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quire Korea, 2016년 1월
에디터_최태형 / 글_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온 국민이 초고성능 컴퓨터를 손안에 들고 다니는 시대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2015년 3월 기준으로 83퍼센트에 달한다. 아랍에미리트, 싱가포르 같은 일부 도시국가를 제외하고 세계 최상위 수준이다.

버스를 타도, 지하철을 타도, 어디를 가도 모두 컴퓨터 화면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의 인터넷으로 그 작은 컴퓨터들이 연결되어 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메신저와 각종 사회 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끊임없이 소통한다. 큰 데스크톱 컴퓨터를 이용해 쇼핑하는 것보다 손안의 작은 컴퓨터, 스마트폰으로 쇼핑하는 것이 더 편하다. 덕분에 시도 때도 없이 아무 데서나 쇼핑에 열을 올리게 됐다. 바야흐로 스마트폰 혁명이 생활 속 깊이 자리 잡은 시대다. 디지털 트렌드가 온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당연한 결과다. IT 전문가로 불리는 나 같은 사람도 너무 빠른 변화에 현기증이 난다. 2016년에는 어떤 디지털 트렌드가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칠까? 나의 관심 영역을 중심으로 한번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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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2016년에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콘텐츠를 즐기는 것이 대중화될 것이다. 가상현실이라는 것은 그동안 삶과는 동떨어진 느낌이 들었다. 머리에 쓰는 가상현실용 특수 안경을 고가에 구입해야만 즐길 수 있는, 마니아를 위한 것으로 치부됐다. 막상 큰 지출을 감수하고 특수 장비를 구입하더라도 가상현실을 즐길 만한 콘텐츠가 없는 것도 아쉬운 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구글이 누구나 골판지 상자를 접어 스마트폰을 끼우면 가상현실을 즐길 수 있는 카드보드 디자인을 공개했다. 2500원이면 누구나 이 디자인에 따라서 종이로 된 가상현실 장비를 만들 수 있다. 또한 가상현실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동영상이 유튜브에 가득 올라오고 있으며 카드보드 카메라 앱을 이용하면 가상현실 사진을 직접 만들 수도 있는 시대다. 가상현실이 현실 속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안방에 앉아 여행지를 미리 둘러보거나 흥분되는 3차원 게임을 스마트폰만 가지고 즐길 수 있는 가상현실 세상이 본격적으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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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트렌드는 드론의 대중화를 넘은 다양한 분야의 활용이다. 2015년은 드론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급증한 원년으로 기록될 만하다. 그리고 그 일등 공신은 민간 레저용 드론의 대중화 시대를 연 중국 심천의 DJI다. DJI가 만든 드론 시리즈 팬텀은 일반인이 손쉽게 항공 사진과 동영상 촬영을 할 수 있게 해 민간용 드론 시장을 활짝 열었다. 프랑스의 패럿, 미국의 3D로보틱스 등 수많은 경쟁사가 드론을 선보이고 있지만 DJI의 아성을 깨기에는 역부족이다. DJI는 2015년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에는 DJI를 위협할 더 많은 다양한 경쟁사가 등장할 전망이다. 저가형부터 고급형까지 다양한 모델이 세상에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단순한 레저용 드론이 아닌 택배 배송, 의약품 배송, 농약 분사, 화재 진화 등 다양한 분야에 적합하도록 특화된 드론이 널리 사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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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트렌드는 스마트폰으로 뭐든 다 할 수 있게 되는 ‘온디맨드’ 비즈니스의 확산이다. 온디맨드는 수요(demand)에 바로 대응한다는 뜻이다.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부를 수 있는 우버가 전 세계적으로 온디맨드 창업 붐을 일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치 알라딘의 램프처럼 스마트폰을 누르기만 하면 택시도 오고 음식 배달도 되고 마사지사, 심지어는 의사도 부를 수 있다. 이처럼 오프라인 비즈니스와 온라인 비즈니스를 연결하는 것을 한국, 일본 등에서는 O2O(Online to Offline) 비즈니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2015년 세탁, 꽃 배달, 대리운전 등 수많은 한국의 스타트업 기업이 이 비즈니스를 시작했고 2016년부터는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새 CEO로 취임한 카카오의 임지훈 대표는 지난 10월 취임 이후 가진 첫 기자 간담회에서 ‘온디맨드 서비스로 모바일 시대를 이끌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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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트렌드는 금융과 정보 기술, 특히 모바일 기술이 융합되는 핀테크의 가속화다. 2015년은 한국에도 핀테크 열풍이 불어닥친 해였다. 청와대 주도로 핀테크 분야에서 글로벌 트렌드에 한국이 크게 뒤졌다며 각성이 이어졌다. 그 후 각종 핀테크 산업 활성화 대책이 발표됐다. 5월에는 은행의 비대면 실명 확인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금융위가 발표했다. 꼭 은행에 가서 본인 확인을 하지 않고도 각종 온라인,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금융 서비스를 가입해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핀테크 산업을 활성화시킨다는 취지 아래 온라인으로만 영업하는 인터넷 전문 은행 예비 인가가 카카오와 KT컨소시엄에 부여됐다. 이들이 준비를 마치고 모바일 은행 서비스를 시작하면 이제 우리는 카카오톡을 통해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핀테크의 혁신을 몇몇 인터넷 전문 은행의 인가 때문이라고 보진 않는다. 이를 기폭제로 핀테크 시장이 커질 것이고, 크고 작고 틈새를 파고들려고 노력하는 수많은 핀테크 스타트업이 탄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진짜 혁신은 이들에 의해 이뤄질 것이다. 그래서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한국에 비해 견제가 적은 미국과 유럽 등의 시장에서는 은행의 ‘언번들링’화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은행의 언번들링이란 백화점식으로 예금, 대출, 송금, 자산 관리, 카드 등 각종 금융 서비스를 묶음으로 제공하는 은행의 서비스가 해체되고 있다는 뜻이다. 틈새시장을 공격해 들어가는 스타트업이 이를 이끌고 있다. 특히 스타트업의 편리한 모바일 앱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모든 것을 모바일로 해결하는 데 익숙한 35세 이하의 밀레니엄 세대는 은행의 언번들링 현상을 가속화시키는 주역이다. 귀찮은 발걸음 대신 가볍게 앱을 여는 것이다. 이제 은행의 오프라인 지점은 점점 사라지고 금융은 더욱 개인화되어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가는 시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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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트렌드는 플라스틱 신용카드를 사라지게 할 모바일 페이먼트의 급속한 보급이다. 핀테크의 가장 큰 영역이기도 한 결제. 여기서 카드 없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모바일 페이먼트 전쟁이 2016년에는 본격화를 넘어 격전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2014년 말 등장한 애플페이는 초기 기대만큼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아이폰을 결제 단말기에 가져다 대고 지문을 눌러서 결제하는 쉽고 안전한 결제 수단이긴 했지만 플라스틱 신용카드를 꺼내 긁는 사람들의 습관을 바꾸지는 못한 것이다. 또한 NFC기술을 지원하는 결제 단말기를 매장별로 다시 비치해야만 했던 것도 큰 벽이었다. 그 결과 맥도날드, 베스트바이 등 거대 체인 음식점, 상점을 제외하고는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없었다. 이 역시 애플페이가 실생활을 파고들지 못한 이유다. 그러나 2015년 한국과 미국에서 론칭한 삼성페이는 기존의 카드 단말기에서도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삼성페이를 위해 새로운 기기를 추가로 비치할 필요가 없는 것이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삼성의 텃밭인 한국 시장에서는 두 달 만에 가입자 1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안심하긴 이르다. 이 밖에도 구글의 안드로이드페이, 체이스 뱅크가 선보이는 체이스페이 등 본격적인 모바일 결제 전쟁은 지금부터이니까.

관전 포인트는 역시 애플이다. 애플페이의 첫해 성과가 저조했다고 해서 애플을 얕잡아볼 수는 없다. 아이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아이폰의 점유율이 높아져 있는 데다 미국에서 IC카드 사용이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NFC결제 기능을 갖춘 결제 단말기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고 있다. 애플페이가 서서히 저변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2016년 상반기에는 중국에 상륙할 것이라는 게 확실시된다. 반면 기존의 결제 단말기에서도 사용이 가능한 삼성페이의 상대적 장점은 시간이 갈수록 퇴색할 것이다. 기술 때문이 아닌 스마트폰 점유율 때문이다. 프리미엄 폰에서는 애플에 밀리고 값싸고 좋은 저가 폰 사이에서는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회사들이 막강한 세를 과시하고 있어서다. 삼성페이가 아무리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도 결국 삼성 스마트폰이 팔리지 않는다면 삼성페이의 시장점유율을 높일 방법은 없다. 게다가 중국에서는 기존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나 텐센트의 텐페이가 확고한 강자로 자리 잡고 있다. 삼성페이뿐 아니라 애플페이가 이들을 넘어설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어쨌든 전 세계적으로 현금이나 플라스틱 카드 사용은 점점 줄어들 것이 확실하다. 그리고 그 자리를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를 통한 모바일 페이먼트가 대체할 것이다. 문제는 누가 승자가 되느냐다. 2016년 말이면 어느 정도 가늠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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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트렌드는 페이스북을 통한 미디어 소비의 증가 현상이다. 나는 2015년 11월 낭만닥터라는 한 의사의 블로그 글을 보고 재미있다고 생각해 별생각 없이 페이스북으로 공유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겼다. 글을 공유한 내 페이스북 포스팅에 ‘좋아요’가 7000개가 찍히고 1000명이 넘는 공유가 이뤄졌다. 글쓴이의 블로그 글에는 하루 22만 명의 방문자가 몰리기도 했다. 네이버나 다음의 메인 페이지에 올라도 나오기 힘든 트래픽이 발생한 것이다. 며칠 동안 이 글은 많은 이들에게 회자됐다. 유력 일간지에 실린 글보다도 더 높은 화제를 낳은 것이다. 나는 이 일을 계기로 미디어 파워가 포털이나 검색엔진에서 소셜 미디어, SNS로 넘어가고 있는 것을 실감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찾아내 트래픽을 밀어주는 소셜 미디어의 힘이 2016년부터는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맹위를 떨칠 기세다. 전통 매체의 기사도 SNS를 타야 화제가 되고 사람들이 읽는다. 이제 종이 매체에만 머물러서는 콘텐츠 유통이 되지 않는다. 기존 매체들이 네이버 등 검색엔진에 최적화시킨 뉴스를 유통시켜 트래픽을 올렸다면 이제는 SNS, 특히 페이스북을 잘 활용하는 매체가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은 특히 언론사의 웹페이지에 들어가지 않고도 페이스북 내 뉴스 링크를 클릭하면 바로 기사를 볼 수 있는 ‘인스턴트 아티클’ 기능을 언론사들과 함께 실험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SBS를 파트너사로 선정하고 곧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 기능이 활성화되면 페이스북을 통한 뉴스 소비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2016년에는 다시 한 번 페이스북의 ‘좋아요’ 공유 수를 늘리기 위한 언론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2016년을 이끌 디지털 트렌드를 꼽으면서 놀라운 점은 우리의 생활 모든 영역이 디지털 트렌드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먹고 입고 커뮤니케이션하는 모든 영역이 이제는 디지털 기술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 어쩌면 디지털 트렌드는 우리 삶의 트렌드라고 볼 수도 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IT 전문가조차 어지러울 정도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