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quire Korea, 2013년 11월
글/최태형 사진/장현우
자동차 레이서 되기
차는 남자의 꿈을 재는 바로미터다. 얼마나 큰지, 얼마나 빠른지 그리고 얼마나 으르렁대는지가 주요 지표다. ‘C&J 헬로비전 슈퍼레이스’ 6전이 열리던 그날 인제 서킷에서 자동차 레이서가 되기로 했다.
자동차는 남자들의 꿈과 현실, 정확히 그 사이에 존재한다. 자동차는 성인이 된 남자가 가장 먼저 꾸는 꿈이기도 하고 욕심 좀 부리면 손에 닿는 현실이기도 하다. 꿈을 이룬 결과를 과시하기 위해 차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이곳 인제 서킷에서는 꿈으로 달려가는 수단임이 틀림없다. 으르렁대는 자동차 위에 오르기로 했다. 바로 레이싱이다.
F1 코리아 그랑프리가 열리기 바로 전 주말이었다. F1의 챔피언 베텔의 입국과 함께 고조된 열기에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영암 F1 서킷에 몰리고 있었다. F1 코리아 그랑프리의 열기가 조금씩 시동을 걸며 사람들의 관심을 영암 서킷으로 잡아끌 때 〈에스콰이어〉는 인제 서킷으로 향했다. 사실 그날은 한국 유일의 챔피언십 경기인 ‘CJ 헬로비전 슈퍼레이스’의 6전이 펼쳐진 날이었다. 챔피언십은 일 년간 진행되는 시즌제 경기다. 일 년 동안 총 일곱 라운드의 경기가 펼쳐지고 각 라운드마다 예선과 결승을 치러 승점을 매기는 방식이다. 슈퍼레이스에는 현재 참가 선수층과 차량에 따라 세 가지 클래스(슈퍼 6000, GT, N9000)와 ‘원메이크 챌린지(단일 차종과 조건으로 운전 실력만을 겨루는 경기)’인 벤투스로 구성된다. 클래스를 나누는 기준은 차의 종류다. 슈퍼 6000은 스톡카라 불리는 레이싱만을 위해 특별 제작된 6000cc급 배기량의 차량이 출전하고, 그 외 GT, N9000, 벤투스는 투어링 카라고 불리는 시중에 판매되는 상용차를 개조해 배기량별 차등을 두어 진행한다.
슈퍼레이스의 경기가 열리던 날, 굉음을 내며 달리는 차들을 오전 9시 반부터 오후 5시까지 지켜봤다. 으르렁대는 차에 정신을 놓고 있다가 문득 내가 이곳에 온 이유가 떠올랐다. 나는 레이서가 되기 위해서 왔지 구경을 하러 온 게 아니다. 당장 차에 올라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경기를 막 끝낸 레이서들을 살폈다. 프로 레이서를 졸라 레이서가 되는 길을 전수받기 위해서다. 이왕이면 이제 막 시작한 어리고 예쁜 여자 레이서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유는 건전하다. 첫째, 그래야 ‘나 때는 말이지~.’ 하는 역사 놀음 없이 간단하고 깔끔한 레이서의 길을 알려줄 테니까. 둘째, 여자여야 하는 이유는 ‘연약한 여자도 하는 일을 나라고 못할쏘냐.’ 하는 다소 남성 우월론적인 자신감을 가질 수 있으니까. 셋째, 예뻐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 성실하게 배울 것 같아서다.
레이싱 모델한테 레이서가 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꿈같은 생각을 하는 순간 N9000 경기에 출전하는 임민진 선수를 발견했다. 레이싱 걸보다 더 예쁜 레이서 임민진은 올해 처음 프로로 데뷔한 신인이다. 다짜고짜 그녀를 졸랐다. 레이서가 되고 싶다고 했다. 대답은 간단했다. “그냥 하면 돼요.” 그럼 차 좀 빌려주세요. “하하! 그건 안 되죠.” 그렇잖아요. 뭐부터 해야 할지 막연해요. “한국 레이싱 라이선스는 카라(KARA: 한국자동차경주협회)에서 발급해요. 2종 보통 이상의 면허가 있으면 누구나 딸 수 있어요.” 너무 쉬운 거 아닌가요? “선수 라이선스는 C,B,A 이렇게 세 등급으로 나뉘어 있는데 C 라이선스는 카라가 진행하는 카트 교육을 수료하거나 자신의 차로도 참가가 가능한 ‘코리아 짐카나 챌린지’에 나가면 돼요. 그 다음부터는 경기력에 따라 승격되는 거예요.” 카라에서 발급한 선수 라이선스가 있다고 모두 서킷에서 경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선수 라이선스에 각 서킷에서 발급하는 1년짜리 서킷 라이선스도 따로 받아야 해요. 각 서킷에서 몇 시간의 교육을 수료하면 쉽게 받을 수 있어요. 사실 선수 면허를 따는 것보다 꾸준히 경기에 나가는 것이 더 어려워요. 아마추어의 경우 자신의 차로 타야 하는데 돈이 꽤 많이 들거든요.” 실제로 N9000과 벤투스 경기는 아마추어 선수의 출전이 많다. 경기마다 조건에 맞는 자신의 차를 가지고 오면 출전할 수 있다. 물론 모든 비용은 본인 몫이다. “카트를 먼저 타세요. 카트를 타면 드라이빙의 모든 기본기를 익힐 수 있어요. 선수들도 카트를 꾸준히 타며 연습하고요. 자연스럽게 카트 팀들과도 친해지면서 등급을 올리는 거예요. 저도 2년간 카트를 타다가 슈퍼레이스에 참가하게 됐어요.” 레이서가 되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돈과 끈기만 투자하면 누구나 임민진 선수를 만날 수 있다. 아니, 레이서가 될 수 있다.
카트 체험 자신이 레이서가 정말 되고 싶은지는 차를 타보면 알게 된다. 우선 카트를 탈 것을 권한다. 카트는 모든 레이싱의 기본기를 익히는 가장 빠른 길이다. 카트 체험장만 자주 다녀도 국내 프로 선수들과 교류할 수 있다. kartclub.co.kr
임민진 선수의 선수 면허증 사단법인 한국자동차경주협회(ikara.co.kr)에서 발급하는 선수 라이선스 면허를 취득하고, 각 서킷별로 발급하는 서킷 라이선스를 취득하면 레이싱 경기에 나갈 수 있다. 2종 보통 면허만 있으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발급받을 수 있으며 사이트에서 카트 교육 일정을 확인해 이수 후 취득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