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정원 일의 즐거움

흙을 밟기도 힘든 도시에서 가드닝은
초현실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흙을 만지고 싹을 틔워 꽃을 맺는 일은 도시에서도 가능하다. 오히려 도시에 더욱 필요하기도 하다.

GL
미니 가드닝

가드닝(Gardening)을 배우겠다는 말에 주변의 반응은 다양했다. 종합해보면 ‘남자가 무슨 꽃꽂이냐?’는 핀잔, ‘기왕이면 상추를 심어 쌈이나 싸먹자’ 는 농담, ‘화분 하나 놓는 걸 거창하게 배우기까지 하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으로 압축됐다.

나 역시 가드닝을 배우기 위해선 플라워 숍을 찾아야만 한다는 점(대부분 플라워 숍에 가드닝 수업이 있다)이 아쉽긴 했다. 무엇을 키워야 할까 고 민이 되기도 했고, 물 주는 것 외에 배워야 할게 있 을까 하는 의문이 든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내가 가드닝을 배우고 싶어진 이유는 명확했다. 혼자 살며 늘어난 책임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매일 습관처럼 먼지를 털고 청소기를 돌리는 일, 주말이면 거르지 않고 이불을 볕에 말리는 일은 단순히 집안일만은 아니다. 스스로 해야만 하는 책임이 됐다. 아무렇게나 던져 놓은 빨래, 싱크대를 가득 메운 설거지는 그래서 나의 무 책임의 지표다. 무엇인가 책임지는 게 어른이라면 집안일이라고 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때 모히토 칵테일을 만들기 위해 사다 놓은 애플민트가 발단이 됐다. 모히토를 만들어 먹고는 잊고 지내던 화분이었다. 창문을 열고 먼지를 털다가 덩달아 물을 주었을뿐인데 다시 건강한 잎을 내 주었다. 기대하지 못한 만족감이었다. 집들이로 선물 받았던 처치 곤란 화분들을 살려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꽃을 꺾어 예쁘게 배치하는 게 꽃꽂이라면 가드닝은 살아있는 식물을 키워내는 일이다. 식물의 기질에 따라 흙을 고르고 습도와 온도를 조절해 예쁘게 자라게 만드는 것. 해를 넘겨 반복되는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거다. 그러기 위해선 식물의 특성을 알 아야 한다. 가드닝을 배워야 하는 이유다.

꽃을 꺾어 예쁘게 배치하는 게 꽃꽂이라면 가드닝은 살아있는 식물을 키워내는 일이다. 식물의 기질에 따라 흙을 고르고 습도와 온도를 조절해 예쁘게 자라게 만드는 것. 해를 넘겨 반복되는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거다. 그러기 위해선 식물의 특성을 알 아야 한다. 가드닝을 배워야 하는 이유다.


생각을 바꾸면 가드닝에 꼭 거창한 정원이 필요하지 않다. 집안 공간의 특성과 식물의 기질을 잘 배치해 사람과 식물 모두가 건강할 수 있게 만들면 된다. 주로 잠을 청하는 안방에는 밤사이 습도를 조절 해줄 허브나 수상 식물, 밤에도 산소를 배출해 자는 동안 머리를 맑게 해주는 산세베리아를 두는 식이 다. 건조한 곳에 두어야 할 식물과 습한 곳을 좋아하는 식물을 분리할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 식물을 통 한 인테리어 효과도 한 목적이라 할 수있다.

예로부터 식물을 가꾸고 정원을 다듬는 일은 성인의 일이었다. 정원을 가꾸며 풍류를 즐기고 심신을 정화하던 조선의 선비 정약용도, 여름이 순식 간에 물러나는 것을 아쉬워하며 정원 일의 즐거움에 대해 글 쓴 헤르만 헤세도 그렇다. 그리고 작은 것 에 관심을 두고 섬세하게 하루를 사는 도시의 사람들 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가드닝은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해줄 더 나은 삶을 위한 일이다.

글/최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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