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우

A kind of modernist

A kind of modernis
바이크처럼 요란하거나 자동차처럼 진부하지 않아 좋은 남자. 배우 김강우가 도시와 배역을 살아가는 방법.

김강우를 생각하면 딱히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슈트를 입고 서 있어도 장난스럽게 미소 지을 것 같고, 청바지에 흰 티셔츠를 걸치고도 진지하게 사업 얘기를 할 것만 같다.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아 보이는 남자. 그가 슈트를 입은 채로 스쿠터 위에 앉은 이유다.

[김강우] 스쿠터는 요즘 도시에서 가장 좋은 이동 수단인 것 같아요. 바이크처럼 부담스럽지도 않고, 자동차를 타면 항상 막히니까요. 게다가 요즘같이 좋은 날싸에 딱이죠.

반듯한 인상이라 ‘두 바퀴’는 싫어할 줄 알았어요.

아니에요, 좋아해요. 사실 자전거의 ‘두 바퀴’를 좋아하긴 하죠. 그런데 자동차는··. 남자들은 자동차에 굉장히 집착하고 많은 투자를 하는데 저에겐 ‘이동 수단’ 이상은 아니에요. 그래서 거기에 시간과 애정을 쏟지는 않아요. 오히러 스쿠터나 자전거처럼 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것들이 더 좋더라고요. 사실 좀 무서워했어요. 어려서부터 차 조심하라는 애기보다 바이크 조심하라는 말을 더 많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연기를 하다 보니 바이크 탈 일이 있더라고요. 영화 《태풍태양>에 나온 스쿠티도 그렇고 더 큰 바이크도 타봤는데, 왜 남자들이 바이크와 스피드에 빠지는지 좀 알겠던데요.

오늘 비가 올까봐 걱정했어요. 슈트 입고 스쿠터 타는데 바라•·

그것도 분위기 좋았겠는데요?

비 오는 날씨 좋아해요. 금방 상쾌해지잖아요. 그리고 좀 차분해지는 느낌이에요. 생각도 많이 하게 되고요. 그리고 비 개 다음을 자꾸 기대하게 되잖아요. 비 맞는 건 안좋아해요(웃음). 서울이 정말 깨끗하다면 달랐을 수도 있겠지만요. 비 맞은 차들을 보면 새끼맣잖아요. 예전에 뉴질랜드를 여행할 때 비가 왔는데 거기서는 맞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곳에서는 한번 비 맞고 걸어봐야 하지

네 바퀴’보다 ‘두 바퀴’를 선호하는 걸 보면 슈트보다는 캐주얼이 어울릴 듯해요.

(드라마 <남자 이야기>에서 슈트에 타이까지 갖춰 입고 나오다 보니) 오랜만에 캐주얼한 복장을 입으니까 좋으네요. 정장을 입을 때면 뭐랄까, 제가 ‘남자라는 게 느껴져요. 아무래도 몸을 끊임없이 보게 되고, 옷매무새를 매만지게 되고요. 슈트는 남자들이 멋을 낼 수 있는 최상의 도구니까요. 남자들만의 특권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요즘 같은 계절에는 캐주얼이 편하죠. 개인적으로 진에 티셔츠 입고 스니커즈 신는 거 좋아해요. 카디건도 즐겨 입고요.

운동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는군요.

삼성동에 사는데 조금만 나가면 한강이에요. 한강 변에서 걷는 걸 좋아해요. 요즘 날씨가 걷기에 딱 좋아요. 강턱에서 여의도까지 걸어가는 길이 있거든요. 두세 시간씩 걸어도 주변 풍경이 계속 바뀌니까 질리지가 않아요. 피트니스 센터야 누구나 다 다니니까·

영화 <태풍태양>, <마린보이>에서는 익스트림 스포츠나 수영도 곧잘 하던데요?

사실 과격한 걸 빌로 안 좋아해요. 위험한 것, 스릴에 매력을 못 느껴요. 대신 구기 운동 좋아하죠. 축구, 농구 이런 것들요. 그런데 사실 제가 단체 생활에 약해서 걷기, 자전거 타기, 등산처럼 혼자 하는 활동이 더 편해요. 그렇다고 막 새벽에 일어나서 산에 가고, 그런 부지런한 성격은 아니에요.

꽤나 부지런할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 배역도 다 원가를 배워야 했던 역할이에요.

사실 제가 뭔가를 꾸준히 배우지 못해요. 한 가지를 진득하게 하지 못하고 금방 질리는 성격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지금 벌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배역이 아니었으면 저는 할 줄 아는 게

그래도 슈트가 잘 어울리는 걸 보니 악기 하나쯤은 능히 다룰 것 같은데요? 드라마 속에서 피아노도 치시잖아요.

다룰 줄 아는 악기 없어요(웃음). 음악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고요.

그래도 보통 대학 시절에는 음악이나 잡기에 한 번씩 빠지기도 하잖아요.

제겐 그런 감성은 없는 것 같아요. 사실 음악도 필요할 때만 들어요. 기분 전환을 하고 싶을 때라든지••·제가 또 다혈질이라서요.

무의식적으로 음악을 들어놓고 생활하거나 TV를 켜놓는 일은 없겠네요?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못하는 성격이에요. 대부분의 남자들이 ‘멀티’와는 거리가 멀잖아요. 저는 더 심해서 음악을 들으면서 다른 생각을 하는 게 어려워요.

그럼 사람들과 어울리는 건 어때요? 일 때문에라도 여러 사람들을 만나야 할 텐데.

사람들 만나는 건 좋아해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가는 건 싫어요. 기를 빼앗기는 것 같고 좀 힘들더라고요. 그런 곳에 가면 몸이 좀 아파요. 또 선천적으로 형식적인 자리에 참석하는 걸 잘 못해요. 술도 조촐히 모여 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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