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여배우가 있다. 임지연 같은 경우다. 데뷔작 하나로 그녀는 충무로와 브라운관을 넘나드는 배우가 됐다.

Esquire Korea, 2015년 9월
Photographs by KIM TAESUN / 글/최태형 스타일리스트/윤상미 헤어&메이크업/이소연

누군가는 노출 덕이라고 했다. 임지연이 주목받게 된 이유 말이다. 임지연의 등장이 꽤나 파격적인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영화 〈인간중독〉에서 극을 이끄는 주연으로 데뷔했다. 〈인간중독〉은 매번 인상적인 정사 신으로 이슈를 만드는 김대우 감독의 작품이다. 그녀가 송승헌과 함께 연출한 농도 짙은 정사 장면이 이슈가 됐다. 첫 상업 영화의 데뷔를 주연으로 시작한 것, 파격적인 노출을 감행한 것 모두 임지연을 주목받게 만들었다. 물론 노출이라는 자극적인 키워드의 역할이 컸다. 영화를 홍보하는 내내 영화 속 정사 장면을 마케팅 요소로 사용했으니까.

“사람들은 제가 노출로 주목받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어쨌든 관심을 받게 됐으니 딱히 나쁘지도, 그렇다고 좋다고만도 할 수 없죠. 파격적이라고 말하는 역할로 데뷔한 것 때문에 한 가지 이미지로 한정될 수 있다고 보는 분도 많잖아요. 그런데 전 그런 생각은 별로 안 해요. 영화가 하고 싶어서 연기를 시작한 거예요. 좋은 작품이고, 내가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면 도전하고 싶어요. 노출이 있는 역할이라도요. 그리고 또다시 노출을 하더라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선택한 거고 후회가 없다면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모르면 용감하다고 하잖아요. 제가 뭘 몰라서 그랬나 봐요.”

노출 때문이라고, 혹은 뭘 모르는 신인의 용감함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미 기억 속에서 사라진 영화에서 임지연 혼자만 떠오르는 것을? 요즘같이 노출이 만연한 시대에 정사 신만으로 주목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오히려 순진한 생각이다. 게다가 영화의 흥행 성적표와 평가 모두 초라한 상황에서 말이다. 그럼에도 임지연은 날아올랐다. 밋밋한 연출과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를 모두 넘어서 말이다. 그녀를 정조준했던 연기력 논란마저 뒤로 밀어내며 순항하고 있다. 데뷔 후 1년 반 만에 두 작품을 더 끝낸 게 그 방증이다.

임지연만의 독특한 신비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임지연이 평면적인 영화 속에서도 입체감을 드러낼 수 있었던 것, 나무토막 같은 연기 사이에서도 관능을 느끼게 만든 요소 말이다. 보여줄 게 더 있을 것 같은, 궁금증을 자아내는 게 그녀의 매력이라고 느꼈다. 어쩌면 배우란 다른 세상 사람 같은 신비감을 주어야 하는 사람이니까.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상류사회〉의 배역은 사뭇 아쉬웠던 게 말이다. 나체를 드러내도 신비해 다가갈 수 없던 배우가 돌연 차고 넘치는 신데렐라가 됐으니….

“약간 친숙해지긴 했죠. 그렇다고 〈상류사회〉나 〈간신〉의 이미지를 벗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에요. 저는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처음에는 영화가 주 무대였으면 했지만 다양한 경험 역시 하고 싶어요. 이제 데뷔한 지 겨우 1년 반이잖아요. 그렇다고 제가 스타가 되고 싶어서는 아니에요. 전 어차피 아무리 노력해도 친숙한 하이틴 스타는 못 될 거니까요. 전형적인 미인은 아니잖아요. 어쩌면 특이한 얼굴이죠. 저 스스로는 개성파 배우라고 말해요. 하하.”

그렇다. 임지연은 이제 겨우 데뷔한 지 1년 반 된, 고작 스물다섯 살의 여배우였다. 하고 싶은 것도 할 것도 많은…. 그리고 무엇보다 배워야 할 게 더 많은 나이다.

“전 사실 〈인간중독〉이나 〈간신〉에서 맡았던 역할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에요. 그래서 요즘은 부드러운, 더 친숙한 역할을 해보고 싶었어요.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아직 제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어떤 커리어를 쌓아야 맞는지 보이지 않아요. 사람들이 봤을 때 임지연이라는 배우가 친숙한지, 혹은 다가갈 수 없는 존재감을 드러내는지는 지금 결정되지 않는 것 같아요. 앞으로 제가 어떤 연기를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아직은 그냥 해보고 싶은 역할을 경험하면서 움직이고 싶은 대로 연기하고, 자유롭게 생활하고 싶어요.”

그녀의 말을 듣고 어쩌면 너무 빨리, 많은 기대로 부담을 준 게 아닌가 싶었다. 이제 막 산을 오르려는 사람에게 정상을 묻고 있었으니….

“저는 노력파예요. 끼가 많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데 연기를 위해 노력하는 게 재미있어요. 그게 다예요. 하고 싶은 건 해야 해요. 그래서 사람들의 시선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 〈인간중독〉 후 〈간신〉에서 또다시 노출이 있는 역을 맡은 것도 그냥 하고 싶어서였어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내 이미지는 어떨까’ 생각하면서 연기하고 싶지 않아요. 제가 원하는 대로 연기하고 몸을 움직이고 싶어요. 슬럼프가 올 수도 있고 생각보다 일이 안 풀릴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게 중요하진 않아요. 전 열정 있는 노력파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