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quire Korea, 2013년 (추정)
글/최태형 사진/가덕연 취재 협조/서해항공

인간이 꾸는 가장 높은 꿈, 비행
하늘을 나는 것은 인간이 꾸는 꿈 중 가장 멋진 꿈이다. 〈에스콰이어〉는 꿈을 이루는 방법으로 경량 항공기를 택했다.

경량 항공기 운전에 도전하기 위해 가장 처음 한 일은 서울 근교의 비행장을 찾는 일이었다. 비행장만 찾으면 자연스럽게 비행장을 관리하는 관리 센터와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 수도권 근교로 한정한 이유는 서울이 가장 큰 도시이고 큰 도시 주변의 시설들이 항상 먼저 발전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또 가까워야 자주 찾아 취미로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비행장인 어섬비행장을 찾았다. 이름도 멋있었다. 어섬(Awesome)이라니…. 하늘을 날고 싶은 남자의 로망을 잘 나타내기에 ‘어섬’만 한 단어도 없는 듯했다.

내비게이션의 주소 검색창에 송산면 고포리를 입력했다. 가는 길은 수월하지 않았다. 경기도라곤 하지만 서해 대부도까지 들어가야 했다.

비행장에 도착했을 때 주변에는 몇 개의 컨테이너와 낡은 사무실 외에는 별다른 게 없었다. 비행장을 관리하는 센터라든지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은 찾기 힘들었고 활주로가 어디인지도 알 수 없었다. 잘 온 게 맞나 싶어 내비게이션을 확인했다. 지도 위 지명에는 어섬이라고 쓰여 있었다. 한자로 ‘물고기 어’자에 섬을 붙인 이름이다. 영어로 지은 이름이 아니라 지명에 따라 ‘물고기 섬에 있는 비행장’이라는 뜻이다.

어섬 비행장 바로 앞에 위치한 서해항공의 이성규 교관을 만났다. 이성규 교관은 20년 비행 경력의 베테랑이다. 하늘을 날고 싶은 생각에 무작정 비행 면허를 취득한 게 1993년이라고 했다. 비행기 면허는 필기 네 과목의 시험을 통과하고 20시간의 비행 교육을 마치면 면허 시험 자격이 주어진다. 시험은 국토해양부의 일임을 받아 교통안전공단에서 주관한다. 교관은 20시간의 운전 비행을 돕는 일을 한다. 어섬 비행장 근처의 비행 클럽들은 대개 500만원의 선금을 내면 20시간의 비행 교육을 제공한다. 비행 클럽 회원이 되는 방법은 교육을 받는 것이다. 면허 교육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클럽의 일원이 된다. 딱히 연회비를 낸다거나 회원 명부를 발급받는다거나 하는 건 없다. 그냥 일종의 동호인 개념이다. 일원이 되면 그다음부터는 시간당 15만원의 비행료를 내고 비행기를 운전할 수 있다. “어섬 비행장 근처의 비행 클럽들이 조직적이거나 체계적이지는 않아요. 한국이 비행 대국이 아니다 보니 별다른 법규도 없고요. 제가 처음 비행을 시작할 땐 이렇다 할 면허 체계도 없었어요. 비싼 돈 주고 배웠는데 아무것도 안 주기 뭐해서 수료증 같은 걸 준 거죠. 그 후 나라에서 면허를 관리하게 되면서 생긴 거예요. 비행장도 공항처럼 번듯한 활주로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비행이 허가된 땅을 활주로로 쓰는 거죠.” 비가 오면 어섬 비행장에서 비행이 불가능하다. 땅이 질어 바퀴가 구를 수 없기 때문이다.

“비행 교관이 돈이 되는 일이 아니에요. 하늘을 나는 게 좋아서 하고 있는 거지. 그래도 하늘을 날 때면 정말 멋지다니까.”

멋진 비행장, ‘어섬’에 대한 기대는 산산히 무너졌지만 20년간 하늘을 나는 꿈을 실현하고 다른 사람의 꿈을 돕는 이성규 교관만은 멋졌다.

작은 의자 두 개를 붙여놓은 듯한 조종석에 나란히 앉았더니 교관과 어깨가 닿을 것 같았다. 이렇게 작은 비행기에 타도 괜찮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한 열 번 정도 불시착한 적이 있어요. 옛날 비행기들은 엔진이 좋지 않아서 푸드덕하면서 꺼질 때가 있었어요. 그러다간 다시 켜지고 반복하는 거지. 그날도 다시 켜질 줄 알고 불시착 대비를 안 했는데 욕심 내다가 균형을 잃고 떨어진 거지.” 비행기 엔진에 시동이 걸리고 목소리를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의 굉음이 났다.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끄러웠다. 귀 전체를 감싼 헤드폰으로 소음과 함께 교관의 말이 들렸다. “불시착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에요. 엔진에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글라이더처럼 비행하면서 충분히 사고를 피할 수 있어요. 날 수 있을 것 같아서 욕심을 내면 큰 사고가 나는 거지.”

과욕이 부른 화는 많다. 이카로스도 욕심을 부리다 날개를 잃었다.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는 말은 경고라기보단 명언에 가깝다. 그렇다면 경량 비행기는 생각보다 안전하다. 시동을 걸고 활주로를 달리다 두 좌석 사이에 있는 조종간을 가볍게 당기자 비행기는 경쾌하게 떠올랐다. 바람이 여기저기 비집고 들어왔고 시끄러웠다. 하늘에서의 반응은 한 박자 느렸다. 바람이 반응할 수 있는 정도의 여유를 계산해 하늘을 날았다. 이렇게 한 시간의 비행을 마치면 앞으로 19시간이 남는다.

경량 항공기 면허증 비행기 면허증을 보기 전까진 어떻게 생겼을지 도통 예측이 안 됐다. 날아가는 비행기를 세우고 “면허증 좀 보여주세요”라고 할 경찰도 없을 테고…. 택시 면허처럼 증서를 줄 거라 생각했지만 보통의 운전면허증과 비슷했다.
경량 항공기 면허 취득 방법 자격 시험은 국토해양부에서 일임한 교통안전공단에서 주관한다. 17세 이상이면 응시할 수 있다. 학과 시험 과목으로는 항공법규, 항공기상, 비행이론, 항공교통 및 항법이 있으며 한 과목이라도 낙제하면 안 된다. 20시간의 비행 경험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하며 그중 다섯 시간은 단독 비행이 필요하다. 항공신체검사 증명서가 있어야 면허가 발급되지만 2종 보통 면허로 대신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교통안전공단 사이트(www.ts2020.kr)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