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살짝 드러나는 속살, 좁은 어깨 사이로 흐르는 깊은 가슴골…. 남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

Numéro
에디터 | 최태형

굳이 닐 캠벨의 저서 <생명과학(Biology)>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남자의 뇌가 시각적 자극에 민감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 시각적 자극은 남자가 여자를 선택할 때나 섹스를 할 때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사물을 대할 때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외부적 요인에 따른 반응이 아니라 뇌 구조에 따른 본능이기 때문이다. 이호련과 조훈은 여성을 본다. 고스란히 남자의 시선을 따라갔다. 작가는 남자이고, 그들의 시선은 작품 속에서 여성을 완성한다.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은 다르지만, 그들이 바라보는 것은 남자의 시각으로 여과된 여성이다.

조훈 ‘Come to My Penthouse’

몸의 거래를 주제로, 몸을 표현 수단으로 선택한 여성들. 조훈은 흔히 ‘찌라시’라 부르는 성인용 전단지 속 여성의 모습에 집중한다. 양다리를 벌리고 과하게 몸의 일부를 부각시킨 여성의 모습은 짧은 순간 남성들의 원초적 욕구를 자극한다. 그저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이미지만 명함 사이즈의 작은 레이아웃 안에 편집된다. 그 사진 속 인물이 누구인지, 어떤 사연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몸이 표현하는 자극만이 중요할 뿐이다. 명함 정도의 크기는 남성들의 체면을 배려한 최적의 사이즈다. 사회에서 금기시하는 이미지를 손쉽게 감출 수 있는 개인적 수납공간이 바로 지갑이므로. 조훈은 지갑 속에서 숨죽이는 혹은 거침없이 드러내는 여성의 이미지를 확대해 부조로 만든다. 지갑 속에서만 다리를 벌린 여성의 이미지는 거대하게 한쪽 벽면을 채우는 작품이 된다. 대상의 전부를 조각하는 환조와 달리 한 방향에서 바라본 모습을 입체감 있게 조각하는 부조는 관찰자를 작품 정면에 서게 한다. 그리고 ‘작품’이라는 수식어는 곁눈질하던 이미지를 당당히 바라볼 수 있는 명분을 준다. 작품은 은밀한 남성의 시선을 겉으로 드러내며 남성들의 시각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이호련 ‘Overlapping Image’

이호련은 극사실주의 기법을 사용해 마치 사진 같은 그림을 그려 여성을 표현한다. 여기서 ‘사진과 같다’는 표현은 단순히 ‘사실적이다’라는 뜻이 아니라 사진을 편집한 듯한 이미지를 그림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작품으로 표현된 결과는 회화의 모습이지만 그 생리는 사진과 더욱 닮았다. 작가는 그림으로 표현할 모습을 먼저 사진에 담은 후, 컴퓨터로 중첩시키고 그림으로 그려낸다. 작가는 주로 여성의 하체를 그린다. 손으로 살짝 걷어 올린 치마, 무릎과 무릎 사이로 살며시 드러나는 속살이 그의 테마다. 엿보고 싶은 본능, 관음적 이미지들을 나타낸다. 그의 그림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 주제가 마치 사진과 같은 형식을 취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사진기는 대상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을 가장 사회적인 방법으로 구현시키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카메라의 작은 구멍을 통해 대상을 바라보는 모습은 마치 작은 구멍을 통해 ‘훔쳐보는’ 모습과 닮았다. 이호련이 그리는 여성이 사진을 닮은 것처럼.

이호련의 작품은 아트 옥션의 인기 상품이다. 그의 그림을 소유하는 것은 직접 사진에 담는 방법과는 또 다른 형태의 관음증을 해소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작품 가격이 매번 추정 가격보다 2~3배 높은 가격대를 형성한다는 것. 공개적으로 이야기되는 추정치보다 익명성을 담보로 한 옥션의 결과가 또 한번 사회 속에서의 시각을 보여준다. 옥션의 행위 또한 숨어서 바라보는 관음증의 표출인 것이다. 이호련의 시각을 통한 작품에는 더 커다란 남성들의 메커니즘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