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quire Korea
글/최태형 사진/조보근 제품 협찬/기어라운지
사람은 누구나 무엇인가 만드는 행위에 대한 원초적 욕망이 있다. ‘호모 파베르’, 도구의 인간을 뜻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도구를 제작하고 사용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유·무형의 도구를 만드는 동시에 자기 자신도 만들어간다. 무엇인가 끊임없이 만들어간다는 뜻이다. 그중 음악은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도구다. 인류는 시작과 함께 노래해왔다. 사실 인류 이전 신의 세계에서도 노래는 중요한 수단이자 도구였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아폴론이 음악의 신이자 화살의 신인 건 우연이 아니다. 아폴론은 때로는 수금의 아름다운 연주를, 때로는 화살을 무기로 사용했다.
노래는 삶이다. 기쁠 때나 힘들 때나 함께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불렀다. 누군가 노래를 만들 줄 알아서 그런 게 아니다. 입에서 나오는 대로 감정을 실어 운율을 타면 노래가 됐다. 입에서 입으로 전달됐다.
음반을 내는 것도 이젠 구전 가요를 이어 부르는 것처럼 쉬워졌다. 집에서 음악을 만들고 녹음을 하는 것 그리고 유통시키는 것까지 이미 유행이 된 지 오래다. 20년도 넘은 유행이다. 1980년대 멀티트랙 녹음기의 보급과 복사기가 대중화되면서 밴드는 독립적이 됐다. 비싼 돈을 들여 스튜디오를 빌려 녹음할 필요 없이 직접 녹음했다. 복사기를 통해 앨범 커버를 만들고 포장해 직접 유통하기도 했다. 비록 유통의 물리적 한계가 있었다곤 하지만 음반사나 투자자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립적일 수 있게 됐다. 밴드가 직접 음반사를 설립하는 경우까지 생겼다. 비록 어설픈 녹음과 조악한 음질이었지만 그땐 대단한 독립이었다.
이제 개인이 혼자 음악을 만들고 앨범을 제작해 유통시키는 일은 훨씬 편해졌다. 누구라도 컴퓨터와 몇 가지 주변기기만 있다면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이젠 밴드의 구성원을 모으는 일도 필요 없다. 악기도 마찬가지다. 악기를 사거나 연주를 배우지 않아도 음악을 만들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미디라 부르는 디지털 음악이 대신한다.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과 전문 레코딩 장비의 가격이 저렴해진 이유다. 과거에는 전문 스튜디오에서도 갖추기 힘들었던 디지털 장비들을 이젠 한 달치 월급 정도면 기본은 갖출 수 있다. 유통도 마찬가지다. 음악을 재킷에 담은 앨범 형태로 유통하는 방식은 이미 변두리로 밀려났다. 음악은 디지털화되어 웹으로 유통되고 판매된다. 누구나 자신이 만든 음악을 음악 공유 사이트인 사운드클라우드(soundcloud.com)나 유튜브(youtube.com)에 올릴 수 있다. 노래만 좋다면 전 세계 사람에게 시차 없이 유통시킬 수 있는 최고의 창구다. 실제 유튜브를 통해 유명해져 세계적인 음원 판매를 기록한 경우는 많다.
예전의 인디 음악은 음악 생산과 유통의 전 사이클을 단순히 독립적으로 이뤄내는 데 의미를 두었다. 전문적인 장비와 개인용 장비의 차이도 컸다. 그러나 지금의 홈레코딩은 다르다.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구분이 모호하다. 집에서도 충분히 스튜디오급의 퀄리티를 낼 수 있다. 실제로 홈레코딩으로 앨범을 발표하는 뮤지션은 많다. 지금의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구분은 굳이 나누자면 노하우다. 1과 0으로 연산되는 디지털 시대는 아이러니하게도 기계적 차이보다 사람의 노력과 노하우가 힘을 발휘한다. 누구나 방 안에서 전 세계와 만나는 뮤지션이 될 수 있는 시대다.
[박스] 곡을 만드는 순서
▶ 컴퓨터와 음악 프로그램으로 작곡, 편곡하기.
▶ 보컬 녹음하기.
▶ 믹싱 작업을 통해 여러 소리의 밸런스 맞추기.
▶ 마스터링 작업을 통해 소리의 레벨 조절하기.
싱글이냐 정규냐에 따라 믹싱과 마스터링의 작업이 혼합 혹은 병합될 수는 있지만 개략적으로 설명하자면 이렇다.
[박스] 홈레코딩을 위한 필수 장비
1 컴퓨터와 DAW
컴퓨터는 홈레코딩의 두뇌다. 과거 녹음실을 가득 채운 장비들이 이젠 컴퓨터 한 대에 들어 있다고 보면 된다. DAW(Digital Audio Workstation)는 음악용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음악의 작곡 및 편곡, 녹음부터 믹싱까지 하나의 프로그램에서 수행할 수 있다. 컴퓨터 운영 체제별로 다양하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애플용 로직 프로, 윈도우용 프로툴스 등이 있다.
필수 장비 Apple의 맥북 프로, 로직 프로
2 마이크와 리플렉션 필터
보컬과 악기의 녹음을 위해 꼭 필요한 장비다. 집에서 녹음할 땐 필연적으로 의도하지 않은 잡소리가 녹음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공간의 특성상 불필요한 울림이 생길 수 있는데 리플렉션 필터가 있다면 최소화할 수 있다.
필수 장비 마이크 audio-technica의 AT-2020, 필터 Vicoustic의 Flexi Screen Ultra
3 오디오 인터페이스
소리를 컴퓨터가 읽을 수 있는 디지털 언어로 입력하는 동시에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로 출력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이 사이에 마이크에 들어오는 소리를 적정 레벨로 조정하는 프리앰프 기능을 함께 수행한다.
필수 장비 Apollo의 Twin DUO
4 모니터링 스피커
소리를 정확히 모니터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있는 그대로의 소리를 들어야 문제에 대처할 수 있다. 스피커가 나쁘다면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보는 것과 같다. 만약 스피커로 음악을 듣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좋은 헤드폰을 갖추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필수 장비 Focal의 CMS 40
5 미디 키보드
컴퓨터에 미디 데이터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마스터 키보드라고도 부른다. 컴퓨터에 내장되어 있는 다양한 악기의 음색을 입력하는 역할을 한다. 키보드 하나로 기타부터 드럼까지 디지털 음악 데이터를 입력할 수 있다.
필수 장비 미디 버튼 Ableton의 PUSH, 미디 키보드 Arturia의 MiniLab
[박스] HOME RECORDING TIP — 바스코 | 힙합 뮤지션
바스코는 최근 발표한 싱글 〈How You Doing?〉의 녹음 작업을 모두 집에서 했다.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은 집에서 녹음까지 하는 경우가 많다. 생활과 음악 작업의 구분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초보가 자주 하는 실수는 모니터링 시 큰소리로 음악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다. 큰 소리로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할 수는 있지만 사운드를 확인할 때 좋은 방법은 아니다. 큰 소리로 듣게 되면 해상도가 떨어지게 된다. 스피커의 영향도 많이 받게 된다. 오히려 낮은 볼륨으로 듣는 게 좋다. 소리 각각의 밸런스에 집중하면서 저음이 너무 많이 들어가지는 않는지 주파수 대역은 일정한지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한정된 예산이라면 모니터 스피커에 투자하는 것을 권한다. 모니터 스피커가 좋지 않다는 건 마치 HD영상을 낮은 해상도의 모니터로 보는 것과 같다.
[박스] HOME RECORDING TIP — 지승남 | 안테나 뮤직 레코딩 엔지니어
지승남은 안테나 뮤직의 레코딩 엔지니어다. 요즘은 토이의 새 앨범 녹음이 한창이다. 루시드 폴의 최근 앨범도 그의 작품이다. 이외에도 수많은 유명 앨범에 엔지니어로 참여했다. 그는 스튜디오와는 다른 방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녹음 시 마이크 위치를 잘 잡는 게 중요하다. 잡음이 많은 공간에서는 마이크를 가까이 두게 되는데 지양해야 할 습관이다. 마이크를 너무 가까이 두면 저음 부밍(의도한 것 이상의 공진이 발생하는 것) 현상과 중음이 거칠어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단순히 마이크를 멀리 두는 게 답은 아니다. 방 구조에 따른 소리의 울림을 파악해 적정 마이크 위치를 잡아야 한다. 마이크에 리플렉션 필터를 달아 잡소리가 마이크에 들어오는 것을 막고 불필요한 울림을 차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