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quire Korea
글/최태형 사진/정태도

한국에 아이폰이 출시된 게 2009년이니까. 5년간 모바일 시장은 폭발적으로 팽창했다. 시장 팽창을 이끈 일등 공신은 뉴스였다. 사실 뉴스는 모바일 시장뿐 아니라 포털 시장 전체를 이끈 가장 중요한 아이템이다. 웹에서 소비되는 가장 보편적인 콘텐츠는 뉴스이기 때문이며, 매일 생성되는 뉴스는 마르지 않는 샘이다. 포털은 뉴스를 재유통하며 돈을 번다. 카페, 메일 등 다양한 자사 서비스를 만들고 홍보하면서도 포털 1면의 가장 중요한 자리는 뉴스 차지다. 성역이다. 포털의 메인 페이지 담당자라도 마음대로 뉴스 영역을 건드릴 수 없다.

웹의 뉴스 콘텐츠 소비 시장은 이제 자리 잡았다. 다음의 ‘미디어 다음’ 혹은 네이버의 ‘뉴스 스탠드’다. 모바일에서도 같다.

뉴스 콘텐츠 시장의 맥락은 ‘읽는 것’의 유통이다. 읽는다는 것은 소비다. 콘텐츠를 읽어 소비하면 또 다른 콘텐츠가 필요하다. 소비한다는 웹의 기준은 클릭이다. 클릭은 곧 소비했다는 증거다. 클릭을 늘리려면 질보다 양이다. 같은 제목도 토씨만 바꿔 복수의 기사로 내보내는 이유다. 눈은 글씨를 좇는다. 웹의 기사는 ‘읽는 것’보다 ‘보고 넘어가는’ 게 많다. 클릭이 흐르는 대로 보고 넘어간다. 읽든 보든 지표는 클릭이기에 상관없다.

모바일로 읽는 것은 쉽지 않다. 눈이 글씨를 좇기 전에 지친다. 읽기 전에 이동한다. 이동하면서 읽기에는 또 눈이 아프다. 그래서 새로운 게 필요했다.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으로 대박 난 카카오는 모바일 시장을 가장 잘 아는 에이스다. 카카오톡이 외국 서비스를 베꼈는지 먼저 시작했는데 대박이 난 건지는 상관없다. 카카오톡이 모바일의 분위기를 이끄는 리더다. 좋든 싫든 사람이 몰리는 서비스가 좋은 서비스인 SNS 세상에선 카톡이 제일 잘하는 게 맞다. 사람이 많으니 카카오가 하면 될 것 같다.

카카오가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을 만든다고 했다. 게다가 마켓이란다. 그게 카카오페이지다. 한국 웹의 불문율은 유료 서비스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음도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다. 온라인 우표제로 대량 메일에 수수료를 부여하겠다던 게 그거다. 프리챌은 망했다. 커뮤니티 서비스로 승승장구하다가 유료 전환으로 생명력을 잃었다. 유저에게 웹은 일종의 공공재였다.

그런 유저에게 카카오가 콘텐츠를 팔 거라고 했다. 포털이 볼 때 카카오는 젊은이 같았다. 조직의 나이는 조직의 문화로 판단한다. 오래돼도 젊은 회사가 있고 신생 기업도 늙은 회사일 수 있다. 카카오는 문화나 나이 모두 젊은 회사다. 여기에 더해 젊은 시장인 모바일을 지배하고 있다. 무모해 보이던 일을 에너지로 만들었다. 돈이 될까 싶었던 메신저 서비스로 돈을 만드는 것도 위협적이긴 했지만 새로운 시장을 뚫어놨으니 고맙기도 했다. ‘카카오톡이 하는 그 서비스, 우리도 해요’ 하고 묻어갈 수 있으니 나쁜 것만도 아니었다. 전통적인 웹 광고주는 그래도 네이버와 다음이라면 믿고 광고를 주니까. 그래서 “걔들이 뭘 팔겠다던데?” 하곤 놔뒀다.

카카오는 호기 넘쳤다. 2012년 11월 기자들에게 직접 이메일을 돌렸다. “모바일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카카오가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디려 합니다. 카카오가 생각하는 미래를 함께해주시기 바랍니다.” 다들 궁금해했다. 이메일을 보내고 일주일 후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호텔에서였다. 이석우, 이제범 공동 대표도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노출을 꺼리던 그들이다. 카카오가 생각하는 플랫폼은 ‘읽는 것’이었다. 온통 소문이 났다.

카카오가 새로운 서비스 카카오페이지로 ‘읽는 것’ 시장을 점령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카카오페이지는 모바일로 콘텐츠를 사고파는 한국판 아이북스다. 바라보던 포털은 맘이 분주해졌다. 사실 포털은 그동안 서비스보다 콘텐츠로 재미를 보고 있었다. 카카오는 콘텐츠가 아닌 서비스를 만들었다. 그런데 서비스를 하던 카카오가 포털의 밥그릇을 정조준한 거다. 성공을 맛본 젊은이다. 콘텐츠 제작자도 덩달아 신이 났다. 카카오톡이 SNS로 실어 나르면 대박이 날 것 같았다. 다들 카카오페이지만을 위해 콘텐츠를 재편집하기로 했다.

다음에는 재빨리 TFT팀이 만들어졌다. 이달 서비스를 선보인 ‘스토리 볼’ 팀이다. 목적은 단순하고 명확하다. 카카오페이지를 카피하라.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이름만 ‘네이버 포스트’라고 했다. 목표는 같았다. 사실 포털이 몰라서 못했던 것은 아니다. 늙어버린 그들이 ‘이미 다 해봤던 것’들이다. 모바일로 넘어갔을 뿐 골조는 같다. 그런데 카카오가 한다니 덜컥 겁이 난 것이다.

2012년 5월 화면에는 ‘실패의 이유’라는 타이틀이 크게 보여지고 있었다. 카카오가 마련한 카카오페이지 콘텐츠 제작자 간담회 자리다. 콘텐츠 제작자 사이에서 카카오페이지에 대한 불만들이 터져 나오던 시점이다. 판매 랭킹 1위인 허영만의 <식객>조차 카카오페이지에 연재하는 것을 후회한다고 했다. 카카오페이지는 독립된 콘텐츠 제작 툴을 이용해야만 콘텐츠를 올릴 수 있다. 콘텐츠 제작자들은 고생만 하고 결과는 형편없자 화가 났다.

실패 요인은 대부분 예상했던 것들이다. 콘텐츠 제작 툴의 어려움. 콘텐츠 뷰어 최적화 미흡, 콘텐츠 특성이 제작자마다 모두 달라 몰입이 힘듦, 콘텐츠 퀄리티 불만, 유료 모델인 초코에 대한 불만. 카카오가 스스로 판단한 실패 요인이다.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효용은 미지수다. 네이버와 다음은 급할 게 없어졌다. 힘이 빠졌다 카카오페이지가 흥했으면 더 늦기 전에 뛰어들어야 한다며 분주했을 텐데. 그럴 이유가 없어졌다. 뭘 해야 할지 몰랐다. 따라서 망하느니 다시 생각해보는 게 낫다. 다음 버전의 카카오페이지인 스토리볼은 8월 중순 오픈했다. 굳이 결제 모듈을 넣진 않았다. 이러나저러나 돈이 안 되는 걸 알고 있다. 네이버 포스트는 내부 테스트를 진행하고도 오픈하지 않고 있다. 서비스 대신 간보기용 홍보 기사만 흐른다. 카카오페이지를 잡겠다며 네이버도 다음도 열 내고 있다는 기사다. 당사자들은 이미 식은 지 오래다.

작은 화면으로 콘텐츠다운 콘텐츠를 소비하기란 쉽지 않다. 몰랐던 일도 아니다. 손바닥만 한 작은 화면 한쪽으로 묵직한 텍스트의 무게를 지탱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자명한 사실의 재확인일 뿐이다. 웹은 다시 잠잠해졌다. 한동안은 조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