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미래는 두려움과 궁금증의 대상인 동시에 솜씨 좋은 이야기꾼의 훌륭한 소재다. 지난 영화가 들려주는 미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실이 된 이야기들, 허풍으로 끝난 이야기들….

Numéro, 2010년 1월
에디터 | 최태형

1902년, 프랑스의 조르주 멜리에스 감독은 최초의 SF 영화 <달나라 여행(Le Voyage Dans La Lune)>을 선보였다. 망토와 원추형 모자를 착용한 영화 속 과학자들은 대포알에 사람을 실어 인류를 달나라로 보낸다. 그곳에는 다양한 형태의 외계인들이 기다리고 있고, 그들과 인간은 아케이드 게임에 나올 법한 움직임으로 싸움을 벌인다. 단연 효과적인 방법은 우산으로 외계인의 머리를 내리쳐 무찌르는(그들은 죽지 않고 연기가 되어 사라진다) 것이다. 이 영화가 나오고 반세기도 더 지난 1969년, 인간은 영화처럼 달에 착륙한다. 과학자들의 단체 관광이 아닌 몇몇 우주인의 조촐한 여행이었고 외계인들도 보이지 않았지만 영화처럼 달을 밟았다. 조르주 멜리에스의 상상이 현실이 된 것이다. 과학자들의 허무맹랑한 계획에 미묘한 조롱을 담았던 감독은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수많은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아직 그 누구도 본 적이 없기에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미래는 그래서 끊임없이 상상하게 하는 소재의 화수분이다.

영화 <프리잭>은 타인의 몸에 자신의 기억을 주입하여 생명 연장을 꿈꾸는 미래의 인간들을 보여준다. 감독은 1999년에 이 영화를 만들면서 ‘기억 임플란트’ 기술이 10년 후엔 상용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10년 현재 그 예측은 빗나갔지만 뇌를 지배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점차 현실화되고있다. 한국에서도 올해 ‘한국뇌연구원(가칭)’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하니 ‘기억 임플란트’도 그리 먼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스타워즈>를 만든 조지 루커스 감독의 처녀작 <THX 1138>의 배경은 미래판 <모던 타임즈>라고도 할 수 있다. 생산성이 인간성보다 우선시되는 삭막한 산업사회에서 인류는 감정을 억제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각성제를 복용해야만 한다. 영화가 제작된 1970년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소재를 다루었지만 각성제의 복용과 인간성 상실에서 오는 우울증은 2010년 지금 시각으로는 남 얘기 같지 않다. <THX 1138>에서 보여준 독특한 미래상은 그 후 <이퀼리브리엄>, <아일랜드> 등 다른 많은 영화에 또 다른 영감을 제공해 다시금 미래에 대한 궁금증에 시달리게 했다. 한편 좀 더 현실적인 메시지를 다루는 영화들도 있다. 작년 말에 개봉한 <더 문>과 <아바타>는 자원 고갈로 다른 행성을 개척해야 할 상황에 처한 지구를 보여준다. 영화 <투모로우>는 이상 기온으로 인한 인류의 멸망 위기를 사실적이고도 과학적으로 얘기했다. 지금 전 세계가 처한 기상 이변 현상을 보면 단순히 미래의 얘기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지구온난화며 쓰나미, 강진 등으로 이미 인류 멸망이 진행 중은 아닌가 싶은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가 발표한 세계 기후 위기 시계를 보면 2009년 전 세계의 시간은 10시 37분(12시는 지구의 멸망을 의미함)을 가리키며 매우 위험 상태에 접어들었다. 코펜하겐에서는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한 논의(코펜하겐 기후협약)가 이루어졌다. 이를 두고 지구온난화 논란은 개도국 경계를 위한 선진국의 음모라는 등 여러 관점이 있지만 우리가 느끼는 이상 기온만으로도 지구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만은 부인할 수 없다.

현실과 영화는 서로에게 영감을 제공하며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1968년 작품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 묘사한 화상 통화 시스템, 노트패드 컴퓨터는 이미 현실이 된 지 오래다. 또 목성 탐사선 ‘디스커버리호’는 10년 후 NASA의 우주왕복선 이름이 되었다. 현실이 되길 고대하는 미래 영화, 영화로 끝났으면 하는 미래 영화…. 재미있으면서도 뭔가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재난 영화의 끝은 언제나 해피 엔딩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