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quire Korea, 2015년
글/최태형
인용 리드: “앞으로 10년 안에 가상 세계에 거주하는 인구가 지구 상의 실제 인구를 넘어설 것이다.”
풀 쿼트: 알고리즘은 사이버 공간을 움직이는 법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무의미한 요즘 알고리즘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알고리즘을 좌우하는 막대한 권력에 대해서 말이다.
구글 회장 에릭 슈미트와 구글의 싱크탱크인 ‘구글 아이디어’ 소장 제러드 코언이 미래를 예견한 책 <새로운 디지털의 시대>에서 한 얘기다. 이는 실제 세계와 마찬가지로 사이버상의 세계가 인간에게 직접적인 영향력을 끼치게 될 거라는 말이다. 이 말은 아마도 10년보다 훨씬 빠르고 급격하게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사이버 세계의 활동이 현실 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정보의 이동이 아닌 실제 재화의 이동을 이끌어내고 있다. 실제로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으로 1년 만에 2억~3억원의 수익을 낸 게 뉴스가 되기도 했다. 영상이 ‘인기 동영상’이 되어 상단에 노출되면서 영상에 붙은 광고가 노출된 결과다. 이는 온라인상에서 유튜브의 막대한 영향력 때문이다. 유튜브에는 1분에 100시간 상당의 동영상이 올라오며, 매달 60억 분의 영상 시청이 이루어진다. 동시에 230억 개의 메시지가 작성된다. 온라인은 물리적 경계의 제약을 받지 않고 국경을 초월한 활동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온라인의 막대한 영향력이 실제 재화를 움직일 수 있는 이유다. 개인은 이를 통해 현실의 장벽을 초월한 막대한 이득을 얻을 수도 있다. 카카오택시는 모바일을 통해 승객에게 택시를 매칭해주는 다음카카오 서비스다. ‘언제 어디서나 누르자마자 배차 완료’라는 헤드 카피로 홍보 중이다. 배차는 카카오택시의 매칭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알려진 바로는 고객이 앱을 통해 택시 호출 버튼을 누르면 반경 500미터 이내의 카카오택시 기사에게 메시지가 전달되며, 가장 먼저 OK 버튼을 누른 기사에게 배치되는 시스템이다. 기사는 손님의 위치와 목적지를 보고 OK 버튼을 누르면 된다. 위 두 가지 예는 온라인상의 알고리즘이 실제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예다. 이미 온라인상의 알고리즘이 실생활에 깊게 개입되고 있다는 말이다.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것은 알고리즘이다. 알고리즘은 온라인상의 규칙을 정의하는 법이다. 그런데 이 법이 실제 생활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 거다. 어떠한 법칙으로 이 알고리즘이 만들어지는지에 따라 현실 세계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만약 유튜브가 인기 동영상을 뽑는 로직을 특정한 개인이나 단체의 이익을 위해 유리하게 적용한다면? 만약 카카오택시가 특정 회사의 택시에 유리한 로직을 만든다면 어떨까? 극단적인 질문이지만 로직이란 언제나 상충하는 조건의 어느 한쪽의 팔을 들도록 설계돼야 하기 때문이다. 반경 500미터 안에 동일한 조건의 택시 A와 B가 동시에 OK 사인을 보낸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알고리즘은 이 두 택시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한다. 만약 알파벳순으로 정한다면 내림차순으로 할지 오름차순으로 할지에 따라 두 택시 회사의 수입이 달라지는 것이다. 비단 수입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노출되는 뉴스 알고리즘이라면 어떨까? 다음카카오는 얼마 전 다음 메인 페이지에 올라가는 뉴스를 ‘루빅스’라는 자동 추천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뉴스의 공신력을 높이고 더 많은 클릭을 이끌어내겠다는 말이다. 이는 알고리즘이 공정하다는 것을 전제한다.
그런데 만약 알고리즘이 상충하는 가치 중 특정 정치 성향의 기사를 우선한다면 어떨까? 한동안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연관 검색어가 조작이냐 아니냐로 온라인이 뜨거웠다. 특정 키워드에 대한 연관 검색어가 노출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정치적 논리에 의해 지워진 게 아니냐는 의심이었다. 이때 네이버는 연관 검색어는 자동 추천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된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냈다. 물론 온라인상의 어뷰징을 막기 위해 특정 단어를 블라인드 처리할 수는 있다는 말을 했다. 어뷰징은 목적을 가지고 결과를 조작하는 것을 말한다. 즉 알고리즘에 예외적 처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포털 사이트는 언제나 실시간 검색어를 편집해왔다. 알고리즘에 의해 움직이지만 결과의 품질이나 어뷰징 방지를 위해 예외 처리를 하는 거다. 이를테면 성인 검색어가 제외된다거나 목적을 가지고 결과를 바꾸기 위한 시도를 애초에 차단하는 것이다. 애초부터 알고리즘 뒤에 주관적 가치판단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기업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결과를 조정했다는 의심을 할 때마다 우리는 종종 같은 답변을 듣는다. 시스템은 개인이 아니라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으로 구동된다는 답변이다. 알고리즘은 공정하다는 것을 전제한 답변이다. 자동화된 가치 중립적인, 어쩌면 최선의 공정한 방법이라 전제하는 것이다. 그래서 네이버나 다음을 비롯한 온라인 기업에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면 꼭 알고리즘에 의한 결과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듣게 된다. 하지만 알고리즘 로직은 기업의 영업 비밀로 공개되지 않는다.
알고리즘은 함수와 같다. 어떤 값을 대입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알고리즘에 대입하는 가치판단은 지금 전적으로 사기업에 달려 있다. 온라인이 실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즘 온라인상의 법, 알고리즘 뒤에서 가치판단을 하는 권력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