 있죠. 비슷한 배역만 맡는다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20대 초반에는 새로운 배역에 목말라 있다는 얘기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차도녀’ 하면 차예련을 떠올린다는 것, 또 제 패션이 주목받는 것도 좋은 일이잖아요.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것, 깊은 인상을 남긴다는 거니까요. 어영부영 아무런 개성이 없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흥행을 조급해하지 않게 되면서 일을 즐기게 됐어요. 그러다 보면 더 잘되지 않을까요?”
차예련은 곧 새로운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 〈퇴마: 무녀굴〉에서 그녀가 맡은 역할은 미스터리 방송국의 PD다. 그녀에게 이번 영화는 흥행 운이 어떨지 물었다.
“이번 영화를 찍을 때도 예상을 해봤어요. 감독님과 배우들끼리 ‘우리 관객 몇 백만 들 것 같아?’라고 물으면, 저는 ‘100만 관객을 넘어본 적이 없어서…’ 하고 웃었죠. 서로 ‘100만?’, ‘200만?’ 하면서 얘기하면 저 혼자 ’35만 정도?’ 하는 식이었어요(웃음). 사람이 너무 꿈이 크면 실망도 크니까요. 자기 선에서 행복의 기준을 찾아야 해요. 욕심은 끝이 없잖아요. 그런데 이번엔 그 운이 좀 들까요? 이제 제 차례 좀 오겠죠?”
그녀의 말을 듣고 있으니 덩달아 웃음이 터졌다. 그녀가 경험해보지 못한 관객 수가 이번엔 들 것 같았다. 그녀의 질문에 생기가 넘쳤으니까. “그래요. 아마 이번엔….”
차예련이 재차 물었다.
“올 것 같죠? 오는 것 같아. 하하. 천천히 기다리려고요.”
기대를 품은 차예련을 보자 ‘어쩌면’ 하고 생각한 마음이 점차 확신이 됐다. 그렇다, 이번엔 차예련 차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