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spectrum — ISSUE No.06 / SUMMER 2012, 특집 “TIMELESS”), 2012년
최태형 — 다음 커뮤니케이션 메인페이지 기획 및 편집자 / www.taihyoung.com (portfolio) / www.cracklerz.com (outdoor lifestyle crew ‘Cracklerz’) / twitter@naraedoo / © images courtesy of Choi Taihyoung
영원하다고 혹은 영원할 거라고 믿었던 것 중 과연 만족스러웠던 게 있었나? 영원했으면 하고 바랐던 것의 생명력은 오히려 더욱 짧았던 것 같고….
불과 30여 년 남짓을 살았고 영원의 개념을 알게 된 것은 그보다 짧을 텐데, 길지 않은 시간임에도 그 사이 불멸한 것은 없다. 감정도 물건도 조금씩 변하고 닳았다. 어떤 것은 잊어버렸고 어떤 것은 잃어버렸다. 사랑한다 노래를 불렀던 그녀는 이제 어색해졌고, 원동기 면허와 함께 장만해 평생을 탈 거라 자부하던 베스파도 순순히 남의 손에 넘겼다. 나이를 떠난 팽팽한 얼굴은 때로 경망스럽고, 클래식은 ‘올드’하고 비합리적으로 보일 때마저 있다. 영원할 거라 믿었던 것들의 단적인 최후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 때가 있다’는 어른들의 말이 ‘영원한 건 없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 아닐까.
오래된 것은 영원한가? 오래 남을 것은 그런가? 시대를 초월해 살아남은 것들의 가치는 과연 온전할까 싶다. 인간의 손이 닿은 것 중에 그럴 수 있을 거라 믿는 건 애초에 틀린 기대일 수도 있다.
나의 ‘타임리스 테크 아이템(timeless tech item)’을 꼽자면 단연 사진기다. 순간을 기록해 영원히 남기는 것은 사진만 한 게 없다. 그리고 정확히는 필름 카메라다. 나는 콘탁스(CONTAX) 티쓰리(T3)를 쓰지만, 필름 카메라라면 뭐라도 상관없다. 쉽고 많이 기록하는 것으로 치자면 디지털카메라를 따라잡을 수 없겠지만 그래도 필름 카메라여야 한다. 굳이 필름인 이유는 언제 찍었는지도 기억도 안 나는 똑같은 사진으로 가득한 폴더를 보고 나서다. 언제부터인가 셔터는 누르고 보는 것이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누르고 아니다 싶으면 지워버리는 사진들. 1초를 100으로 나누어 찍어댄 연사 속 사진들이 과연 각기 온전한 무게의 추억을 품을 수 있을까?
24에서부터 숫자를 거꾸로 세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처음 필름을 넣고 누른 셔터에 사진이 기록되었는지 단순히 필름을 감기 위해서였는지를 따져가며 추억을 기록했던 경험. 한 방 한 방 거꾸로 세어가며 벼르고 벼른 시간을 담았다. 한 번 셔터로 한 장의 사진이 기록되는 것은 같지만 셔터마다 무게는 달랐다. 새로 필름을 감아 넣었을 때의 설렘과 마지막 한 방을 남겨 놓았을 때의 아쉬움의 무게는 같을 수 없다.
디지털이라면 0.1초 만에 지워질 사진도 필름이라면 가치 있다. 눈을 질끈 감은 사진이 영영 아쉽고 재미있는 추억으로 변모하는 것처럼…. 필름이라야 비로소 사진에 온전한 추억이 담긴다. 아니 최소한 디지털 사진보다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다. 티브이 프로그램보다 설레는 현상을 위한 1박 2일은 또 어떻고. 기다림은 필름 카메라가 주는 또 다른 재미다. 추억이야말로 시대를 초월해 가치 있는 재산이고 좋은 기억들을 쌓으며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의미 있는 삶이다. 그런 면에서 ‘타임리스 테크 아이템’이 될 수 있는 것은 사진기다. 어떤 의미에서건 그렇다.
그런데 정말 영원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영원한 것이 있다면…. 좋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