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단 하나의 꿈을 꾸던 소녀. 그 소녀가 이제 배우 이다희로 매일 꿈을 이루며 산다.

Esquire Korea, 2016년 6월
에디터_최태형 포토그래퍼_김태선 (스태프: 스타일리스트 성선영 헤어 김은영 메이크업 박상은 어시스턴트 이산하, 이소영, 유아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어렸을 때부터 품어온 꿈을 이루는 것, 그 일에 만족하는 것 모두 쉬운 일은 아니에요. 그런데 전 어려서부터 배우 이외에는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이렇게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한 일이죠!”

배우 이다희가 대중 앞에 처음 선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인 2002년이다. 그녀는 배우의 꿈에 다가갈 수 있을 거란 기대로 슈퍼모델 대회에 참가했다. 모델을 꿈꾸며 참가한 다른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그렇게 그녀는 배우가 되기 위해 슈퍼모델이 됐다. 유치원 때부터 남들보다 머리 하나만큼 더 컸던 키가 도움이 됐다.

“유치원 때부터 누가 뭐가 되고 싶느냐고 물어보면 배우라고 말했어요. 사람들 앞에 나가서 무언가 하는 걸 좋아했어요. 항상 가장 먼저 나서서 보여주려고 하는 그런 아이 있잖아요. 장기 자랑 같은 기회가 있으면 반드시 나가는 친구들. 남들보다 더 돋보여야만 만족하는 아이였어요. 그런데 참 이상해요. 제가 친구들과 몰려다니면서 활달하게 노는 성격이거나 스스로 예쁘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거든요. 어려서부터 남들보다 큰 키도 싫었고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낯을 많이 가리면서도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어요. 독특하죠. 그래서 학교가 끝나면 바로 집으로 왔지만 집에서는 또 춤추고 노래하고 그랬어요”.

이다희의 말을 듣고 있자니 그녀의 성격이 궁금했다. 아리송해서 말이다. 여배우들의 말이야 곧이곧대로 믿지 말아야 한다는 건 이미 잘 알지만 이다희는 조금 달랐기 때문이다. 얌전했던 여고생이 배우가 되기 위해 제 발로 무대에 올랐다. 낯을 많이 가리지만 사실은 무대 체질이다. 콤플렉스인 큰 키 덕에 모델이 됐고 이 모든 건 어려서부터 꿈꾸던 배우가 되기 위한 길이다.

누구나 스스로를 미화한다.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그렇다. 자기 합리화의 결과이기도 하고 스스로를 높이고 싶은 욕심 때문이기도 하다. 여배우라면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서도 그렇다. 너무나 하고 싶은 일이었다고 욕망을 드러내는 것보다 수줍은 듯 마음엔 없었지만 알아서 주어졌다 말하는 게 더 그럴듯해 보이기 때문이다. 친구가 몰래 신청서를 내 오디션을 봤다거나 친구 따라 간 촬영장에서 캐스팅됐다는 뻔한 데뷔 이야기가 넘쳐나는 이유다.

“제가 거짓말을 못 해요. 배우가 되고 싶었고 배우가 돼서 행복해요. 좀 튕기기도, 전략적으로 이미지를 만들기도 하는데… 그래서 전 예능이 안 맞는 것 같기도 해요. 제가 조절을 못 하거든요. 이미지를 좀 만들기도 해야 하는데 너무 있는 그대로 행동해서 폭탄이 될 것 같아요.”

최근 이다희는 〈진짜 사나이〉에서 털털한 모습을 보이고 솔직함을 드러내 네티즌의 오해를 사기도 했다. 군대에서 조교의 물음에 말장난으로 대답했다는 이유에서다.

“정말 몰랐어요. 은폐, 엄폐가 뭐냐는 질문에 당황해서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한 거죠. 이렇다니까요.”

이다희는 대중 앞에서 배우로, 사람으로 자신을 보여주는 것 자체를 즐기는 것 같았다. 그녀의 말대로 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실 2002년 모델로 첫발을 내딛고 꾸준히 드라마에서 제 몫을 하면서도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키기 시작한 건 오래되지 않았다. 〈천년지애〉 〈슬픈 연가〉 〈태왕사신기〉 등 주목도 높은 굵직한 극에 출연하기도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어쩌면 오래도록 바라던 일이었기에 조바심이 났을 수도 있다.

“처음엔 워낙 같은 소속사 선배들이 잘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걱정도 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도 익숙해지더라고요.(웃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막연한 믿음이 있었어요. 언젠가 분명 내 차례가 올 거라고요.”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것도 익숙해지더라는 이다희. 이렇게 털털한 여배우가 또 있을까? 도도하고 똑 부러지는 역할에 가려 그녀를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부모님이 넌 언제 잘되느냐고 묻기도 했어요. 작품을 해도 유명해지는 것 같지 않으니 걱정이 되시기도 했겠죠. 주눅이 들 법도 한데 전 당당했어요. 그래서 분명 잘될 테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어요.(웃음)”

그녀가 당당한 이유는 바라던 일을 기쁘게 하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어쨌든 기회가 왔고 그녀 말대로 주목받는 인물이 됐다. 그녀가 SNS에 올린 사진이 온종일 포털 사이트를 장식하기도 하고 덩달아 군대 간 남동생까지 인기 검색어에 오르고 있으니까.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제겐 터닝 포인트였어요. 드디어 주목받기 시작한 거였죠. 정말 이를 갈고 했어요. 살도 9킬로그램이나 뺐고요. 제가 봐도 큰 키에 살까지 찌니 안 되겠더라고요. 살을 빼고는 성형 의혹도 많이 받았어요.”

묻지도 않은 말까지 꺼내며 그녀는 과거의 살찐 사진을 찾아서 보여줬다. 무엇인가 적극적으로 원하고 자신을 변화시키는 모습이 여느 여배우와는 다른 느낌을 줬다. 세상이 그녀를 보고 떠올리는 똑 부러지는 냉정한 모습은 아니다. 털털하고 솔직한 느낌, 어쩌면 허당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젠 좀 귀여운 역할을 하고 싶어요. 제가 한 번도 귀엽다는 얘기를 못 들어봤어요. 키가 커서 항상 귀여움과는 먼 대접을 받았거든요. 그래서 귀여운 역할을 하고 싶어요. 거침없이 망가지기도 하고 성격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역할요. 그러니까…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 같은 역할이죠. 비슷한 면도 있잖아요. 키도 크고… 예쁘니까….(웃음)”

한 번도 귀여운 역할을 해본 적이 없다며 당당하게 귀여운 역할을 원한다는 여배우. 스스로 예쁘다고 뻔뻔한 척 말하는 모습이 어쩐지 귀여워 보이면서도 당당하게 느껴졌다. 원하는 걸 위해 달리고, 이룬 것에 감사하는 솔직한 모습. 이다희가 주목받는 이유 아닐까? 귀여운 배역을 따낼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