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이선희는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30년은 잠자리 안경을 쓴 소녀를 국민가수로 만들었다. 기쁨과 환희를 주었고 위기와 슬픔도 건넸다. 소설 같은 시간이었다.

Esquire Korea, 2014년
Photographs by KIM YEONGJUN

30년을 써내려 온 음악 이야기, 이선희

올해로 이선희는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30년은 잠자리 안경을 쓴 소녀를 국민가수로 만들었다. 기쁨과 환희를 주었고 위기와 슬픔도 건넸다. 소설 같은 시간이었다.

노래하는 이선희

흑백사진 속 맑게 달뜬 소녀 이선희가 연륜과 여유의 미소를 띤 이선희와 나란히 서 있다. ‘노래하는 이선희’라는 타이틀이 붙은 그녀의 공연 포스터다. 올해는 이선희가 가수로 데뷔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30년은 곱슬머리에 잠자리 안경을 쓴 소녀를 국민가수로 만들었다.

“30년을 부른 노래도 있어요. 그런데 매년 다르더라고요. ‘알고 싶어요’라는 노래를 처음 부를 때는 열심히 알고만 싶어 했어요. 예쁜 소녀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묻고 싶은 거예요. 제 마음도 그랬고 녹음도 그런 심정을 담아 했어요. 40대가 되면서부터인가? 여전히 난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데, 그전에 난 당신을 이런 마음으로 사랑했는데…. 당신 그거 알고는 있나요? 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알고 싶어요’가 그 이후부터는 더 차분해졌어요.”

이선희는 30년간 매 순간을 담아 노래 불렀다. 같은 노래도 그녀의 연륜에 따라 달라지고 깊어졌다. “30주년 공연이 얼마 남지 않아서 지난 노래들을 계속 듣고 있어요. 노래마다 내 감정이 어떤지, 솔직한 내 감정이 무엇인지 찾는 중이에요. 생각 없이 무대에 올라 노래하면 안 될 것 같더라고요.”

발단

이선희는 고등학교 때부터 밴드 활동을 했다. 가수가 되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그저 음악 활동을 하고 싶었을 뿐. “제가 가끔 우스갯소리로 그래요, 지금보다 더 인기가 많았다고요. 고등학교 밴드를 하면서 안 가본 남학교가 없었어요. 축제 때마다 불려 다녔죠. 또 제가 보이시한 면이 있어서 여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많았어요. 수업에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책상엔 항상 편지나 꽃이 수북했어요.” 음악을 하고 싶은 마음은 이선희를 가만두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음악을 하고 싶어서 사무실을 드나들었는데 그때 작곡가가 버린 노래를 제가 달라고 했어요. 계속 가수들에게 거절당하다 버리려고 했던 곡을요. 그 노래를 고등학교 내내 혼자 불렀어요.”

그렇게 대학생이 된 이선희가 음악 동아리에 들고 강변가요제에 나간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가수가 될 거로 생각하진 않았어요. 그냥 음악을 할 곳이 없었던 거죠. 지금은 왜 가요제에 나가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방법이 많지만 그땐 가요제가 유일했어요.” 그녀는 부모님께 혼날 것을 걱정해 생에 처음으로 파마를 단행했다. 일종의 변장이었다. 파마머리에 매일 쓰던 잠자리 안경 그리고 고등학교 때부터 부르던 노래는 그녀의 인생을 바꿨다. ‘강변가요제 대상 참가번호 7번 ‘J에게’를 부른 4막 5장!’ 이선희의 이름이 크게 불렸다.

전개

강변가요제에서 처음 선보인 ‘J에게’는 그녀에게 골든컵을 안겼다. 골든컵은 5주 연속 1위를 하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상이었다. 1984년 11월 마지막 주부터 1985년 1월 첫째 주까지 이선희의 1위는 계속됐다. 그해 ‘KBS 가요대상’ 신인상은 단연 이선희의 차지였다. MBC에서는 ’10대 가수 가요제’ 최초의 3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최고인기가요상, 신인상, 10대 가수상을 동시에 탄 건 이선희가 유일했다. 데뷔와 동시에 그녀는 톱 가수가 됐다. 순탄했다. 뒤이어 발표한 1집 앨범 〈아! 옛날이여〉는 발매와 동시에 7곡을 가요 차트 10위 안에 올렸다.

“순탄했어요. 보기에는…. 어린 나이에 제가 가진 에너지와 노력에 비해 너무 큰 것들을 받았죠. 그런데 훈련이 전혀 돼 있지 않았어요. 관심을 받기까지 겪는 많은 일이 있고 그러면서 배우는 것들이 많잖아요. 이를테면 자기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한다든지 하는 것들이요. 저는 아무것도 몰랐었죠. 그래서 보기에는 순탄했지만, 뒤로는 많은 일을 겪었어요. 아마 방송 정지가 가장 많은 가수 중 한 명일 거예요.” 이선희의 많은 인기와 노래만 부르면 된다고 생각했던 무던한 성격에 조용히 넘어간 일들이 많았다. “당시에는 방송의 힘이 대단히 컸어요. 데뷔한 방송국이 아닌 다른 방송국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6개월 정지’ 이런 식이었죠. 오케스트라와 공연을 해야 하는데 원하는 연주가 나오지 않는다고 했더니 또 정지. 지금 생각하면 심하다 싶은 것도 많았죠. 저 역시 이런저런 걸 고려해서 말할 줄 몰랐기 때문이기도 해요.”

그녀는 이쪽 방송국에서 출연 정지를 당하면 다른 방송에서 노래했고 또다시 정지를 당하면 무대에서 노래했다. 문제삼거나 공론화시킨 적도 없다. 그냥 노래할 수 있는 곳에서 팬들을 만났다. 그런 이선희를 팬들은 성원했다. 그녀의 인기와 무던함은 나쁜 일들은 다 묻었다.

1990년 6집 앨범까지 그녀는 KBS 방송 대상과 MBC 10대 가수상을 6년 연속 수상했다. 발매되는 앨범의 모든 곡을 히트시켰다.

“여전히 난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데, 그전에 난 당신을 이런 마음으로 사랑했는데…. 당신 그거 알고는 있나요? 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알고 싶어요’가 그 이후부터는 더 차분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