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의 크리에이터가 그들의 백스테이지를 사진에 담았다. ‘똑딱’ 하는 영감의 순간, 그 공간.
Numéro, 2009년 11월
에디터│최태형
찰나의 영감은 언제나 멋진 작품의 시초가 된다. 그리고 ‘번쩍’ 하는 그 순간은 보통 일상에서 예고 없이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잡아내는 것이야말로 훌륭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결정적인 첫걸음. 이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꼭 필요한 아이템은 언제 어디에서나 함께할 수 있고 재빨리 꺼내 촬영할 수 있는 일명 ‘똑딱이’다. 연필과 노트는 아쉽고, 커다란 DSLR는 벅차기 때문에…. 단 한 순간도 놓치기 싫은 이들의 똑딱이가 영감을 가득 품은 그들만의 백스테이지를 담았다. ‘똑딱!’
[이사강] 뮤직비디오 감독
김강우와 라라 주연의 <니가 그립다> 뮤직비디오 촬영 때. 이 촬영의 관건은 와이어 액션이었다. 과장된 동작을 연출하기 위한 간단한 와이어 액션은 촬영해본 바 있으나 여자 주인공이 아름답게 날아다니는 연출은 처음이었다. 가냘픈 여배우의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스태프들이 테스트를 몇 번 했는데, <우뢰매>가 연상되는 전혀 환상적이지 못한 장면이 나왔다. 촬영 현장이 내 상상을 배신하는구나 싶어 실망하고 있는데, 불쑥 라라가 스스로 해보겠다며 나서는 것이 아닌가. 그녀가 시도하자 모든 스태프 사이에서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발레를 배운 라라는 여신과 같은 몸짓을 훌륭히 연출했고,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Cut! OK!
Contax T3
지금은 단종된 카메라로 ‘똑딱이’ 카메라의 최고봉 중 하나로 대접받고 있는 녀석. 카메라 동호회에 가입해 몇 번의 접선 끝에 어렵게 구입했다. T3는 사진작가 테리 리처드슨이 사용하는 카메라로 유명한데, 나 역시 T3의 모던한 샤프니스와 풍부하고 맑은 색감이 좋다.
[ Hasisi Park ] 포토그래퍼
지난 시즌에 이어 The Centaur의 2010년 S/S 뉴 제너레이션 컬렉션 영상을 맡아 참여하게 되었다. 쇼가 끝난 후 치열한 백스테이지 촬영 경쟁에서 커다란 DSLR에 둘러싸여 나 역시 손바닥만 한 Hexar로 열심히 현장을 담았다. 그런데 필름 스캔을 하고 보니 이미 사용한 보름 전 미국 로드 트립, 그것도 캘리포니아 롤에 이중 촬영을 한 것! “All burnt out California roll with beautiful and young Korean models!” 어느 사진에는 모델들 사이에 포토그래퍼가 서 있고, 어느 사진에는 뚱뚱한 라스베이거스의 ‘루저’와 야자나무가, 또 어떤 사진에는 타는 듯한 캘리포니아 선셋처럼 날아간 백스테이지가 있었다. 이런 기가 막힌 우연성, 일상성은 2.5kg 이상의 디지털카메라로는 결코 얻어낼 수 없는 보석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가끔씩 너무 의미심장해서 섬뜩할 때도 있지만.
Konica Hexar
구입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좋아하는 카메라다. ‘내 카메라’라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친구. 다른 기종의 카메라를 20개 정도 가지고 있는데 그중에 두 번째로 비싼 녀석. 혹시나 고장이 난다면 꼭 똑같은 카메라로 다시 구입할 만큼 아낀다. 단순히 스냅 카메라 이상의 기능과 렌즈를 가지고 있다. “칼자이스나 라이카보다 좋다고 자부하는 코니카 렌즈!”라고 하면 아무도 안 믿겠지? 아무쪼록 평생 아무도 믿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상영] 패션 디자이너
도산공원 매장의 최근 모습. 내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또 요즘 내가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장소이기도 하다. 지하에 위치한 숍이기에 많은 분들께 공개하지 못하고 있는데 좀 더 편안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 옷뿐만 아니라 책도 소개하고 있으며, 장르를 뛰어넘는 다양한 분야의 재미있는 책을 선별해 전시, 판매하고 있다. 작고 아담한 공간으로 아직 미진한 부분이 많지만, 더 멋진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Sony Cyber-Shot 5.1 Mega Pixels
5~6년 전 구입한 디지털카메라다. 당시에는 최신형이었는데 어느새 올드 보이가 되어버렸다. 그동안 내가 만든 대부분의 이미지를 기록하는 데 도움을 준 고마운 친구다. 기능이 더 좋은 카메라가 많지만 의리상(?) 이 친구를 쉽게 버리지 못하겠다. 손떨림 방지 기능도, 인공지능 셀프 카메라 기능도 없지만 나에게는 소중한 친구.
[김보현] 모델 에이전시 DCM 캐스팅 디렉터
모델들의 백스테이지는 나의 필드다. TV CF, 지면 광고, 잡지, 패션쇼. 패션모델들이 다양한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열심히 뛰어다닌다. 모든 모델의 컨디션을 파악해야 하고, 스케줄을 꿰고 있어야 하며, 언니 또는 누나 역할에 매니저 역할까지 소화해야 한다. 모델은 나의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일이자 생활, 친구, 보물이다.
Holga 120FN
귀여운 토이 카메라. 항상 초점이 잘 맞지 않은 몽환적인 사진이 나온다. 아주 가끔 해가 쨍쨍할 때(플래시가 없어 어두운 곳에서는 찍을 수 없다) 흔들리는 나뭇가지나 지나가는 강아지를 찍곤 했다. 그런데 얼마 전 베트남 출장에서 사랑스러운 라이카 D-LUX3를 눈앞에서 날치기당했다. 새로운 라이카가 나온다는 소식에 녀석을 기다리느라 이 토이 카메라와 함께하는 중이다. 때마침 겨울이 다가오니 이 녀석의 색감도 괜찮겠다 싶다.
[김영진] 일러스트레이터
작업하는 과정을 담은 사진. 작업하다 보면 중간 과정을 기록해놓는 게 중요하다. 디지털 작업의 경우 순차적으로 저장하면 되지만 수작업을 할 때는 그럴 수 없기에 사진을 찍는다. 작업 중간 중간 그때의 느낌을 남겨놓는 것은 그림을 그리는 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미완성일지라도 마음에 드는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누구와 함께 있는지, 언제 어디에서 작업하는지도 나에게는 그림 그리기의 중요한 요소이다.
Canon IXY 10
편하게 가지고 다닐 카메라가 필요해서 급하게 남대문에 들러 구입한 것. 기능도 화질도 특별할 게 없지만 심플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고민 없이 구입했다. 아무렇게나 가방 속에 넣고 다녀 상처가 많이 났지만 고장 없이 잘 쓰고 있다. 이게 바로 ‘똑딱이’의 진면목이다.
[이수진] 멀티숍 바이어
스테판 슈나이더(Stephan Schneider) 2009년 F/W 컬렉션 중 내가 선택한 상품들을 모아놓고 촬영한 사진이다.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바잉이란 마약 같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스타일과 디자인의 옷 중 내가 선택한 상품이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어필할지에 대한 기대감과 나의 실력에 대한 평가를 생각하면 시즌이 시작될 무렵부터 중독성 짙은 짜릿함이 전해진다.
Leica D-LUX3
직업상 해외에 나갈 일이 많아 작으면서도 성능 좋은 카메라를 찾던 중 외형도 멋스러운 D-LUX3를 알게 되었다. 클래식한 몸체에 1000만 화소와 28mm 광각렌즈까지 그야말로 내가 찾던 ‘똑딱이’. 라이카의 빨간 ‘딱지’도 자부심을 갖게 해준다. 고전적이면서 우아한 가죽 케이스는 또 어떻고!
[나승] 나진 매거진 비주얼 디렉터
대부분의 사진은 DSLR로 촬영하지만 틈틈이 필름 카메라를 이용한다. 필름이 현상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의도하지 않은 결과물이 나오기를 기대하곤 한다. 사진가에게는 스냅도 엄연한 한 컷이니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사진도 마찬가지로 촬영 말미에 찍은 것인데, 이날은 내 촬영도 아니었지만 가볍게 가지고 간 ‘똑딱이’ 덕분에 몇 장 찍게 됐다. 이런 식으로 간단하게 촬영했지만, 느낌 있는 사진을 좋아하고 즐겨 찍는다. 이런 방식이 지극히 일상적인 나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Contax T2
간단하게 촬영할 스냅이라도 특유의 색감과 애티튜드를 표현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콘탁스 제품이 나와 가장 잘 맞는다. 주로 사용하는 카메라는 콘탁스 자동 카메라 T2로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사진을 만들어낸다. T2로 찍은 사진이 모두 훌륭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퀄리티에 대한 믿음은 있다. 다만 너무 실내 촬영용으로만 혹사한 건 아닌지 미안할 따름.
[스티브 J & 요니 P] 패션 디자이너
올해 베를린 여행 중에 찍은 사진이다. 2010년 S/S 시즌 컬렉션을 기획할 당시 영감을 얻고자 베를린으로 짧은 여행을 떠났는데, 우연히 발견한 쇼윈도 속의 목조 인형과 인형극이 우리를 자극했다. 그래서 결국 2010년 S/S 시즌의 콘셉트는 ‘Puppet Theater(인형극)’로 정했다. 여행, 책, 전시회 등은 언제나 우리에게 새로운 영감을 선사한다.
Samsung NV3
제일모직이 후원한 SFDF에 선정되었을 때 선물로 받은 카메라. 크기가 작아 주머니 속에 쏙 집어넣고 다니다가 언제든지 꺼내 쉽게 찍을 수 있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