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quire Korea
글/최태형 사진/imagazinekorea.com의 웹 언어
고등학교 시절 나의 제2외국어는 프랑스어였다. 독일어와 프랑스어 두 가지의 선택권이 주어졌지만 아무래도 딱딱한 독일어보다는 끈적한 프랑스어가 더 끌렸다. 쉬웠던 수능 덕이었는지 몰라도 프랑스어는 만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어가 내게 온전히 언어의 역할을 하는가 생각해보면 그렇지 못하다. 언어라면 기본적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하는데 나에게 프랑스어는 그저 암기 과목 중 하나였을 뿐이다. 머리가 가장 잘 돌아가던 때 2년을 투자했건만 그저 ‘섹시한’ 언어라는 이미지 그 이상은 되지 못했다. 물론 프랑스에 처음 갔을 때는 나름 배웠다며 유창한 척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외운 질문을 프랑스어로 던지기도 했다. 밤에는 프랑스 여자와 역사를 만들겠다며 <물랑 루즈> 주제곡의 한 문장을 달달 외운 적도 있다. ‘Voulez vous coucher avec moi ce soir(오늘 밤 나랑 함께할래)?’ 지금도 유창하다면 유창하게, 귀엽다면 귀엽게 그리고 제법 섹시하게 프랑스어로 말할 수 있는 문장이다. 하지만 그게 끝이다. 뱉고 나면 수습이 불가능하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고 프랑스어로 던진 질문에는 두 배, 세 배에 달하는 알 수 없는 답변이 돌아온다. 결국 뒷수습은 그나마 조금 나은 제1외국어 영어였다.
의사소통 측면에서 볼 때 전 세계가 영어로 중무장한 가운데 제2외국어는 과연 효율적인가? 이는 제2외국어가 효과적이냐의 문제와는 다르다. 당연히 외국인을 만나면 둘 중 한 명의 모국어로 대화하는 게 가장 좋다. 둘 모두에게 외국어인 언어로 대화하는 것보다 효과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시험지 속 암기가 아닌, 생활 속의 언어는 얼마나 많은 나라의 말을 배웠느냐의 문제는 아니다. 소통이 가능하냐의 측면에서 보는 게 적절하다. 그리고 한 가지 요소가 더 있다. 모든 소통은 일차적으로 지리적 한계에 종속된다. 즉 제아무리 프랑스어를 잘해도 프랑스에 가지 않는다면 혹은 프랑스 사람이 이곳에 오지 않는다면 쓸 일이 없다. 유창하게 언어를 구사한들 효율적이지 못하다. 제2외국어를 전문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사람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그렇다.
그렇다면 필수인 영어에 더해져 1차원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2의 언어는 무엇인가의 문제로 넘어간다. 소통의 범주를 넓혔던 것들을 떠올려보면 조금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1차원 영역에서 살아간다. 차가 없었을 때는 발로 다닐 수 있는 동네가 삶의 영역이었다. 이때는 눈빛만 봐도 통했다. 차가 생기고선 생경한 사투리도 이해할 줄 알아야 했고 비행기가 생기면서는 영어가 필요했다. 그리고 이제 인터넷을 통해 공간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지리적 한계를 벗어났다. 원한다면 컴퓨터를 켜는 것만으로 지구 반대쪽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인터넷 브라우저에 원하는 주소를 넣는 것만으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이다.
다음은 소통의 차례다. 정보를 얻는 것만으로 의사소통을 했다고 볼 수는 없다. 당신도 컴퓨터가 이해하는 언어로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해 웹상에 표현해야 한다. 우리가 웹에서 보는 모든 이미지와 레이아웃은 웹 언어로 쓰이고 브라우저를 통해 그려진다. 검정색을 웹 언어로 쓸 때 #000000으로 쓰는 식이다. 웹에도 어순이 있고 문법이 있다. 같은 의미로 유창해질 수도 있고 떠듬떠듬 겨우 뜻을 전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노력한다면 당신의 생각을 전 세계에 전달하는 데 문제가 없다. 블로그와 SNS를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흘러가는 ‘스트리밍’이 아닌 진정한 ‘아카이빙’으로서 그리고 좀 더 주도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선 웹 언어로 직접 표현하는 게 낫다. 그래야 진정한 소통이 된다. 인터넷을 통한 소통은 단순히 텍스트뿐만이 아니다. 웹을 통한 서비스 전체가 소통이다. 색깔도 이미지도 인터렉티브도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모은 서비스도 모두 소통을 위한 도구가 된다.
필요한 건 웹 언어를 배우는 것이다. 웹 언어에 생각을 실어 표현할 수 있다면 지금 당장 제2외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보다 더 큰 폭발력을 가질 수 있다. 두 개의 외국어는 서로 개별적으로 작용하지만 영어와 웹 언어의 겸비는 시너지를 낸다. 영어와 일어에 유창해도 일본 사람을 만나면 일본말만 쓰지만 영어와 컴퓨터 언어를 겸한다면 영어를 웹에 실어 지구 반대편과 소통할 수 있는 것이다. 웹 언어는 언제 쓸지 모를 제2외국어보다 훨씬 효율적이며 효과적이기까지 하다. 이제 당신이 배울 새로운 언어는 그래서 웹 언어다.
[박스] OPENTUTORIALS.ORG
오픈튜토리얼스
세상의 모든 설명 혹은 강의를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다. 설명하려는 대주제를 ‘모듈’이라고 부르고 그에 따르는 소주제들은 ‘토픽’이라고 부른다. 유저는 모듈을 정하고 각 토픽을 만들어 설명이나 지침서, 강의를 완성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모듈들을 모아 하나의 완성된 ‘코스’로 튜토리얼을 꾸릴 수 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모듈을 조합해 큰 코스를 완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를테면 ‘여자를 유혹하는 법’에 대한 코스를 정했다면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모듈 ‘옷을 잘 입는 방법’과 ‘유머러스하게 말하는 방법’을 끌어다 튜토리얼을 완성하는 식이다. ‘오픈튜토리얼’의 저작권은 기본적으로 원저작자만 밝히면 재창작이 가능한 오픈 라이선스를 따른다.
생활코딩
오픈튜토리얼스 플랫폼의 대표 강의 코스다. 마치 생활 영어처럼 웹 페이지, 웹 서비스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웹 언어 강의로 채워져 있다. 웹 언어부터 웹 페이지 개발을 위한 개발 도구까지 각 챕터의 강의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말문이 트이듯 웹 페이지, 웹 서비스 제작에 대한 감이 잡힌다. 웹 언어로 페이지를 만들고 싶은데 자신이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생활 코딩 강의를 정주행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