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quire Korea, 2015년 7월
글/최태형 사진/박남규

생각만으로 움직이기, 자이로드론

한 발자국 떼기 싫은 날에도 부지런할 수 있는 이유

가끔은 마음과 달리 몸이 움직이지 않는 날도 있다. 할 일은 많은데 한 발짝도 떼기 싫은 날. 요즘같이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때는 더더욱 그렇다. 그럴 땐 공항에 있는 무빙 워크가 길거리에도 깔려 있었으면 어떨까하고 상상하게 된다. 〈날아라 슈퍼보드〉나 〈백 투 더 퓨쳐〉에 나오는 떠다니는 보드도 좋겠다. 길거리에 레일을 까는 것보다 더 쉽게 원하는 곳에 갈 수 있을 테니….

자이로드론은 근거리 이동용 초소형 EV(Electronic Vehicle)다. 흔히 근거리 이동용 EV를 이야기할 때 떠올리는 세그웨이보다 훨씬 작고 가볍다.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케이트보드 정도 크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타는 모양도 스케이트보드 위에 올라선 것과 비슷하다.

자이로드론의 독특한 점은 어떠한 조향 장치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스케이트보드처럼 발을 구를 필요도 없고 스노보드처럼 내리막길이 필요하지도 않다. 그저 두 발을 얹고 몸의 중심을 이동하면 자이로 센서가 반응해 바퀴를 굴린다. 즉 움직이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몸의 무게 중심을 바꾸는 것만으로 운전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영화나 만화 속에서 보던 날아다니는 보드가 실현된다면 아마 자이로드론의 모습이 아닐까?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자이로드론이 움직이는 방향이다. 스케이트보드나 스노보드처럼 한쪽 발을 앞으로 빼고 좁은 면을 앞으로 향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두 발을 어깨너비로 벌리고 서서 정면으로 이동한다. 처음 자이로드론을 타는 사람을 볼 때 불안해 보인 이유이기도 하다. 상식적으로 두 발을 앞뒤로 두어야 중심을 잡기 쉬기 쉬우니까.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자이로드론을 타보기로 했다. 왼발을 올리고 잽싸게 오른발을 올렸다. 마치 평행봉에 두 발을 올린 것 같았다. 중심을 잡기 위해 몸이 앞뒤로 움직였다. 몸의 무의식적 움직임에 따라 자이로드론이 반응했다. 흔들리는 평행봉에 올랐을 때처럼 뒤뚱거리다 결국 자이로드론에서 뛰어내렸다. 첫 시도는 실패.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 놀란 점이 있었다. 작은 자이로드론이 제법 정확히 몸의 움직임에 반응한다는 것이었다. 이번엔 불안한 마음을 내려놓고 마치 계단에 오르듯 믿고 올라서기로 했다. 발을 올려도 흔들리거나 미끄러져 넘어지지 않을 거라고 머릿속에 상기시켰다. 그러자 문제없이 오를 수 있었다. 자이로드론은 미끄러지지도 흔들리지도 않았다. 이젠 움직일 차례. 몸을 움직이기 위한 예비 동작에 자이로 센서가 반응했다. 마치 염력으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앞으로 가야지’ 하고 몸을 기울이는 동시에 앞으로 나아갔다. 뒤로도 옆으로도 마찬가지였다. 발을 올린 자이로드론의 좌우가 서로 반대 각도로 움직일 수 있어 회전도 쉬웠다. 생각보다 움직임이 안정감 있었다. 속도는 성인 남성이 빠르게 걷는 속도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시속 10킬로미터. 자이로드론에 익숙해지자 움직이는 게 가만히 있는 것보다 편했다. 제발 가만히 좀 있으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GOOD
몸의 무게 중심에 반응하기 때문에 익숙해지면 생각만으로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작고 가벼워 계단이나 다른 이동 수단을 이용할 때 편리하다.

BAD
바퀴가 작아 작은 턱이나 장애물이 있을 때 중심을 잃기 쉽다.
두 발을 평행하게 두고 정면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한번 중심을 잃으면 회복하기 어렵다.

DETAIL
1 2~3시간의 충전으로 완충되며 20킬로미터 내외의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2 본체에 부착된 LED는 쉽게 자이로드론을 식별할 수 있게 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
3 좌우 발을 올려놓는 곳이 다른 각도로 움직여 방향 전환을 쉽게 할 수 있다.

자이로드론 99만원. zyrodr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