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quire Korea, 2014년
글/최태형 사진/박남규
리드: 흰 벽만 있으면 집안 어디든 3D 영화관이 된다.
한동안 홈 시어터의 바람이 불었다. 방 하나를 통째로 영화 관람을 위한 홈 시어터 장비로 가득 채운 집들도 많았다. 혼수에 으레 프로젝터가 포함되기도 했다. 연예인들이 TV에 나와 자신의 집을 공개하면 홈 시어터가 빠지지 않았다. 마치 취향이나 품격이 높은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더 큰 TV를 갖고 싶어 하는 마음이 프로젝터를 가지고 싶은 마음으로 바뀐 적이 있었다. DVD를 모으는 게 취미가 되던 시절이어서 그랬는지 한국 영화가 한창 전성기를 누리고 있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개인 영화관은 일종의 로망이었다.
물론 지금도 다르진 않다. 그러나 벽걸이형 평면 TV가 보편화되고 LED의 고화질 영상을 TV로 접하다 보니 프로젝터로는 성에 찰 것 같지 않았다. 유리 너머의 화면을 보는 듯 탁한 화면에 팬 돌아가는 커다란 소음, 뜨거운 바람까지 생각하니 빛 좋은 개살구 같았다. 프로젝터로 온전히 영화에 몰입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이런 편견은 사실 미천한 경험에서 비롯됐다. 프로젝터 혹은 홈 시어터라고 말할 수 있는 경험이라야 DVD방에서 본 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집안 구석에 퇴물이 되어 있는 VGA 프로젝터의 영향도 컸다. 어쨌거나 내가 아는 수준의 프로젝터는 LED TV의 밝고 뚜렷한 화면에 비할 수가 없었다.
옵토마의 3D 프로젝터에 전원을 연결할 때까지 근본적인 불신은 바뀌지 않았다. 사실 3D 기능이 프로젝터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다였다. 전원을 넣고 흰 벽에 화면이 뿌려질 때 세 번 놀랐다. 소음이 전혀 없었다. 설명서에는 23데시벨의 소음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숨소리에 가려져 들리지 않았다. 영상의 음량을 조금이라도 높이면 들리지 않는 수준이다. 또 다른 놀라움은 발열이 없다는 것이다. 팬이 연신 뜨거운 바람을 내뿜던 나의 VGA 프로젝터와는 딴판이었다. 가장 놀란 점은 화면이었다. 1080p의 HD 화면이 벽면을 가득 채웠다. RGB LED 광원 덕에 재현 가능한 색 범위가 HD TV 표준의 160퍼센트를 뛰어넘는 화질을 보여준다고 한다. 그러니까 표준 HD TV보다 더욱 좋은 화질로 감상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당연히 프로젝터는 시끄럽고 뜨거우며 뿌연 화면을 면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셋 다 틀렸다. 하긴 DVD방을 갔던 게 10년 전이니 너무 옛 기억을 편견으로 갖고 있었던 거다. 분할된 2개의 2D 소스를 컴퓨터로 입력받아 프로젝터가 3D 화면으로 벽에 뿌려줬다. 3D 안경의 수신기를 프로젝터에 연결하고 싱크하자 500인치 대형 화면이 펼쳐졌다. 영상은 말 그대로 눈앞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40인치부터 500인치까지 조절이 가능하다. 3D 게임을 연결하면 500인치 3D로 게임도 할 수 있다. 감동스럽다. 미천한 DVD방 따위가 망쳐놓은 프로젝터의 이미지를 누군가 보상해야 한다는 마음까지 들었다. HD91 프로젝터 가격 790만원, 3D 안경 ZF2100 RF SYSTEM 18만원 www.optoma.com
[박스] 좋아요 / 싫어요
좋아요
– 본체의 소음은 23데시벨이다. 사람의 숨소리 정도의 소음이다. 도서관의 소음이 30~40데시벨 정도이니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조용하다. 발열도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다.
싫어요
– 3D로 영상을 보려면 3D 안경과 싱크를 위한 송수신기를 따로 구매해야 한다. 7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제품에 당연히 포함되어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아니다. 경차 한 대 값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