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quire Korea, 2014년 12월
글/최태형 사진/게티이미지

‘그냥 혼자 잘까?’ 하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괜한 짓을 한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그날은 호텔에서의 하룻밤을 예약한 날이었다. 콘래드 호텔에서 준비한 연말 프로모션을 독자에게 소개하고 싶어 방을 잡았다. 영국 명품 란제리 브랜드 아장 프로보카퇴르의 특별 패키지가 조식과 함께 프로모션에 포함된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사실 그게 어떤 브랜드인지는 몰랐지만 특별한 밤을 위한 것이라는 점이 궁금했다. 그런데도 막상 체크인을 하는 날엔 그냥 혼자 잘까 싶었다.

서른 중반을 향하는 나이다. 하룻밤 섹스가 대단한 의미를 갖는다고 믿었던 시절은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 스무 살의 남자에게 섹스가 환상이라면 서른의 남자에게 섹스는 그저 일상일 뿐이다. 여자들도 마찬가지다. 모텔이든 집이든 현관 문턱만 넘으면 섹스는 쉬웠다. 그저 자연스럽게 문턱을 넘게 할 수만 있다면 바지를 벗기는 일은 파스타를 만드는 것 정도의 수고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와 이곳에서 함께 자야 할지 막막했다. 불러내려면 누구든 불러낼 수 있지만 마음이 가지 않았다. 떠오르는 사람이 한 명뿐이어서 그랬다.

도심 속 호텔은 여행자에게는 가장 편안한 일상의 공간이다. 하지만 그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얘기는 다르다. 내가 사는 도시 속 호텔은 미지의 숲이다. 아직 탐험한 적이 없어 지도에 그리지 못한 신비의 섬이기도 하다. 누군가 내게 뉴욕의 에이스 호텔에 관해 묻는다면 취향을 뽐내듯 떠들 수 있지만 여의도 콘래드 호텔은 설명할 길이 없다. 서울에 살면서 서울 콘래드 호텔에 묵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특별하게 느껴졌다. 모텔로 손목을 잡아끌듯 아무나 부르고 싶지 않았다. 특별한 날을 허비하는 것 같아서 그랬다.

마음속에 떠올린 A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녀와 만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떠오르는 건 그녀뿐이었다.

‘오늘 저녁에 시간 있어?’

‘급하게 일이 생겨서 야근해야 할 것 같아요.’

그때 B에게서 문자가 왔다.

‘오빠 뭐해요? 오늘 이태원인데 오빠네 집에 놀러 가도 돼요?’

요가 강사로 일하고 있는 그녀는 탄탄하고 풍만한 가슴이 매력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불쑥 집에 오고 싶어 했고 그럴 때면 항상 물방울 모양의 가슴을 내게 선사했다. 물론 애크러배틱한 체위도 그녀만의 장점이었다.

그러나 그날은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다시 A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래도 만나자, 너랑 가고 싶은 곳이 있어.’

밤 10시에 그녀가 회사 문을 열고 나왔다. 자동차의 상향등을 두 번 반짝여 그녀를 불렀다. 그녀가 불빛에 눈을 찡긋하는 게 좋았다. 신사동에서 올림픽대교를 타고 여의도까지 가는 길은 한적했다. 가로등 불이 만든 빛 그늘 아래로 재빨리 차를 몰았다. IFC몰과 연결된 주차장에 들어설 때도 그녀는 우리가 어디로 향하는지 가늠하지 못했다. 미리 체크인해둔 방으로 올라갔다. 콘래드의 장점은 한강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방문을 열고는 그대로 창가로 그녀를 잡아끌었다. 한강의 야경은 어색한 순간에도 감탄을 자아낼 수 있는 서울의 자랑이다. 아름다운 조명의 한강 다리들, 빛나는 남산타워는 마치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았다.

“오빠, 오늘 무슨 날이에요?”

방에는 크리스마스 패키지인 아장 프로보카퇴르의 아이 마스크와 향수 그리고 제스처 카드가 있었다.

“너한테 주고 싶은 게 있어서 그래.”

사실 받고 싶은 게 있는 건지도 몰랐다. 나는 실크로 만들어진 아이 마스크로 그녀의 눈을 가렸다. 선물은 미리 보면 재미없으니까. 두 눈을 가리자 그녀의 가슴은 부풀어 올랐다. 두근거리는 게 느껴졌다. 내 가슴이 뛰는 걸지도 몰랐다. 나는 천천히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러곤 오른손을 그녀의 가슴에 가져갔다. 부드럽고 따뜻한 가슴 아래로 심장이 쿵쾅거렸다. 이제 눈가리개는 필요 없었다. 그녀의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자 내 마음이 설렜다. 한강과 야경, 은은한 조명과 넓은 침대는 마치 미지의 도시를 여행하는 것 같은 기분을 선사했다. 그녀를 들어 침대로 옮겼다. 넓고 푹신한 킹사이즈 침대는 마치 수영장 같았다. 침대는 우리를 깊게 안아 축축히 적셨다. 물이 넘칠 듯 젖어들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다리 사이에 손을 옮겨 따뜻한 체온을 나눴다. 그녀는 내 귀에 입술을 대고 다시 물었다.

“오빠, 오늘 무슨 날이에요?”

그녀의 질문에 답은 필요 없었다. 질문은 사실 답변이었다. 지금 이 순간 특별하다는 것을 그녀는 가쁜 숨결로 내게 말하고 있었다. 나 역시 큰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곤 대답 대신 그녀의 가슴과 배꼽, 그리고 다리 사이에 집중했다. 그렇게 아무 날도 아닌 밤은 특별해졌다. 서른을 넘은 남자의 일상이 환상이 되는 밤이었다. 그런 방이었다.

* 콘래드 서울에서는 12월 20일부터 31일까지 크리스마스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룸, 크리스마스 특별 조식 그리고 명품 란제리 브랜드 아장 프로보카퇴르가 준비한 커플을 위한 아이템이 포함된 패키지를 만날 수 있다. conrad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