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ED JUNE 8 2015 / 코미디언, 31세, 서울

Esquire Korea, 2015년 7월
글/최태형, PHOTOGRAPHS BY KONG YOUNGKYU

내가 언제부터 코미디언이 되고 싶었는지는 모르겠다. 내 기억에는 없다. 그런데 고등학교 친구 말로는 내가 집에 가는 길에 코미디언이 되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고 하더라. 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나는 원래 내성적이고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어려서부터 예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지금, 살면서 오늘이 가장 예쁘다.

코미디언이 되고 나서 예쁘다는 말을 듣는다. 코미디언이 된 뒤 무대 위에서 예쁜 역할을 맡게 됐다. 그러다 보니까 예쁘다는 말을 듣는데, 욕심이 나서 점점 더 예뻐지고 싶다.

여자로서 예쁘게 보이고 싶은 것과 코미디언으로서 웃기고 싶은 기로에 설 때가 있지만 고민하지 않는다. 웃기고 싶다.

망가지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다. 두려운 건 망가졌는데 웃기지 못한 거다. 그럴 땐 많은 사람들 앞에서 벌거벗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사람들 앞에서 웃기거나 나를 망가뜨리는 게 한 번도 힘들거나 불편했던 적은 없다. 그런 내 모습이 멋있다. 사람들이 좋아하면 신난다.

〈라디오스타〉에 ‘듣도 보도 못한 실시간 검색어 1위 연예인’이라는 주제로 나갔었는데 그게 나에겐 전환점이 됐다. 그 방송 후로 재미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나는 9년간 원래 하던 대로 해왔다. 그런데 그동안 사람들이 나를 참 재미없게 봤구나 하는 생각을 이번에 하게 됐다. 옛날엔 ‘노잼’이었는데 요즘은 재미있다고 하는 사람도 많다.

9년간 무대에서 쌓은 내공이 있었기 때문에 〈라디오스타〉에서 주목받을 수 있었던 거 같다. 사실 코미디 무대에서 ‘꽃게’ 흉내라든지 다른 개인기도 엄청 많이 했던 거다. 코미디 무대가 아닌 예능 프로그램에서 하니까 사람들이 놀란 거 같다.

코미디나 콩트가 마치 예능 프로그램에 비해 올드하다고 느끼거나 낮은 장르라고 생각하는 대중들도 있는 것 같은데 그럼에도 코미디와 콩트는 계속 있었다. 그 이유는 찾는 사람들,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코미디는 뭘까? 웃기는 게 코미디인데 생각해보니 그게 다는 아니다. 어렵다.

나는 내가 남을 잘 웃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코미디언이 하고 싶었다.

카메라나 무대 앞에서는 1분 1초도 쉴 수 없다. 웃기고 싶다는 욕구로 가득 차 있다. 머리가 막 쉴 새 없이 돌아간다.

여성 코미디언은 뚱뚱하거나 예쁘거나 둘 중 하나여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건 잘 안 된 사람들의 핑계다. 물론 캐릭터가 강하면 수월할 순 있다. 그런데 나는 예쁜 것도 아니고 뚱뚱하지도 않다. 그냥 ‘예쁜 캐릭터’인 거지, 실제로 배우처럼 예쁜 사람이 아니지 않나.

다른 방송사에서 코미디를 하는 사람인데 KBS에 들어오려고 다시 시험을 보는 경우도 있었다. 나 역시 KBS 공채 코미디언인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기도 했다. 〈개그콘서트〉만의 프라이드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그런 경계가 무너진 것 같다.

공채 코미디언이 됐다고 해도 월급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공채 코미디언도 경제적으로 힘든 경우가 많다.

같은 방송을 하는 사람인데도 코미디언이라는 이유로 대접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도 있다. 예를 들면 옷 협찬을 받으려고 하는데 안 해준다거나 하는 경우다. 그런데 기분 나쁘다기보단 웃겼다. 코미디언 허경환만 협찬해준다고 하더라. 뭐? 허경환? 협찬해주는 사람들도 기준이 확실히 있는 건 아니구나 싶었다.

코미디언이 된 지 이제 거의 10년이 되어간다. 배운 거라면 내려놓는 거다. 한때는 대박 코너를 만들어 예능 MC도 하고 CF도 찍어야지 하는 생각이 많았다. 그런데 생각대로 되지도 않고… 그냥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코미디언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웃음을 찾는다. 장례식장에서도 웃기고 싶어 안달이다. 긍정적인 성격이 된 것 같다.

지금까지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역시나 무대 위에서 웃기지 못한 순간이다. 지금 하는 〈코미디 빅리그〉의 코너 ‘썸앤쌈’에서 나는 쉽게 말해 ‘깔아주는’ 역할이다. 유상무와 달달한 연기만 하면 되는 건데 조금씩 웃긴 부분이 생기니까 욕심이 나더라. 내가 느닷없이 돼지 흉내를 냈는데 분위기가 냉랭했다. 무릎 꿇고 네 발로 기어 다니기도 했는데 마찬가지였다. 무대 위에서 손이 저렸다. 혈액순환이 안 되더라. 지금 생각해도 피가 안 통하는 것 같다.

코미디언들 사이에서 ‘정말 웃긴다’, ‘잘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독한 사람이다. 365일 코미디를 구상하다 보니 우리끼리는 속된 말로 ‘또라이’ 같은 사람을 재미있다고 한다.

코미디언과 연예인은 다르다. 얼마 전 누군가 코미디언이 되고 싶은 사람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말했다. 연예인이 되고 싶은 거라면 하지 말라고.

다른 욕심은 별로 없다. 행복 지수가 높다. 조금만 좋아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