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quire Korea, 2016년 1월
에디터_최태형 포토그래퍼_박남규

연극 〈거미 여인의 키스〉의 객석은 대부분이 여자 관객의 자리였다. 관객 사이사이에는 TV에서 본 익숙한 얼굴도 눈에 띄었다. 김호영을 응원 온 연예인들이었다. 공연이 끝난 후 커튼콜이 시작됐을 때 플래시 세례가 향한 곳도 그였다. 뮤지컬과 연극 무대에선 자신만의 팬덤을 구축한 김호영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놀란 건 그의 팬덤을 실감한 것 때문이 아니다. 엔터테이너적 기질이 다분해 내심 가벼울 거라 생각한 그의 연기가 굉장한 몰입을 선사해서다.

사실 김호영은 2002년 뮤지컬 〈렌트〉로 데뷔 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뮤지컬과 연극 무대를 오가며 이미 실력을 입증한 배우다. 〈맨오브라만차〉 〈모차르트 오페라 락〉 〈아이다〉 등 최고의 뮤지컬로 평가받는 공연에서 그의 이름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붙박이 주연배우로 활동하면서도 연출과 극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기도 했다. 모차르트를 연기해 극찬을 받은 후 〈라카자〉의 집사 자코브 역을 선택했을 때도 그랬다. 모두 그를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결국 그는 자코브 역으로 한국뮤지컬대상 최우수조연상을 거머쥐었다. 작은 역할도 그만의 스타일로 해석하는 특유의 무대 장악력 덕이다.

그의 무대를 보고 나선 사실 궁금증이 앞섰다. 그의 의상과 외모, 행동뿐 아니라 그가 하는 일 모두가 의아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뮤지컬 무대 위에서 충분히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했는데 굳이 연기가 아닌 다른 일을 벌일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였다.

김호영이 하는 일은 연기 말고도 굉장히 많다. 자칫 그가 뭘 하는 사람인지 까먹을 정도다. 무대 밖에선 자신의 이름을 딴 호이 카페, 도시락 배달 사업 등에 매진한다. 동시에 두 개의 라디오 프로그램의 고정 게스트이며 자신의 이름을 딴 오프라인 토크쇼를 기획 진행하기도 했다. 그에게 던진 첫 질문이 연기에 대한 게 아닌 건 어쩌면 당연했다.

“대체 뭘 원하는 건가요? 올해는 뭘 할 거예요?”

김호영을 향한 질문은 이렇게 시작했고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유명해질 거예요.”

사실 그의 연기를 보지 않았다면 큰 인기를 원하는 순진한 배우, 혹은 야망을 실토하는 욕심쟁이로 보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들리지 않았다.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고 매년 생각해요. 공연 무대에서 연기로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고 만족스럽지만 더 많은 걸 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올해는 작년보다 더 유명해져야 해요.”

뮤지컬을 통해 얻은 명성으로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아가는 것도 이미 그에게는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생각하는 더 많은 게 어떤 건지 다시 묻게 됐다.

“제가 생각하는 저의 롤 모델은 어느 멋진 배우가 아니에요. 오히려 오프라 윈프리에 가깝죠. 제가 직접 콘텐츠가 되기도 하고 콘텐츠를 만들기도 하는 거예요. 제가 브랜드가 되어야 가능하죠. 유명해지겠다는 건 허황된 이유 때문이 아니에요. 어쩌면 제 자신을 냉정히 파악하고 있는 거죠. 만족해서는 이룰 수 없으니까요. 전 대중이 볼 땐 아직 무명이에요. 제가 방송을 해서, 혹은 유명인들과 함께 작업한다고 해서 그들이 절 끌어줄 순 없어요. 아니, 끌어주더라도 제가 갖추고 있지 못하면 단발적으로 끝나게 되죠. 그래서 제가 스스로 인지도를 끌어올려야 해요. 그게 노력의 원동력이에요. 허황된 높은 꿈을 꾸는 게 아니라 스스로에게 냉정한 거죠.”

김호영은 대화 중간중간 ‘드림 노트’라 이름 붙인, 자신의 꿈을 적는 노트에 대해 말했다. 그가 인지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하나씩 이루고 지워가는 모습이 그에게서 보였다. 올해는 ‘유명해지자’는 항목도 지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