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quire Korea, 2013년 (추정)
에디터 | 최태형 스타일리스트 | 원세영 헤어 | 한영 메이크업 | 박새롬
지난해 누구보다 바빴던 스무 살 여배우를 꼽자면 진세연이 빠질 수 없다. 내리 세 편의 드라마에서 주연으로 열연했고 시청률도 좋았다. 그중에서도 주원과 박기웅 사이에서 극을 끌고 간 <각시탈>의 여주인공 목단 역할은 그녀를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주연 배우로 성장시켰다. 드라마를 통해 2011년, 2012년 SBS와 KBS에서 받은 신인 여배우상이 이를 증명한다. 안정적인 주연 배우로 차분히 스타의 자리를 노리는 것처럼 보이던 그녀가 불현듯 브라운관이 아닌 대학로 연극 무대 위에 있었다(그녀는 연극 ‘클로제’의 엘리스를 연기했다).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다가 영화나 드라마로 반경을 넓히는 경우는 많지만, 드라마의 주연 자리를 꿰차던 배우가 대학로 연극으로 무대를 옮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여배우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그녀에게 우리가 모르는 문제라도 있던 것일까?
“많은 분들이 ‘요즘 저 연극하고 있어요’라고 하면 ‘갑자기 왜?’라는 반응을 보이세요. 뜬금없다는 거죠. 그런데 뜬금없는 건 아니에요. 처음 배우를 하면서부터 기회가 있으면 해보고 싶었어요. 대학 전공을 연극영화로 선택한 이유도 그랬고요. 학교에서 연극 많이 하잖아요. 생각보다 기회가 빨리 온 거죠. 사실 연극 무대에 설 자신이 없었어요. 당장 연극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은 못 했죠. 언젠가 연기력이 쌓이면 연극도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어요. 그런데 인연인지 불쑥 좋은 배역이 제게 오더라고요. 스무 살다운 당당하고 당돌한 배역을 해보고 싶었거든요. 용기를 냈죠.”
아직 소녀티를 벗지 못한 어린 여배우가 무대를 온전히 몸 하나로 지탱하는 게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연기 패턴도 드라마와 연극은 다를 텐데….
사실 이 의문은 그녀와 인터뷰하기 며칠 전 그녀의 초대로 <클로제>를 관람하고 상당 부분 사라진 상태였다. 생각보다 더 어른스럽고, 요염하고(그녀가 맡은 배역은 스트립 댄서다), 대범했으니까(섹슈얼한 대사를 과감하게 내뱉는다). 그런데 불쑥 다시 떠올랐다. 인터뷰 화보 촬영을 끝내고 화장기 없는 얼굴로 마주한 진세연의 앳된 모습은 또다시 애기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재미있어요. 재미있는데, 힘들죠. 첨엔 많이 힘들었어요. 드라마랑은 너무 다른 거예요. 카메라 앞에 서는 것과는 다르더라고요. 연극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풀숏이니까 몸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표정이 클로즈업 되지 않아 잘 안 보이면 어쩌지? 하면, 대사에 감정을 실어 전달하면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어떻게 하라는 건지(웃음). 근데 계속 연습하고 하니까 목소리도 많이 커지고 발성하는 데에도 도움이 많이 되고, 처음에는 부끄럽던 대사도 이젠 아무렇지 않아요. 무엇보다 반응이 바로 오는 게 최고로 좋은 것 같아요.”
그녀는 중 3때 광고로 연예계 일을 시작했다. 흔하디흔한 거리 캐스팅이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티브이에서나 대학로에서나 학교에서나 연기만 하고 있다니….
“일찍 데뷔한 연예인들이 학창 시절 추억이 많지 않아서 아쉽다고들 하잖아요. 저는 오히려 광고도 찍어보고 재미있게 보냈거든요. 또 제가 밖에 나가는 걸 귀찮아해요. 그래서 만나는 친구들도 다섯 명이 안 돼요.”
한창 사람 만나고 늦게 다니는 맛을 들일 대학생이 연애는 못할망정….
“모태솔로예요. 딱히 남자에게 관심도 없고 만날 기회도 없어요. 사실 대학 가면 CC 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연예계 활동을 할 줄은 몰랐죠.”
기회는 만들어야지! 진세연도 여타 아이돌처럼 연애 금지령이라도 받은 것일까?
“소속사에서는 어디든지 다니라고 해요. 하지만 항상 매니저와 함께 다니라고 하죠. 어디 그렇게 다니는 게 편한가요?(웃음) 나가는 것도 안 좋아하는데 몰래 다니다 걸리면 괜히 싫은 소리 듣고 하니까 그냥 잘 안 다녀요.”
괜히 내가 다 서운했다. 누가 혈기왕성한 나이에 못 놀게 한다면 울 것 같아서 혼잣말을 했다. 슬프네요.
“문득문득 서운한 건 있어요. 예를 들면 배우들의 생일 파티가 있거나 일찍 촬영이 끝난 날은 회식을 하기도 하는데, 소속사에서 쫑파티만 가면 되지 그런 것까지 가냐고 하면 그땐 서운하죠. 그럴 때가 있죠.”
연기 열의를 불태우다 뾰로통해지기도 하는 진세연은 여느 20대 소녀와 다를 바 없었다. “한효주 선배님 같은 연기를 하고 싶어요. <동이>를 보면 참하고 조용할 것 같은 이미지인데, <오직 그대만>을 보면 또 통통 튀어요. 저도 그런 모습을 닮고 싶어요.” 그녀는 <오직 그대만>의 한효주처럼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역할의 영화 <사랑만의 언어>의 촬영을 막 끝냈다.
“스물다섯까지 연애 금지예요. 제가 좀 더 목표에 다가가게 되면 그때 연애해도 늦지 않은 것 같아요. 엄마가 그랬어요. 만약 남자친구를 사귀면 다른 남자들은 저를 싫어할 거라고요. 전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싶어요.”
목표에 다가가기 전까진 참을 줄도 알아야 한다며 의젓한 척하다 금세 뾰로통해지기도 하고, 다시 뭐가 좋은지 입꼬리를 올리는 아가씨를 마다할 남자도 있을까? 연애 좀 한다고 해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