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 간 원두에 세심한 정성을 더한 드롭 커피의 손맛, 25초 만에 만들어지는 진한 에스프레소의 입맛.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당신에게….

Numéro, 2008년 9월
에디터 | 최태형 포토그래퍼 | 안주영 제품 협찬 | 코디아(www.presso.co.kr)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단순히 어떤 음료를 들이켜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를 음미하는 것에 가깝다. ‘비 오는 날 윈도 너머의 풍경과 따뜻한 아메리카노, 청명한 가을 하늘과 카푸치노’가 시큼한 케냐 커피니, 모카로 유명한 에티오피아 커피니 하는 수식보다 훨씬 향기롭게 기억되는 것을 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때로는 커피잔이 테이블 위에 올라설 때 나는 ‘카탕’ 하는 소리가 좋아 커피를 찾기도 하고, 때로는 잔의 온기를 좇아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 어느 순간부터 테이크 아웃 종이컵이 커피의 이미지를 대표하고 있지만 여전히 커피는 준비와 과정, 향을 음미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차분히 즐기는 커피야말로 진짜 커피라 할 수 있다. 손수 간 원두에 뜨거운 물을 천천히 부어 여과기로 내려 마시는 드롭 커피도 능히 손맛을 느낄 수 있고, 찬물에 오랜 시간 우려서 마시는 더치 커피도 정성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진한 에스프레소에 익숙해진 입맛이다. 손맛을 느끼려면 필연적으로 진하게 뽑은 에스프레소, 우유를 섞은 카페 라테 그리고 그 위에 벨벳 같은 우유 거품을 얹은 카푸치노는 포기해야 했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영국의 디자이너 패트릭 헌터(Patrick Hunter)가 디자인한 프레소(Presso)는 입맛과 손맛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수동 에스프레소 머신이다. 일일이 손으로 광을 내 예술 작품 같은 머신은 유럽과 아시아의 디자인 상을 4개나 받았을 정도로 모양도 훌륭하다. 곱게 간 원두를 머신의 커피 추출구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손잡이에 압력을 가하면 진한 에스프레소를 내놓는다. 지렛대의 원리로 만들어진 손잡이는 최상의 커피 맛을 위한 최적의 압력을 손쉽게 낼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100년이 넘은 에스프레소 추출 방법 그대로다. 찻잎 따기부터 달여 마시기까지 다사(茶事)로써 몸과 마음을 수련하는 동양의 다도와도 닮았다. 각성까지 더한 점은 현대사회에 어울리는 커피만의 미덕이라 할 수 있겠다. 프레소를 이용하면 이처럼 손맛과 정통 에스프레소의 맛을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탐미할 수 있다.

“1000번의 키스보다 달콤하고 와인보다 부드러운 커피”라고 노래하는 바흐에서 “커피는 어둠처럼 검고 재즈의 선율처럼 따듯했다”라고 읊조린 동시대의 하루키까지 커피 예찬은 마르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이 예찬한 것 역시 단순한 ‘커피’가 아닌 ‘음미’의 대상으로서의 커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