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화하고 따뜻함을 가진 백열전구가 퇴출됐다. 에너지 효율이라는 잣대로 감성을 판단할 수 있을까? LED 전구에게 기대를 걸어봐도 좋을까?
Esquire Korea, 2014년
글/최태형 사진/장현우, 게티이미지 어시스턴트/조은혜
백열전구의 종말
백열전구가 밀려나고 있다. 올해부터 우리나라는 백열전구의 제조와 수입 판매를 금지했다. 한국은행 생산자물가지수를 조사한 1965년 이래 처음으로 항목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국민 경제 물가 수준을 측정하는 가장 대표적인 물가지수다. 뒤집어보자면 이제 더 이상 한국에서 백열전구가 설 곳은 없다는 말이다.
사실 예견된 일이다. 유럽연합에서는 이미 2009년에 100와트의 백열전구 판매를 금지했고 2012년 완전히 백열전구를 몰아냈다. 일본도 백열전구 생산을 중단한 지 오래다. 2012년부터다. 미국은 우리와 같은 올 1월 1일부터 40와트와 60와트 백열전구의 생산과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냉정하다. 백열전구를 타박하는 이유가 그렇다.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게 퇴출의 이유다. 백열전구는 에너지의 5퍼센트만을 빛을 내는 데 사용한다. 나머지 95퍼센트는 열로 방출된다. 열에 따른 화재의 위험성도 그만큼 높다.
그렇지만 서운하다. 1879년 에디슨이 발명한 이래 100년이 넘게 열렬히 빛을 냈던 백열전구다.
백열전구는 인간 역사의 놀라운 발명품이었다. 마치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준 것과 비견됐다. 불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인간은 불을 이용해 도구를 만들었고 다른 동물을 정복했다. 도구를 이용해 토지를 경작하고 인류를 만들었다. 백열전구도 마찬가지였다. 어둠을 밝힌 것보다 더 큰 공로를 세웠다. 백열전구를 밝히기 위한 전기 기술의 발전을 이끌었고 전기 기술의 진보는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기기들의 발전에 이바지했다. 현대 문명 시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우리에게 와 닿는 공로는 더욱 푸근하다. 백열전구의 빛은 온화하고 따뜻하다. 마치 양초의 불빛과 닮았다. 에디슨이 전구의 밝기를 세는 단위로 초(candle)를 사용했던 것을 보면 시작부터 그랬다. 백열전구에는 효율로만 판단할 수 없는 따뜻함과 온화함이 있다. 감성을 효율이라는 잣대로 판단할 순 없다.
국가가 나선 이유다. 냉정하게 백열전구의 생산과 유통의 금지를 법으로 정한 이유다. 백열전구가 수많은 기술 발달 속에서도 100년 넘게 자리를 지켰기 때문이다. 할로겐등, 형광등, LED 전구들이 100년 전 백열전구에 맥을 못 추기 때문이다. 그만큼 백열전구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효율이라는 기준도 백열전구를 선택하는 것을 막지 못하기 때문이다.
LED 전구가 백열전구를 대신할 수 있을까?
“무엇인가의 종말을 믿는다는 것은 전형적인 문화적 입장입니다.” 움베르트 에코의 말이다. 백열전구의 퇴출을 걱정하는 것도 사실 그렇다. 백열전구가 없어지는 것을 걱정하는 게 아니다. 창밖을 바라보며 따뜻한 코코아를 나눠 마시던 노란 빛의 카페를 잃는 게 두려운 것이다. 백열전구 아래서 페이의 어깨에 기대 잠을 청하던 〈중경삼림〉 속 양조위를 영영 잃게 될까 봐 아쉬운 것이다. 백열전구가 만들어놓은 이미지와 추억이 영영 사라져버리는 게 걱정이다.
백열전구의 대안은 많다. 우리가 이미 쓰고 있는 할로겐 전구도 그렇고 삼파장 전구도 있다. 그중에서도 LED 전구는 백열전구의 대체제로 각광받는 중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추억의 종말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백열전구를 보고 느끼는 따뜻함과 온화함은 두 가지 측면에서 수치화할 수 있다. 첫째는 색의 온도다. 색의 온도는 빛의 따뜻함과 차가움을 결정한다. 색온도의 단위는 흔히 K로 표시하는 켈빈(Kelvin)이다. 이 값이 낮으면 붉은빛을 내며 차가운 느낌이 난다. 촛불은 1700켈빈 정도며 백열전구는 2700켈빈 정도다. 할로겐등은 4500켈빈을 나타낸다. LED 전구는 색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데 우리가 쉽게 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는 것은 2700켈빈 정도로 백열전구와 다를 바 없다. 또 하나는 연색지수다. 연색성이라고도 부르는 이것은 인공의 빛이 표준 광원과 얼마나 비슷하게 색을 표현하는가를 평가한다. 최댓값은 100이다. 태양이다. 연색성이 낮다는 것은 조명 아래서 색의 구별이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백열전구는 연색성이 100에 가깝다. 형광등은 65~75 사이다. 할로겐등과 LED 전구는 90 이상을 보인다. 색온도와 연색성을 판단하면 LED 전구는 백열전구의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백열전구를 밀어내는 핵심적인 이유인 효율성도 좋다. 백열전구에 비해 6배 이상 좋은 에너지 효율을 낸다. 이는 할로겐등에 비해서도 5배가량 높은 수치다. 물론 1만원 정도 하는 가격이 자칫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25배 이상 긴 수명을 생각하면 오히려 싼 것이다. 정리하자면 LED 전구는 백열전구가 주는 따뜻함, 비교할 수 없는 긴 수명 그리고 높은 에너지 효율을 가진 완벽한 대체재다.
[박스] ABOUT LED — light emitting diode
발광 다이오드는 전압을 순방향으로 가했을 때 빛을 내는 반도체 소자다. 제조에 따라 자외선 영역에서 적외선, 가시광선 영역까지 색상 표현이 가능하다. 구조가 간단해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필라멘트가 없어 진동에 강하며 수명이 길다. 백열전구를 대체할 유력한 광원이다.
[박스] 백열전구
1879년 미국의 발명가 에디슨에 의해 발명되었다. 인류가 만들어 100년 이상을 사용한 빛이다. 효율이 낮은 이유로 전 세계적인 퇴출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올해 1월부터 제작과 판매가 금지됐다.
[박스] 소개 제품
GE | LED G110
완벽한 구 형태의 LED 조명 심미적인 디자인 조명이다.
GE | LED A19 Crown
백열전구와 유사한 빔 각도를 구현시켜 고른 빛을 분사한다.
포스코 | LED ALO13
빔 각도를 220도까지 확대한 전구형 LED 램프다. 빛을 더 넓은 각도로 퍼트린다.
필립스 | 스마트 조명 휴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1600만 가지의 색상 표현이 가능한 스마트 조명. 타이머 설정으로 켜고 끄는 것도 미리 세팅 가능하다.
오스람 | PARATHOM CLASSIC A
무수은 램프를 사용하며 최대 1만5000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동부라이텍 | LumiDas Bulb
완전 절연 소재를 적용해 감전 위험이 없는 LED 조명
필립스 | Master LED bulb designer
광원부 램프에 오목하거나 볼록한 커버를 씌워 사용하는 분리형 제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