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quire Korea, 2014년 6월 (추정)
글/최태형 사진/현다원
#해시태그_제너레이션
‘우물 정’이라 부르던 # 기호는 이제 세상을 연결하는 가장 강력한 기호가 됐다.
# 기호를 보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우물 정’이라면 시대에 뒤처져가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샵’이 떠올랐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유선 전화 다이얼이나 오선지 위에 있던 #은 이제 잊어도 좋다. # 기호는 이제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고 간편한 도구가 됐으니까.
# 기호가 가장 빈번히 사용되는 곳은 바로 SNS다. 온라인은 지금 #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시태그라 부르는 #은 원래 SNS상의 특정 키워드만 모아 볼 수 있도록 약속한 기호다. 어떤 키워드든 단어 앞에 해시태그를 붙이면 자동으로 검색 링크가 생성된다. 해당 링크를 클릭하는 것만으로 온라인상에 펼쳐져 있는 동일 주제의 콘텐츠를 쉽게 모아서 볼 수 있다. 트위터에서 처음 시작된 기능은 이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대표 SNS의 기본 기능이 됐다.
사실 검색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특정 키워드를 주제로 모으는 기술은 별로 특별할 게 없다. 기초적인 기술을 특별한 것으로 바꾼 건 웹을 공유와 교류라는 큰 키워드로 이해하는 사용자들이다.
www 즉 월드 와이드 웹으로 대표되는 지금의 인터넷은 처음부터 정보의 공유와 결합을 목표로 달려왔다. 하이퍼텍스트(Hypertext)는 이런 개념에서 등장한 원리다. 문서를 시작부터 끝까지 읽어내려가는 예전의 방식이 아니라 중간중간 모르거나 관심 있는 키워드에 또 다른 문서를 엮어두는 식이다. 이게 텍스트를 초월한 텍스트라는 뜻의 하이퍼텍스트다. 웹은 하이퍼링크라 부르는 연결 고리를 통해 클릭 한 번으로 언제든 자신의 관심 분야로 이동할 수 있다. 또한 웹의 등장과 함께해온 세대는 웹상의 공유를 기본적으로 고려해 문서를 제작했다. 문서를 작성하는 순간부터 검색할 다른 사람, 혹은 검색 엔진의 검색 용이성을 고려해 검색엔진 최적화(SEO: search engine optimization)를 해왔다. 웹사이트를 제작할 때 눈에 보이지 않는 소스에 검색엔진이 구분할 수 있는 카테고리를 달아두거나(메타태그) 문서를 공통된 형식으로 구조화하려는 표준화 노력(웹 표준)이 그렇다.
이런 노력이 개발자들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자발적으로 대중화된 게 바로 해시태그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동시에 지금 온라인을 이용하는 세대들의 위트와 시대정신의 반영이기도 하다.
설명은 거창했지만 사실은 간단하다. SNS 유저들은 단순히 해시태그를 검색의 용이함을 위해서만 사용하지 않았다. 지금의 온라인 사용자들은 설명서 따위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경험으로 익히는 세대다. 이리저리 터치해보며 사용법을 익히면 그만이다. 그도 아니면 그냥 자신만의 스타일에 맞게 창의적으로 사용한다.
단순한 해시태그가 무한한 생명력을 갖게 된 것도 바로 이런 사용자들의 특징 덕분이다. 지난 5월 칸영화제의 레드 카펫에는 독특한 피켓을 든 여배우가 등장했다. 멕시코 여배우 셀마 헤이엑이 그 주인공인데 그녀가 든 피켓에는 ‘#BringBackOurGirl(우리의 소녀들을 돌려보내라)’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는 나이지리아에서 무장 괴한들에게 납치된 270명의 여학생들을 돌려보내라는 뜻이다. 그녀는 해시태그를 통해 이슈에 대한 관심과 관심의 공유를 하나의 운동으로 증폭시켰다. 트위터 검색창에 ‘#BringBackOurGirl’을 입력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관심과 지지를 보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터키의 누리 빌제 세일란 감독 역시 레드 카펫에 ‘#SOMA’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입장했다. 터키 소마에서 일어난 탄광 사고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을 촉구하는 의미다. 이렇듯 해시태그는 하나의 사회운동을 이끄는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물론 이렇게 진지하기만 한 건 아니다. 지난 동계올림픽을 마지막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한 김연아에게는 ‘#고마워연아야’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그녀를 응원하기도 했다. 유독 오스카상과 인연이 없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는 ‘#poorleo(불쌍한 레오)’, ‘#GiveLeoAnOscar(레오에게 오스카상을 줘라)’라는 해시태크를 달아 위트와 애정을 함께 보냈다.
한국에서는 문장 형식의 해시태그를 이용해 하나의 릴레이 놀이로 만들기도 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트위터 ‘실시간 트렌트’에는 ‘#다들_원하는_몸무게를_얘기해보자’라는 해시태그 놀이가 한창이다. 해당 해시태그를 누르면 온라인상의 수많은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몸무게를 공유하며 웃고 떠드는 중이다.
과연 이것들이 무슨 대단한 변화를 이끌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떤 생산적인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겠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단순한 예만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해시태그가 포함된 트윗은 그렇지 않은 트윗보다 대략 두 배가량 더 많은 리트윗이 일어난다고 한다. 특정 주제에 대한 공유와 공감의 확산이 훨씬 빠르다는 것이다. 기업이 마케팅에 해시태그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해시태그의 진정한 가치는 자발성이다. 어떻게 발전할지 가늠할 수 없게 만드는 점이기도 하다. 해시태그는 자신의 정보를 타인이 쉽게 볼 수 있도록 가공한다. 해시태그를 통해 가치의 집단적인 공유를 이루어낸다. 타인과 생각을 교류하며 관심의 촉구와 지지를 동시에 이룬다. 때로는 그저 강조의 의미로 사용하기도 하고 시답잖은 농담처럼 쓰기도 한다. 해시태그를 다는 작은 움직임으로 맛본 경험이 습관화되면 어떻게 발전할지 모른다. 집단 창작, 집단 지성에 이를 수도 있다. 자발적이기 때문이다. 이게 해시태그의 영향력이다. 지금 세대의 잠재력이기도 하다.
지금 시대는 해시태그의 시대다. 그리고 이 세대는 아마도 해시태그 제너레이션이라 불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