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대의 자동차를 충돌시켜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보호한다. 올해로 50년이 된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가 실시한 충돌 실험을 통해서다.

Numéro, 2009년 10월
에디터│최태형 자료 사진│Insurance Institute for Highway Safety

자동차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이동 수단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말이나 마차가 그랬듯 사람과 물자를 쉽게 이동시키는 것이 바로 자동차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이다. 자동차를 통해 여가를 즐기고 스스로를 과시하는 등의 행위는 모두 기본적 기능이 만족스럽게 수행되었을 때 이뤄지는 부차적인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오로지 기계적 성능에 의지해 조종하는 자동차는 인간과 동물의 능동적 움직임을 통해 적극적으로 위험을 피하는 마차에 비해 어쩌면 더욱 높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1771년 프랑스인 니콜라스 퀴뇨가 증기기관을 이용해 만든 최초의 자동차가 첫 주행에서 브레이크와 방향 전환 기능의 부재로 벽을 들이받는 사고를 낸 것이 이 우려의 시작이다.

이때부터 자동차와 사고의 지긋지긋한 인연이 시작됐다. 같은 날 시작된 자동차와 자동차 사고는 그 후 지금까지 꾸준히 함께해오고 있다.

자동차의 목적은 수송이다. 그리고 여기에 붙는 전제 조건은 안전 보장이다. 동물이 본능적으로 위험을 모면하는 대신 자동차는 기술력으로 커버하고 있다. 매년 기술이 진보할수록 자동차의 안전에 대한 신뢰도 또한 높아져간다. 자동차의 안전에 대한 경각과 기술 개발은 처음 니콜라스 퀴뇨의 자동차가 그랬듯 충돌로부터 시작한다. 고속도로의 안전을 위해 1959년 설립된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nsurance Institute for Highway Safety : IIHS)는 조금 과장하자면 자동차 충격 보호 장치의 발전을 견인해왔다. 이 협회는 설립 목적대로 50년간 고속도로 사고로부터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지원해왔다. 그중 하나가 자동차 충돌 실험이다. 50년간의 활동을 기념하기 위해 협회 설립 연도에 생산된 1959년형 시보레 Bel과 2009년형 시보레 Malibu의 충돌 실험을 실시했다. 도로에서의 실제 사고 상황과 흡사한 충돌 실험에서 50년 전 시보레의 운전석은 운전자를 전혀 보호할 수 없을 정도로 구겨졌다. 반면 신형 시보레 Malibu는 자동차의 보닛 부분은 모두 파손됐지만 운전석만은 온전했다. 사고 시 보닛 부분이 마치 아코디언처럼 접히면서 충격을 흡수한 결과다. 이외에도 현재 생산되는 자동차 브랜드들의 운전자 보호 시스템은 다양하게 발전해왔다. IIHS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두 차의 운전자 보호 성능은 낮과 밤의 차이처럼 달랐다. 자동차 메이커는 실제 사고와 같은 충돌 실험을 분석해 더욱 큰 사고 시 운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닛산이 얼마 전 발표한 세이프티 실드(Safety Shield) 기술은 벌이 안전을 위해 주위에 개인 공간을 두고 비행하는 습성에 착안한 안전장치다. 세이프티 실드 기술이 적용된 차량은 주변의 장애물을 인식해 미연에 충돌을 방지하며 충돌 전부터 충돌 후까지 6단계로 분류된 차량의 방어막 기능을 작동시킨다. 이외에도 볼보의 ‘시티 세이프티’ 기능은 앞차와의 차간 거리를 감지해 스스로 브레이크를 작동시키기도 한다. 자동차는 동물의 육감을 대신할 수많은 첨단 기능을 갖추며 안전해지고 있다. 이는 50년간 IIHS가 지향한 목표이며 수많은 자동차를 충돌시킨 이유이기도 하다.

안전을 위한 정면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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