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quire Korea, 2014년 8월
글/최태형 취재 협조/오디오갤러리
프랑스에서 만난 달콤한 사운드, 포칼
요리로 유명한 프랑스에서도 리옹은 손꼽히는 미식의 도시다. 프랑스에서야 어디에서 무엇을 먹든 실망하는 법이 없지만 리옹은 더욱 특별하다. ‘세계 음식의 수도’라는 별명이 괜한 말이 아니다. 리옹 사람들의 음식에 대한 고집은 작고 특색 있는 부숑에 잘 드러난다. 리옹만의 방법으로 합리적인 가정식을 만드는 식당을 지칭하는 ‘부숑’은 그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이기도 하다. 여기에 프랑스산 와인까지 곁들인다면 음식은 예술이 된다. 때론 입이 데일 만큼 뜨겁고, 때론 정신을 놓을 만큼 몽롱한 예술.
요리와 음식은 삶을 대하는 자세를 반영한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어떻게 대하는지는 매일 먹는 음식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일상에 관심을 가져야 비로소 좋은 요리가 나온다. 리옹은 그래서 삶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삶마저 예술로 만든 이들이 진짜 예술을 대하는 자세는 어떨까?
포칼(Forcal)은 리옹 인근 생테티엔에 위치한 35년 역사의 음향 기기 브랜드다. 음악과 소리를 단순히 기술로 표현하긴 힘들지만 포칼이 소리를 대하는 자세를 보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포칼을 설립한 자크 마욜은 원래 오디오 엔지니어였다. 그는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두고 포칼을 운영했다. 포칼은 스피커를 채우는 모든 부품을 생테티엔에 위치한 공장에서 자체 생산한다. 하이엔드 브랜드 사이에서도 흔치 않은 고집이다. 보통 드라이버 유닛을 외부 업체에서 구입해 조립하거나 타 업체의 부품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지만 포칼은 용납하지 않는다. 공장 역시 값싼 노동력의 중국으로 이전하지 않는다. 이는 이들의 자신감과 기술력이 보통이 아님을 말해준다. 기술력에 따른 자신감은 1980년대 초 이미 트위터 스피커(고주파 대역을 출력하는 스피커를 지칭)를 독보적인 방식으로 만들어 특허를 획득했을 때부터 시작됐다. 보통의 트위터는 돔 형태이지만 이들의 트위터는 거꾸로 된 돔 형태다. 오목하게 들어간 돔 형태의 트위터는 물리적 특성상 일반 돔 형태보다 훨씬 적은 에너지로 진동판을 움직일 수 있다. 그만큼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소재 역시 남다르다. 트위터를 만들기 위해 베릴륨을 사용하는데 이는 항공기와 우주선에 쓰이는 소재다. 금보다 100배 비싼 가격을 감수할 만한 베릴륨의 특징은 높은 강도와 가벼움이다. 다이아몬드의 4분의 1 정도 무게로 넓은 주파수 대역을 커버할 수 있다.
포칼은 마치 리옹을 대표하는 부숑 같다. 자신들만의 고집과 합리적인 가격 그리고 삶을 예술로 바꾸는 능력까지 닮았다. 스피커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이라면 포칼이라는 이름을 기억해도 좋을 것이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