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quire Korea, 2014년 10월
글/최태형 사진/조보근

IT 산업은 플랫폼 전쟁이다. IT에서 플랫폼이란 작게 보면 단순한 OS를 의미한다. 어떤 서비스나 기술의 기반이 되는 서비스다. 그러나 이는 곧 IT 전체 생태계를 이루는 토대를 의미하기도 한다. 남의 플랫폼에 얹혀 가는 걸 쉬운 길이라 생각했다간 시장 전체를 적에게 내어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많은 기업이 자사 OS의 점유율을 높이려는 것도 자사의 아이디로 다른 서비스에 로그인하게 만들려는 것도 모두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웹 혹은 IT 서비스가 모바일이 주가 되면서 플랫폼이 되느냐 못 되느냐는 서비스의 존망과 직결됐다. 모바일의 작은 화면은 한 번에 한 가지 서비스를 띄우기에 적합하다.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고 해도 백그라운드에 있을 뿐 화면에 표시되는 건 한 가지 서비스다. 그 결과 IT 서비스는 각 서비스 군별 1등만 살아남는 세상이 됐다. 1등, 2등, 3등이 나란히 경쟁하던 시대는 지났다. 과점을 넘어 독점의 시작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1등이면 모든 걸 다 가질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기도 하다.

승자가 돼 절대 플랫폼이 되면 유저의 강도 높은 ‘록인(Lock-in)’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웬만한 잘못을 하지 않는 한 지위가 유지된다. 이제 유저는 서비스가 아닌 플랫폼에 의존적이 됐다. 카카오톡 같은 경우다. 카카오톡은 모바일 메신저에 카카오톡이라는 메신저 플랫폼을 절대적인 서비스로 만들었다. 국민 대부분이 쓰는 독점적인 플랫폼이다. 더 좋은 기능의 메신저가 등장해도 쉽게 지위는 바뀌지 않는다.

IT 서비스의 특성상 독점적 지위의 업체가 너무 많은 유저의 정보와 개인 정보를 가지고 있게 된다. 독과점의 문제는 바로 이 부분이다. 독점적 지위로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IT 업체가 개인의 생활 깊숙한 곳까지 관찰할 수 있게 됐다. 과거의 독점 기업은 우월적 지위로 시장에서 폭력을 행사하긴 했지만 기껏해야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빼앗는 정도였다. 그러나 IT 서비스의 독점은 정보를 독점할 뿐 아니라 개인의 사소한 영역까지 모두 컨트롤할 수 있게 된 거다. 위치 정보 수집을 통해 어디에 있는지, 메신저를 통해 누구와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결제 기록을 통해 어디에서 어떤 제품을 사용하는지를 아는 것은 일도 아니다. 실제로 업체들은 빅데이터 분석이라는 명목으로 유저의 활동을 기록하고 분석해 성향을 파악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유저의 활동을 더욱 자사 서비스에 록인시킨다.

온라인상에선 빅브라더(조지 오웰의 소설 <1984> 속 용어로 정보의 독점을 통한 우월적 지위로 사회를 통제하는 권력을 뜻함)에 대한 우려가 뜨겁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의 기업이 국가를 넘어 세계적인 독점 기업이 되면서 우려는 더욱 심화되고 현실화되고 있다.

얼마 전 구글은 자사 메일 서비스인 지메일에 성적 학대를 받는 어린이 사진을 보유한 남성을 미국 정부 산하 국립실종학대아동센터(NCMEC)에 신고했다. 경찰은 남성의 메일 계정 속 사진을 근거로 그를 체포했다. 이를 통해 지메일이 개인의 메일을 검열한다는 게 공개적으로 확인됐다. 그 전까지 지메일은 개인의 계정을 검열해 범죄가 의심되는 사람을 고소한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 이 사건은 결과적으로 선의였다곤 하지만 얼마든지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암시를 남겼다.

페이스북은 방대한 개인 정보와 개인이 직접 작성한 기록을 바탕으로 유저를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 실험의 내용은 감정 전이에 대한 내용으로 유저에게 고지하거나 동의를 받지 않고 뉴스피드를 조작했다. 특정 집단에게는 부정적인 내용만, 대조군에게는 긍정적인 내용만 타임라인에 노출했다. 이를 통해 온라인상에서도 감정의 전이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 실험을 미리 고지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페이스북이 이 실험 방식을 악용해 온라인상에서 사람들의 감정을 증폭시키거나 축소시켜 여론 몰이를 할 수 있다는 게 증명된 것이다.

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네이버라는 거대한 공룡 서비스, 한 시대를 풍미한 한메일, 메신저 서비스를 평정한 카카오톡 역시 빅브라더 위치에 있다. 실제로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조작 논란은 한두 번이 아니다. 검색 독점권자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검색 결과에 목적을 가질 수도 있는 일이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조작해 여론을 몰고 결과에 특정한 의도를 담는다면 국민의 75퍼센트가 사용하는 검색 툴은 무기라 할 수 있다. 한메일이나 카카오톡 역시 개인 정보에 있어 자유롭지 못하다. 일례로 세월호 참사 때 확인되지 않은 루머를 퍼트린 사람들을 카카오톡 대화 기록을 통해 잡아내기도 했다. 이 역시 개인적인 대화를 검열하는 수단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연합(EU)의 대처는 눈여겨볼 만하다. EU는 반독점 조사를 무기로 수년째 미국 거대 IT 기업에 대한 견제를 해오고 있다. 기술에 대한 공정성뿐 아니라 서비스에 대한 공정성까지 요구하며 견제하는 중이다.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경쟁사의 활동을 방해할 수 있는 기업들을 철저히 견제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MS, IBM, 인텔 등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회사였다. 2003년 윈도우에 동영상 플레이어를 끼워 팔아 공정 경쟁을 해치고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벌금과 시정 명령을 부과한 전력이 있다. 최근에는 일반 유저를 대상으로 한 IT 서비스 사업까지 조사 대상을 넓혔다. 구글 등의 기업이 보유한 대규모 가입자 정보와 활용, 검색 결과, 앱 마켓의 정책적인 측면까지 조사 대상이다. 구글이 빅브라더가 되지 못하도록 꾸준히 견제와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독점적 지위를 획득한 IT 업체들을 탓할 순 없다. 1등이 아니면 살아남지 못하는 세계에서 치열한 노력으로 이룬 결과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독점 기업이 사라진다고 해도 또 다른 독점 기업이 그 자리를 차지할 뿐이다. 문제를 풀 열쇠는 끊임없는 견제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