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quire Korea, 2014년 11월
글/최태형 사진/PR
괴작 열전
높은 기술적 우위와 창의성으로 놀라움을 선사하는 테크 제품들. 대단한 물건이 나타난다고 한들 모두 걸작으로 인정받는 건 아니다. 걸작과 괴작 사이의 제품들을 모았다. 성패보다 중요한 건 도전이다.
1 엘지 | 진공청소기 ‘로보싸이킹’
로보싸이킹은 로봇청소기와 진공청소기를 접목시켰다. 진공청소기의 흡입구가 붙어 있는 손잡이를 들고 움직이면 호스 끝에 연결된 청소기 본체가 자동으로 따라온다. 손잡이와 본체에 초음파 센서를 붙여 서로 1미터 거리를 유지하게 하는 ‘오토무빙’ 기능 때문이다. 매번 진공청소기 호스를 당겨 본체를 이동시켰던 불편을 생각하면 꽤 유용할 것 같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삼모사가 아닌가 싶다. 오토무빙 기능 때문인지 몰라도 청소기 무게가 약 7킬로그램에 달한다. 보통 진공청소기가 4킬로그램대인 걸 감안하면 확실히 무겁다. 청소를 마치고 보관을 위해 청소기를 이동시키려면 청소 시 느꼈던 기특함은 온데간데없어진다. 2011년 출시되어 2014년 고객감동브랜드 지수 1위를 차지했다.
창의성 ★★★★ 기술력 ★★★ 황당함 ★ 합리성 ★★★
2 엘지 | 1:1 비율 모니터
21:9 비율의 모니터를 판매했을 때 이미 알아봤다. 엘지가 만드는 디스플레이는 소신이 있다는 것을…. 기존 모니터들의 비율을 완전히 무시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만든다. 이번엔 1:1 비율이다. 사실 모니터가 꼭 영상 비율을 따라가야 할까 의문이 있었다. TV라면 영상의 비율대로 모니터를 만들어야 효율적이겠지만 컴퓨터라면 다르다. 윈도우의 크기를 보기 좋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큰 화면이 정사각형으로 한눈에 들어오는 게 낫다. 물론 누군가 만들 거란 기대는 없었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지만 모니터는 좌우가 넓은 직사각형이라는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엘지는 이렇게 단단한 선입견을 깨고 멋지게 만들어냈다.
창의성 ★★★★ 기술력 ★★★ 황당함 ★ 합리성 ★★★★★
3 삼성전자 | 갤럭시 NX
카메라 액정 위에 잠시 안드로이드 폰을 올려둔 게 아닐까? 아니다. APS-C 센서를 탑재한 미러리스 카메라의 OS를 아예 안드로이드로 했다. LTE를 지원해 어디서든 찍은 사진을 공유할 수 있으며 앱스토어에서 내려받은 앱으로 편집도 가능하다. 그럼 미러리스 카메라를 얼굴에 대고 전화하는 모습도 보게 되는 걸까? 아쉽게도 모든 안드로이드 폰의 기능을 수행하지만 전화 기능은 빠졌다. 전화 기능만 더해졌어도 가장 독특한 제품이 됐을 텐데…. 와이파이를 지원해 촬영한 사진을 바로 스마트폰으로 옮길 수 있는 요즘 굳이 이래야 했을까? 게다가 비슷한 사양의 카메라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비싼 가격(180만원)이다. 안드로이드 스마트 기기와 미러리스 카메라의 장점을 모두 섞으려 했지만 결과는 의도와는 반대가 된 듯하다.
창의성 ★★★ 기술력 ★★★ 황당함 ★★★★ 합리성 ★★
4 라온디지털 | 미니 노트북
가끔은 한곳에만 집중하게 될 때가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집중하는 대상 외엔 모든 걸 잊게 된다. 이럴 때 비로소 걸작이 탄생한다. 달인이 될 수도 있다. 물론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경우도 있지만…. 미니 노트북을 두곤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라온디지털은 미니 노트북이라는 이름처럼 아주 작게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액정은 7인치로 생각했다. 7인치 몸체에 키보드와 배터리, 유심과 SD카드 단자를 달다 보니 두꺼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줄인다고 줄이다 보니 줄어든 건 배터리 성능이었다. 문제는 더 있다. 본체를 줄이는 데 정신이 팔려 액세서리는 신경 쓰지 못했던 것 같다. 전원 입력 장치의 용량이 너무 커 충전 어댑터의 크기가 본체만 하게 됐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거다. 전자사전처럼 보이는 노트북과 벽돌만 한 충전기, 인터넷하기도 힘든 7인치 작은 화면. 대체 무엇을 위해 크기를 줄였단 말인가.
창의성 ★ 기술력 ★★ 황당함 ★★★★ 합리성 ★
5 소니 | 디지털카메라 ‘오도’
어떤 제품은 콘셉트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기능마저 억지로 꿰맞추는 경우가 있다. 소니가 선보인 디지털카메라 오도는 자가발전 카메라다. 자가발전과 친환경이라는 콘셉트를 카메라에 이식했다. 그게 다다. 고민의 흔적은 별로 없다. 카메라 끝에 달린 바퀴를 열다섯 번 정도 굴리면 한 번 찍을 수 있는 전력을 얻는다. 저전력을 위해 액정 따위는 과감히 포기했다. 물론 플래시도 없다.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사진의 화질도 낮다.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을 빠르게 촬영하고 싶다는 생각은 애초에 접었다. 그저 자가발전으로 사진을 찍는다는 것에 목적을 둔다.
창의성 ★★ 기술력 ★ 황당함 ★★★★★ 합리성 ★
6 GT텔레콤 | 모비프랜 GBH-S700 블루투스 목걸이 헤드셋
대놓고 여러 유명 음향 업체의 사운드를 모방해 선택해서 들을 수 있게 했다고 말하는 독특한 제품. 스스로 말하는 것처럼 좋은 건 다 가져다 붙이고 싶어 하는 제품이다. 음향뿐 아니라 기능 역시 그렇다. 블루투스 이어폰인 동시에 스피커, MP3 플레이어 기능도 있다. 몇 가지 버튼만으론 조작할 수 없을 정도다. 그래서 앱스토어에 전용 앱을 만들어놓기도 했다. 다시 음향 얘기를 해보자면, 100만원대의 고급 이어폰을 카피한 음향을 모드별로 제공한다. 젠하이저, AKG, 웨스톤 등 유명한 업체들이다. 1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많은 기능을 벤치마킹한 당돌한 사운드는 조금 궁금한 게 사실이다.
창의성 ★ 기술력 ★★★ 황당함 ★★★★ 합리성 ★★★★
7 모토로라 | 아트릭스
CES2011에서 ‘최고의 스마트폰’으로 선정된 모토로라의 아트릭스는 평범한 안드로이드 폰이다. 그러나 랩독이라 부르는 노트북 모양의 거치대와 결합하면 스마트폰의 콘텐츠를 큰 화면에서 볼 수 있다. 게다가 키보드와 스피커, USB 입력 단자가 있어 입출력 역시 편해진다. 그러니까 랩독은 그저 큰 모니터와 입출력 장치를 가진 도킹 스테이션이고 스마트폰이 두뇌 역할을 하는 거다. 자체적으로 만든 랩독의 앱은 폰 속 데이터를 큰 화면에 맞는 UI로 바꾸어 보여주기에 이질감도 없다. 그러나 문제는 가격이다. 작고 저렴한 노트북을 하나 살 수 있는 가격이 있어야 랩독을 살 수 있다. 그러니까 모니터, 키보드, 스피커 기능만 하는 도킹 스테이션을 노트북 가격으로 사야 한다는 말이다.
창의성 ★★★★ 기술력 ★★★★ 황당함 ★★★★ 합리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