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에 가까운 몸짓으로 사람들에게 환희를 안겨주는 서커스. 육체의 움직임이 극한으로 수렴할 때 희열은 커진다. ‘태양의 서커스’ 중 최고의 성공작으로 손꼽히는 <알레그리아(Alegria)>. 한국을 찾은 <알레그리아>가 명성에 걸맞은 환상을 보여준다.
Numéro, 2008년 10월
에디터│최태형
Circus
고도로 숙련된 인간의 몸동작과 동물의 곡예로 구성된 서커스의 어원은 ‘원형’, ‘회전’을 뜻하는 라틴어 키르쿠스(circus)다. 고대 로마의 원형극장 역시 키르쿠스 막시무스(circus maximus)라고 불렀다. 이곳에서는 격투기, 스포츠 등을 포함한 모든 구경거리를 동그랗게 둘러싼 상태로 보게 된다.
관심과 존중을 원하는 인간의 본능에 시선은 언제나 최고의 찬사인 동시에 폭력이었다. ‘구경거리’라는 말에 묘한 흥분과 멸시가 동시 내포되어 있는 것처럼 동그랗게 둘러싸고 바라보는 서커스 속에는 환상과 좌절의 순환이 들어 있다. 그래서 서커스(회전)인 것이다.
일찍이 서커스에서 선보이는 것은 일반인과 다른 몸짓과 행동이었다. 그래서 비정상적으로 키가 큰 거인이나 키 작은 난쟁이의 기형적 모습은 서커스단의 흥행 요소다. 사회적 관용과 복지가 갖추어지기 전의 미성숙한 사회에서는 그저 조롱의 대상일 뿐이었으나, 서커스라는 무대를 만나 환상을 만들어내는 존재가 된 것이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서커스 관람석에서> 속 여자 곡마사가 비루한 고통에서 결국 환희와 경의에 찬 환상적인 피날레로 마무리하듯이 말이다.
<알레그리아>는 ‘환희’, ‘희망’, ‘희열’을 뜻하는 스페인어다. 과거에서 현재까지 불확실성과 혼란 속에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시대를 뛰어넘어 전해지는 생명력의 근원은 바로 희망이다. <알레그리아>는 바로 이 희망과 환희를 직접적으로 노래한다. 과거의 기괴함이 가진 흥행성은 아름다운 의상과 연출을 통해 기품을 높여 대체하고, 세상 모든 곳의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이야기로 짜임새를 더한다.
태양의 서커스 <알레그리아>는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사회의 불확실성에 집중한다. 고도화되는 산업 속에서 전 세계는 가까워지지만, 축소되는 세상에서 개인의 존재는 이전보다 더욱 작아지고 고립된다. 그리고 이 모든 고난을 이겨내는 것은 인간의 희망에 대한 갈망이다. 사실 고립과 불안함, 이 두 가지는 일정한 정착지를 두지 않고 떠돌아다니며 한정된 공동체 생활을 하는 서커스단의 숙명이기도 하다. <알레그리아>는 그들의 내면적 숙명과 인간의 보편적 불안함을 모두 안고 환상에 대해 노래한다. 과거의 서커스와 달리 더욱 화려하고 전략적이며 예술적인 방법으로….
Alegria
1984년 캐나다의 퀘벡에서 73명의 단원으로 시작된 ‘태양의 서커스’는 현재 1000명 이상의 단원과 4000여 명의 직원을 포함한 기업형 공연 제작사가 되었다. 그리고 여전히 100% 자급자족 시스템으로 전 세계를 순회한다.
얼마 전 한국에서 그들의 공연장 ‘빅톱’의 기둥이 올라갔다. 빅톱이 올라간다는 것은 그곳에 ‘태양의 서커스가 열리는 것’을 뜻하며, 빅톱을 세우는 상량식은 그들의 대장정을 알리는 일종의 의식이다. 80명의 인력이 653톤의 무게에 높이 19m, 직경 51m의 크기로 2500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을 세운다. 그리고 그 주변에 아티스트용 텐트, 매표소, 관리 사무소, 식당, 학교를 세우고 자급자족이 가능한 2만m 2 의 한 마을이 만들어져야 비로소 공연을 위한 준비가 완료된다.
배우들은 의상 디자이너 도미니크 르미외(Dominiquw Lemieux)가 이끄는 80여 명의 의상팀이 최고의 옷감과 자재로 제작한 90여 종이 넘는 옷과 머리에 쓰는 장식품, 마스크, 신발, 속옷 등을 입는다. 하늘색, 은색, 흰색으로 만들어진 옷은 ‘에인절’, ‘님프’ 등 젊음을 상징하는 캐릭터들이 맑고 순결함을 뽐내는 데 활용하고 보석, 반짝이, 레이스 등을 이용해 만든 의상은 ‘올드 버드’, ‘플러’ 등이 세속과 욕심을 상징하는 데 사용한다. 이들은 화려한 의상을 입고 신기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펼친다. 인간의 육체를 극대한 사용하며 고난도의 몸동작으로 우아한 세트 위에서 옛것과 새로운 것의 대립을 통한 번영과 변화를 노래한다. “마치 위병 교대식의 한복판에 있는 것처럼 신구 세대 간 대립이 벌어지다 결국 새로운 세대가 우위를 점하게 되는 상황을 아름다운 몸집과 목소리로 묘사한다.” 서커스단의 설명이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55주간 빌보드 차트에 올랐으며, 타이틀곡 ‘알레그리아’는 그래미상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태양의 서커스’는 15년의 투어 일정을 주기로 프로그램을 새롭게 기획 개발하여 전혀 새로운 쇼를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며, 이를 통해 끊임없이 개선되고 발전해왔다. 올해는 태양의 서커스 <알레그리아>가 아시아 투어 일정을 마지막으로 15년의 오디세이를 마감하는 해이다.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알레그리아>. 처음이자 마지막 ‘희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