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éro Korea · confidential / Photographed by Park Jihyuk

새로운 여성이 있다는 것, 또 다른 여성성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으로 인정받고 리드한다는 것. 16년간 엄정화가 보여준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그녀에게서 여성의 이미지를 빚지고 있다. 여성스러움이라는 개념을 새로운 느낌으로 받아들이게 만든 엄정화. 어쩌면 너무 오랫동안 그녀에게 여성에 대한 정의를 다시 쓰게 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녀는 데뷔 이후 지금까지 독보적인 위치에서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16년간 아이콘이었던, 그리고 여전히 ‘여성성’에 대해 함부로 정의 내리지 못하게 하는 그녀. 《누메로 코리아》 창간 1주년 기념호의 테마인 ‘Confidential’을 통해 여성의 아이콘 엄정화에게 묵직한 신뢰를 보낸다.

—한 파티에서 처음 만났을 때, 오랜 시간 배우로 살아온 사람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굉장히 오히려 평범했죠.
—저는 항상 똑같은 모습일 텐데, 그게 의외라는 말 많이 듣기도 하는 것 같아요. 제가 느끼는 저와 다른 사람들이 고정적인 이미지로 느끼는 제가 다르기 때문이겠죠. 저는 항상 이래왔으니 사람들이 다 저를 잘 알 거라는 생각을 하고, 반대로 사람들은 자신들이 느낀 게 안다고 여기니까 그게 ‘의외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저는 기본적으로 무척 조용한 편이라고 생각해요. 촬영 전 큐레이터(갤러리에서 봤음을 의미한다)와 이야기했는데 저더러 눈물 많은 여린 여자 같다고 하더군요.

—여자들에겐 여린 여자로, 남자들에겐 섹시한 여자로, 이렇게 적이 없어도 되는 건가요?
—16년 동안 계속 활동해오면서 같은 모습만을 보이지 않아서 그럴 수 같기도 했고요. 전 어떤 느낌으로 제 자신을 포장하고, 무엇을 가려서 행동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그렇다 보니 심수도 많이 했죠. 그래서 편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버라이어티 쇼에서 본 게 아마 제 이미지일 거예요. 무대 위에서만 철저히 계산된 모습인 거죠.

—철저히 계산한다고 해도 한국의 마돈나라는 칭호는 아무한테나 어울리지 않아요. 그만큼 매번 다른 콘셉트와 느낌으로 리드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듯도 싶은데요?
—완벽한 변신이라는 게 가능하지는 않지만 저는 즐기는 편이에요. 변화를 주는 것, 사람들이 변신이라고 말하는 그것을 즐겨요. 제 성격상 변화를 주는 걸 좋아하고 같은 모습으로 있으면 지루해하니까 자꾸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거죠. 물론 1년에 한 번씩 앨범 내며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절엔 부담스럽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즐기게 되더라고요. 음악도 많고, 음반 시장이 좋지 않음에도요. 오히려 나이가 많아져서 방송할 때 부담스러운 건 있어요(웃음). 그래도 즐기려고요.

—매번 앨범의 스타일링에 직접 다 참여하나요?
—네 저는 작업에 직감이 있어요. 직감이 움직일 때 반응도 정확하게 일어나죠. 음악을 들었을 때 이미지가 떠오르거나 어떤 옷을 봤을 때 이번 노래랑 딱이다 하는 어떤 스타일이나 느낌이 저에게 나타나는 거요. 거의 맞았던 것 같아요. 이런 제 안의 정확성을 굉장히 좋아해요. 6집 〈퀸 오브 카리스마〉 때는 빗나가기도 했지만(웃음).

—앨범도, 연기도 굉장히 다작하는 스타일이에요. 영화가 아니면 드라마, 드라마가 아니면 음반 활동…. 쉬는 적이 거의 없어요.
—다작이라도 겹쳐서 하는 건 아닌데 돌이켜보면 6개월 정도 쉬었을 때가 제일 긴 휴식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16년 동안 쉼없이 달려온 셈이죠.

—아무리 즐긴다고 해도 가끔은 지칠 것 같아요.
—지친다기보다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지친) 적이 별로 없어요. 너무 쉼없이 활동을 하니까 패션도 그렇고, 요즘 어떤 게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지 생각도 못하고 살게 됐죠. 그러다 보니 더 컵이 나는 거예요. “이러다 도태되는 거 아니야?” 하는…. 그래서 이번 작품 〈결혼 못하는 여자〉를 끝내고 쉬려고 해요.

—16년 동안 한결같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잖아요. 저조차도 당신이 마치 아는 사람 같아요. 당신만 알고 있는 사실이나 이중성을 좀 알려주세요.
—그다지 없는 것 같아요. 가끔은 저조차 ‘사람들이 나에 대해 모르는 게 뭐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워낙 TV에서 많은 이야기를 했고 인터뷰도 많이 했으니까요. 그런데 정작 사람들은 모르는 부분이 많아요. 이중성이라기보다는 새로운 면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거겠죠.

—연기, 가수 활동 둘 다 성공적이었어요. 즐기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는데요. 즐긴다고 다 성공적이지는 않잖아요. 당신만의 비법은 있나요?
—정말 모르겠어요. 일을 너무 사랑하고 오래도록 꿈꿔온 일이라 항상 행복했고,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별로 없어요. 지치더라도 제가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이런 상황에 감사하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정말로 즐겨요. 너무 힘들고 슬픔도 그 자체가 너무 재미있어요. 저는 무엇이든지 항상 떠오를 거다라는 생각으로 움직이거든요. 그래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아직도 성취하고 싶은 게 많고요. 최고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연기에선 중요한 배우, 음악에선 아이콘인데 헷갈리는 적은 없는지요? 아직도 제가 아이콘이 맞나요?(웃음)
—혼선은 없어요. 그러니까 무대에 올라가면 저는 가수 엄정화이고 연기할 때는 배우예요. 그보다 혼선이라고 하면 가수로서 활동할 때 예전의 엄정화와 지금의 엄정화가 좀 혼란스러울 때가 있어요. 가끔. 그게 나이가 들었다는 음반 시장 안에서 놀랄 만큼 빛났던 시절에 대한 생각인 건지는 모르겠어요. 그런 시기가 있었잖아요. 포이즌, 몰라, 초대… 음반만 냈다 하면 잘됐으니까요. 나는 사람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가수라고 생각한 때가 있었고 최고의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한 때도 있었는데 그런 시기가 다 지난 게 아닐까 하는. 예전과 반응이 다를 때나 나이가 들었다고 느낄 때, 거기에서 오는 혼란을 줄 때가 있고 그래서 마음이 아플 때가 있어요.

—그런 거 신경 안 쓸 줄 알았어요. 게다가 가끔 파격적인 모습으로 시상식에 설 때는 여전히 독보적이니까요. 간혹 그런 점에서 불필요한 말이 나기도 하지만요.
—전 그런 말이 들으면 헷갈려요. ‘그럼 나는 무대 위에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가…’ “나이가 있으니까 드레스나 정장을 입고 발라드나 해야 할까? 발라드를 해야 하는 거야?” 하고요. 저는 자란 말이에요. 무대 위에서는 그 노래를 표현해야 하고 그러려면 과감하게 입을 때도 있는 거잖아요. 무대 자체에 충실할 따름이죠. 그게 뭐가 어때서요? 저는 그런 점에 자신을 가져요.

—그 충실한 엄정화를 본받고 싶은 여배우, 여가수들이 많아요. 누군가의 본보기가 되는 건 어떤 느낌인가요?
—한 5년 전에, 이금희 씨가 진행하던 라디오 인터뷰가 있었어요. 거기서 “후배들의 롤모델이 되고 싶어요. 열심히 해서”라는 말을 하면 어떨까 생각해봤죠. 이제 그런 이야기를 가끔 듣기 시작했는데요, 제가 틀린 길을 가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가수 분야에는 제가 처음 데뷔한 시절부터 같이 활동했던 가수들이 지금은 거의 없어요. 그래서 정말 많이 외로워서 “없어져야 할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는데요, 저는 그냥 잘해내고 싶어요.

—그렇다면 아직도 롤모델이 되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마돈나도 그렇고 셰릴 크로 같은 사람을 보면서 많이 부러워요. 일본에서 활동하는 여자 가수들도 그렇고요. 변함이 없는 환경들. 그런 걸 보며 부러워요.

—당신이 가지고 있던 철옹성 같은 아이콘의 위치를 흔드는 어린 여가수들을 볼 땐 어때요?
—전 이제 거기서 벗어났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굉장히 별개의 활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죠. 후배들에게 그런 시선을 갖지 않아요.

—그럼 선배로서 왕관을 넘겨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후배는?
—이효리 씨 좋아요. 투애니원도 너무 잘하고요. 무대에서 빛을 내는 친구들인 것 같아요.

—아직도 성공에 목말라 하나요?
—욕심은 없어요.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생각하니까요. 요즘은 성공이란 단어보다 멋있게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죠. 한 사람이… 살아가는 데. 그래서 그것은 사랑 분야의 엄정화는 어떤가요?

—글쎄요. 여자는 사랑 그 자체니까요. 결혼은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런데 예전에는 항상 사랑에 목말라 하고 외로워했다면 거기에서 좀 벗어났어요. 이제 내 자신을 찾고자 하는 거죠. 특히 이런 분야의 일은 굴곡이 심하잖아요. 알고 지내는 사람들도 자신이 어떤 이런 감성, 감정의 기복에 사로잡혀 있는지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결혼은 어떤 단계인가요?
—저자신에 대한 즐거움, 행복을 느끼며 한다면 언젠가 정말 멋있는 분을 만나 많은 사랑을 주고 받을 일이 생기겠죠. 꿈꾸는 것 자체도 좋다고 생각해요.

—가수, 연기자, 사업가, 그리고 글도 쓰는데요. 도전하고 싶은 다른 분야는 없나요?
—지금 뭘 더 도전하기에는 벅찰 때도 있고요. 또 다른 욕심이 있잖아요. 제가 뭐 10대, 20대의 아이콘이 아니잖아요, 이전과는 다른 아이콘. 저도 나이가 들어요. 그러니까 30대, 40대와 함께 나이 먹어가면서 제가 그 사람들에게 아이콘이 된다면 너무 멋진 일일 것 같아요. ‘멋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 자체가 멋있을 수 있는 거잖아요. 자기 가지고 있는 것. 지금부터는 그게 제 노력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나이가 됐을 때 제가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얼굴과 모습이 달라지고 사람들이 저를 생각하는 게 달라질 거예요.

에디터·최태형 스타일리스트·시미민, 김지연·메이크업·박은영 어시스턴트·이영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