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quire Korea, 2014년 2월
글/최태형 사진/박남규
구글 글라스를 쓰고 천 리를 내다보며, 쿼드콥터에 실어 만 리를 가는 세상
[GOOGLE GLASS]
실체를 드러낸 스마트워치는 조금 시시했다. 혁신은커녕 기기 자체의 매력도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뭘 해야 할지도 모르는 기계라면 우선 매력이라도 있어야 한다. 구글 글라스의 등장은 달랐다. 혁신을 논하기 전에 확실한 건 흥미를 유발했다는 점이다. <드래곤볼> 만화에 나오는 전투력 측정기를 연상시키는 모습에 한 번, 사용자 1인칭 시점 위에 다양한 정보를 알려준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자동차의 HUD를 몸에 장착하는 것과 같다. 이론상으로는 이해되지만 과연 실제로 ‘쓸 만할까?’ 하는 의문은 남았다. 구글에서 익스플로러라 칭하는 일종의 베타테스터를 모집했다. 벤처 기업 ‘오드콘셉트’의 구경모 연구소장이 그 익스플로러 중 한 명이다. 무턱대고 그에게 찾아가 제품을 빼앗다시피 빌려왔다. 첫인상은 날렵한 안경 같았다. 우측엔 카메라와 디스플레이 장치, 골전도 헤드폰, 촬영 버튼, 터치 센서 등이 달려 있다. 허공에 대고 ‘오케이 글라스’를 말하거나 안경 우측 터치 센서를 쓸어 기기를 활용할 수 있다. 매력적인 첫인상과 달리 스마트워치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길 안내, 날씨 안내, 영상 촬영, 간단한 언어 번역 기능 등이 있지만 당장 뭘 해야 할지, 왜 안경으로 만들어야 했는지 납득하긴 힘들었다. 게다가 안경을 터치해야 하는 점은 집중력을 떨어뜨렸다. 오드콘셉트는 영상 인식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벤처 기업이다. 영상 속 제품을 찾아 쇼핑 아이템을 추천해주는 식이다. 구경모 소장은 구글 글라스의 활용이 무궁무진할 것으로 봤다. 안경을 쓰면 세상 모든 게 증강 현실로 나타날 수도 있다. 길을 찾거나 눈으로 보는 상품의 정보를 바로 시야에 띄울 수 있는 것이다. 과연 그럴지는 의문이다. 기술적 의문에서가 아니다. 의문은 소비자들이 받아들일까 하는 점이다. 과연 카메라가 달린 안경을 쓰고 있는 사람과 거리낌 없이 대화할 수 있을까? 날 촬영하고 분석하겠다는 사람과? 결과는 미지수다.
[DJI PHANTOM]
얼마 전 미국 아마존과 독일 DHL에서 소형 무인 항공기를 이용해 30분 안에 제품을 배송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럴싸한 동영상까지 첨부했다. 소형 쿼드콥터가 물건을 싣고 GPS 좌표를 따라 고객 앞마당에 제품을 내려놓고 돌아가는 짧은 영상이다. 처음에는 인터넷 ‘덕후’들의 ‘하이 퀄리티’ 농담인 줄 알았다. 아예 비둘기를 교육해 제품을 실어 나르겠다는 발표가 더 그럴듯하다고 생각했으니까. 물론 당장 시작하는 건 아니다. 몇 년 안에 실현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한다. 이 노력에는 쿼드콥터의 기술 향상과 함께 항공 물체에 관한 관련 법률 개정이 중요 포인트다. 바꾸어 말하면 쿼드콥터의 제어 기술은 어느 정도 수준에 올랐다. 비행 물체의 제어에는 4단계의 자유도가 있다. 돌기, 솟아오르기, 기울기, 가속이다. 이 네 가지 동작이면 못하는 움직임이 없다. 쿼드콥터는 이에 가장 효율적인 구조다. 쿼드콥터가 영향력이 있는 더 근본적인 이유는 기계적 단순함이다. 이는 가격과도 직결된다. 사실 지금도 장난감처럼 쉽게 구할 수 있다. DJI 팬텀은 백만원대의 쿼드콥터다. GPS 센서가 내장돼 조종 대역을 벗어나면 자동으로 원래의 위치를 찾아 돌아오며 자체적으로 밸런스를 맞춘다.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원하는 움직임을 구사할 수 있다. 비둘기를 훈련시키는 것보다 훨씬 쉽다. 쿼드콥터 제어에 대한 알고리즘을 연구하는 취리히 연방공과대학 ‘플라잉머신 아레나’ 연구팀은 쿼드콥터에 대해 기술적 문제보다 사회적 문제 해결이 더욱 시급하다고 말한다. 사람이 문제라는 거다. 쿼드콥터는 사실 염탐과 살상용 전쟁 무기에서 시작했다. 기술이 보편화되면서는 사생활 침해 문제로 번지고 있다. 연구팀은 우리가 스포츠 정신에 입각해 페어플레이를 하는 것처럼 기술의 사용에서도 고차원적 합의를 이루어야 한다고 말한다. 합의만 이루어진다면, 이제 지마켓에서 주문한 상품이 30분 만에 내 손에 들려 있는 세상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