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ncyclopedia of Eating Now

Esquire Korea, 2013년
취재/김민정, 신기주, 최태형, 성현재, 김진호, 이제국(어시스턴트) 사진/최민석, 박남규, 이근수, 김나은

# Esquire BEST NEW RESTAURANTS 2013

The Encyclopedia of Eating Now

새롭고 핫한 17군데의 식당 • 올해의 가장 매력적인 웨이트리스와 셰프 • 올해의 가장 흥미진진한 레스토랑 오너 • 이태원과 한남동 전성기, 경리단길의 부흥 • 브래서리와 캐주얼 다이닝바의 선전 • 그 밖에 주목해야 할 올해의 다이닝 신에 관하여.

ALEXANDER MANSION
알렉산더 맨션

성북동의 구불구불한 도로를 휘저으며 당도한 알렉산더 맨션. 마침 비가 내렸고, 흐릿한 날씨 덕인지 알렉산더 맨션의 분위기는 묵직했다. 이곳이 과연 올해 새롭게 오픈한 레스토랑이 맞나 싶을 정도. 정체와 근본을 짐작하기 힘든 소품과 집기들, 오브제와 실내 인테리어에서는 묘한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고 반쯤 오픈된 주방에서 바삐 움직이는 요리사들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성북동에 레스토랑을 오픈한다는 건 상식 밖이다. 워크인 손님이 있을 리 없으니 ‘동네 장사’로 국한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알렉산더 맨션은 다양한 방식으로 유명세를 떨치며 선전하고 있는데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설치 미술가인 동시에 주인인 ‘알렉산더 김’의 열정적인 서비스와 감각이 인상적이고, 무엇보다 이곳에서 선보이는 이탤리언 음식이 입맛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식가들에게도 상당히 어필할 정도로 수준급이라는 것이다. 스테이크에 곁들이는 소금(페르시안 블루 솔트, 블랙 올리브 솔트, 히말라야 암염, 포르치니 솔트) 접시만 봐도 알 수 있다. 물론 가격은 다소 비싸다. 한 가지 흠이라면 그것뿐이다. 혹시 또 아나. 당신이 식사하는 옆자리의 노신사가 당신이 타고 온 차 회사의 오너일지. 그게 바로 이곳에서 일상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만 알아두면 된다.

주소/ 성북구 성북동 321
전화/02-765-7776

The Owner
알렉산더 김 — 알렉산더 맨션 CEO

설치 미술가와 레스토랑 오너라는 두 개의 직업 사이에 있는 알렉산더 김. 100미터 밖에서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인상적인 외모의 소유자인 동시에 성북동을 누구보다 잘 알고, 성북동에 사는 이들의 삶까지도 속속들이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럭셔리한 정서의 소유자다. 예술가인 어머니와 함께 알렉산더 맨션을 꾸몄고, 알렉산더 맨션의 아이콘이 됐다. 그와 알렉산더 맨션은 동의어다.

ALCAZAR DE SEOUL
알카자 데 서울

최근 괜찮은 스페인 레스토랑이 속속 오픈하고 있다. 사람들이 프렌치와 이탤리언 레스토랑 일색에 식상함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다. 여러 개의 타파스를 한 상 푸짐하게 차려 먹는 스페인 식사 스타일이 한국의 정서와 잘 맞기도 하다. 몇 해 전부터 타파스 열풍이 불었기 때문에 스페인 음식이 생소하지만은 않지만 제대로 된 요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은 흔치 않았다. 올해 들어 수준급 스페인 레스토랑이 몇 군데 문을 열었는데 그중 가장 주목할 만한 곳이 알카자 데 서울이다. ‘서울의 요새’란 뜻의 알카자 데 서울은 급격히 늘어난 다른 스페인 레스토랑과의 차별을 위해 메뉴 선정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베리코 하몽을 준비해둔 것은 기본이고 스페인 남부 스타일의 해산물 요리부터 샐러드, 빠에야 등 종류도 다양하다. 현재까지도 메뉴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으며 한국인 입맛에 가장 적합한 메뉴를 계속해서 업데이트하는 중이다.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라기보다 다양한 종류의 타파스를 곁들일 수 있는 와인바 성격이 강하지만 여느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수준의 요리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스페인에서 직접 공수한 소품들로 인테리어를 구성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주소/강남구 신사동 646
전화/02-515-3632

CELEB DE TOMATO 세레브 데 토마토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세레브 데 토마토’는 ‘매드포갈릭’으로 잘 알려진 외식 전문 기업 썬앳푸드의 이탈리언 캐주얼 다이닝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이곳 요리의 주재료는 신선한 토마토다. 토마토 하나로 이토록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이곳을 흔한 프랜차이즈 정도로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썬앳푸드는 센트럴 키친을 지양한다. 산지와 직거래한 토마토를 가지고 조리의 하나부터 열까지 레스토랑 내 주방에서 모든 게 이루어진다. 호텔에서 시작된 기업인만큼 호텔 레스토랑 식 운영이다. 세레브 데 토마토는 일본에서 라이선스를 들여온 브랜드지만 최승림 셰프가 토마토라는 주재료만 남기고 90퍼센트 이상 메뉴를 다시 개발했다. 일본 전국 조리 콩쿠르 입상 경력의 소유자이기도 한 그가 한국과 일본의 미묘한 차이를 메뉴에 반영해 입맛을 맞췄다. 그래서인지 ‘토마토를 이렇게 요리할 수도 있나?’ 싶은 메뉴도 막상 입에 넣으면 그 맛을 인정하게 된다.

주소/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517-29 1층, 2층 전화/02-3446-6871~3

GRAND CIEL ITAEWON 그랑 씨엘 이태원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태원. 그곳에서 그나마 한적한 한강진역 쪽을 거닐다 보면 노란 은행나무 잎들로 무성한 길에 상아색으로 칠해진 건물이 덩그러니 있다. 그곳이 그랑 씨엘 이태원, 신사동 본점에 이은 2호점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현대 건축 같지만 1930년대에 만들어진 한옥의 대들보와 서까래를 살려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만들었다. 실내는 건물 겉면보다 더 진한 노란색으로 칠해졌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의 정통 음식을 주로 한다. 30여 종이 넘는 요리 중 홍합요리와 엔초비 파스타가 메인 요리다. 음식은 1층과 2층에서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11월쯤에는 꼭 2층에 올라가 음식을 먹었으면 한다. 노란 은행나무 잎과 눈높이를 맞출 수 있으며, 오후 3시쯤에는 따사로운 햇볕이 대리석 테이블을 따뜻하게 달군다. 음식을 먹고 난 후에는 쪽문을 이용해 테라스로 나가 커피를 마실 수도 있다.

주소/용산구 한남동 749-3 전화/02-749-0283

Tomato Special — 토마토로는 못하는 게 없지

세레브 데 토마토 샐러드
토마토 하나의 속을 게살 샐러드로 채우고 다양한 채소를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과 곁들인 샐러드.

이베리코 포크 스테이크와 토마토
달콤한 허니 머스터드소스와 토마토 그리고 돼지 목심 스테이크가 오묘하면서도 담백한 맛을 낸다.

로제 카르보나라
진한 크림소스를 토마토 색으로 물들인 후 달걀노른자를 얹었다. 크림소스의 깊은 맛과 진득함이 돋보인다.

토마토 브륄레
오븐에 바삭하게 구운 토마토와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오묘한 조합이 눈까지 즐겁게 한다.

Index
SUSHI Z 스시 Z / BOTTEGA VINI 보테가 비니 / ALEXANDER MANSION 알렉산더 맨션 / ALCAZAR DE SEOUL 알카자 데 서울 / CELEB DE TOMATO 세레브 데 토마토 / GRAND CIEL ITAEWON 그랑 씨엘 이태원 / SECOND KITCHEN 세컨드 키친 / DOHA 도화 / UN DEUX TROIS 앙드뜨와 / ZERO COMPLEX 제로 콤플렉스 / MAISON DE LA CATEGORIE 메종 드 라 카테고리 / TAMARIND BY MISS SAIGON 타마린드 바이 미스 사이공 / 羅宴 라연 / HARMONIUM 아르모니움 / TASTINGROOM 테이스팅룸 이태원점 / OGIHARA KITCHEN 오기하라의 작은 부엌 / OVERLAP 오버랩

SUSHI Z 스시 Z
스시 Z는 요즘 가장 핫하다는 한남동에 있다. 게다가 뉴욕 스타일 스시바라는 트렌디한 콘셉트를 내세웠다. ‘스시 지’로 읽을지 ‘스시 제트’로 읽을지 잠깐 갑론을박했지만, 뭐든 상관없다는 투가 폼과 격식만 차리는 곳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렇다고 음식마저 격식 없다 여기면 곤란하다. 신라호텔 일식당에서 10년간 경력을 쌓은 김헌수 셰프가 주방을 책임진다. 재미있는 건 철제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선 1층이다. 한 공간 안에 스시 바와 데판야키 바가 공존하고 있다. 이런 구성의 일식당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복어와 스테이크가 함께 올라간 크리스마스 특별 메뉴 접시를 보고 있자니 스시 Z의 아이덴티티가 단박에 느껴진다. 생선과 고기를 함께 먹을 수 있는 그 독특한 구성 말이다. 이곳은 코스로 중무장한 일반 스시 집과 달리 단품 메뉴에 힘을 줬다. 음식의 다양성만큼이나 주류 역시 착한 가격으로 구성됐다. 이곳의 백미는 테라스다. 볕 좋은 날 앉아 있으면 음식과 술이 술술 넘어갈 것만 같다.
주소/용산구 한남동 739-28 전화/02-795-4267

BOTTEGA VINI 보테가 비니
압구정동과 청담동을 가로지르는 도산대로에서 논현동 방면으로 한 블록 들어가면 푸르른 외벽과 작은 화단으로 반겨주는 보테가 비니. 입구의 휘장을 걷고 안으로 들어서자 오픈키친과 그 앞에 붙어 있는 바 테이블, 3만원대에서 100만원을 호가하는 와인들로 가득 차 있는 세 개의 와인 셀러가 눈에 들어온다. 오픈키친 자체야 새로울 것도 없으나 재료의 상태와 위생, 그리고 조리 과정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레스토랑 내부에는 이상훈 오너 셰프가 직접 그린 그림과 세심하게 신경 쓴 조명, 가구 아이템들이 또 하나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레스토랑이 너무 인테리어에만 신경 쓴 건 아니냐고? 요리, 그중에서도 스테이크는 완벽하다. 입안 가득 퍼지는 깊은 맛과 부드러운 육질은 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계산할 때는 그 미소가 조금 사라질지 모르겠으나 12월부터 재료 낭비를 줄여 질은 유지하면서도 가격은 낮출 예정이라니 기대해도 좋겠다.
주소/강남구 논현동 96-2 전화/02-516-3362

SECOND KITCHEN
세컨드 키친

세컨드 키친은 주택으로 가득한 한남오거리 부근에 있다. 빌라와 아파트 사이에 2층짜리 뉴 아메리칸 다이닝 레스토랑이 있다는 건 그들이 캐주얼한 음식을 주로 한다는 뜻이다. 간판 없이 빨간 벽돌 외벽에 흰 페인트로 숫자 ‘2’만 써놓았으니 처음 가보는 사람은 길을 헤맬 수도 있다. 세컨드 키친은 식당과 카페, 와인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올인원 레스토랑이다. 그렇다고 식사를 해야만 커피나 와인을 마실 수 있는 건 아니다. 커피나 와인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퀴진 레스토랑에서 만나 꿈을 같이 키운 에릭과 크리스틴 셰프가 세컨드 키친을 이끈다. 익숙함과 새로움의 균형을 맞추며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는 요리를 내놓는다. 천장에 있는 거대한 유리를 통해 내리쬐는 자연광이 시시각각 다른 분위기를 만들지만 요리 맛은 한결같다. 대리석 테이블 위에 곱게 놓인 냅킨과 와인 잔, 검은 재킷을 입고 움직이는 스태프만 보고서는 값비싼 레스토랑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생선과 삼겹살을 이용한 요리와 샐러드 등 맛과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은 요리를 만든다.

주소/용산구 한남동 263-2
전화/02-794-7435

DOHA
도화

도화는 청담동에 새로 오픈한 다이닝 이자카야다. 이자카야가 동네 호프집만큼 많아진 마당에 이곳을 주목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바로 음식의 질이 수준 이상이기 때문이다. 일본식 분위기에 대충 안주 구색을 갖춰놓고 술이나 팔아먹자는 심산이 아니다. 간단하게 먹을 수 있지만 코스 요리를 연상케 할 정도로 구성이 알찬 벤또, 고급 일식집에 버금가는 사시미와 스시, 일본 본토 맛을 재현한 샤부샤부 등 식사로도 손색없는 메뉴가 즐비하다. 물론 다양한 안줏거리도 준비되어 있다. 기본에 충실한 꼬치구이를 비롯해 각종 퓨전 요리도 많다. 그중 모둠 쇠고기 화로구이가 가장 인기다. 세 가지 부위의 한우를 작은 화로에 직접 구워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천엽 샐러드도 인기 메뉴 중 하나인데 서비스 안주 정도로 홀대받던 천엽의 변신이 예사롭지 않다. 기름장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특제 소스와 각종 채소, 천엽 특유의 식감이 입맛을 자극한다. 한 번 맛보면 푹 빠져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단골들이 빼먹지 않고 주문하는 인기 메뉴가 되었다. 이곳이 이토록 질 좋은 음식에 집착하는 이유는 두 오너의 열정 때문이다. 강레오 셰프와 배우 이수경이 바로 도화의 오너. 둘은 공통 관심사인 음식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다가, 편안한 분위기에서 고급스러운 음식을 즐기며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청담동 투다리’ 콘셉트를 잡게 되었다고 한다. 파인 다이닝에 주력하던 강레오 셰프의 변신이 꽤 성공적으로 보인다.

주소/강남구 청담동 89-5
전화/02-6335-0115

UN DEUX TROIS
앙드뜨와

3인의 식도락가가 있었다. 한 사람은 셰프였고 한 사람은 와인전문가였고 한 사람은 금융인이었다. 불어와 한국어와 영어로 떠들어대며 매일 먹고 마셨다. 뭔가 아쉬웠다. 생각했다. 한국은 새벽 3시에도 아귀찜을 먹을 수도 있는 나라다. 그런데 왜 아직 새벽 2시인데도 부르고뉴풍 달팽이 요리와 까망베르 퐁듀는 먹을 수 없을까. 그래서 차렸다. 그게 앙,드,뜨와다. 셋이 뭉쳤다고 해서 하나,둘,셋이다. 프랑스 요리의 기본을 갖췄다고 해서 1,2,3이다. 앙드뜨와는 브래서리다. 카페보단 고급스럽지만 레스토랑보단 편안한 식당이 브래서리다. 정말 앙드뜨와엔 프랑스 식당 특유의 콧대가 없다. 정말 앙드뜨와는 아침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문을 연다. 메뉴는 50가지가 넘는다. 새벽 2시에도 50가지 메뉴가 다 된다. 동업자 한 사람인 로스 그레고리는 말한다. “외국에도 한국 식당은 있죠. 하지만 한국 사람도 단순히 한국 음식을 하는 식당이 아니라 정말 한국스러운 식당이 아쉽다고 느낄 겁니다. 우리가 그랬어요. 앙드뜨와는 프랑스 식당이 아니라 정말 프랑스스러운 식당입니다.” 배가 고프면 토시살 스테이크와 프렌치 프라이를 먹으면 된다. 토시살이 야들야들하다. 프랑스식 레몬 소스 닭가슴살 요리도 맛있다. 닭고기살이 여인의 속살 같다. 디저트는 무조건 베이크 알라스카다. 따뜻하고 달달한 껍질 속에 차가운 아이스크림이 그대로다. 없는 와인도 없다. 질펀하게 먹고 놀고 마시기엔 일이삼이다.

장소/용산구 이태원동 123-33 전화/02-796-1244

[박스] Hostess of the Year

미셀 리는 앙드뜨와가 가오픈하던 8월 1일 한국 땅을 밟았다. 미셀 리는 뉴저지에서 패션 쪽 일을 하고 있었다. 친구였던 앙드뜨와의 세 동업자가 매니저 자리를 제안하자 그 날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레스토랑 매니저 일이 너무 하고 싶었어요.” 주변에선 걱정이 태산이었다. 클라이언트를 상대하는 일은 미셀 리의 장기였다. 문제는 상대가 한국 손님이란 점이었다. “한국 사람들은 무서운데 저처럼 순한 아이가 견딜 수 있겠냐는 거였죠.” 결과는 정반대다. 미셀 리는 이미 앙드뜨와를 쥐락펴락하는 인기 매니저다. 유창한 영어 실력 덕분에 이태원을 오가는 외국 손님들을 끌어들였다. 게다가 미셀 리의 화려한 외모와 친근한 태도에 이끌려 앙드뜨와에 맛을 들인 한국 손님들도 끊이지 않고 있다. 격이 없어 보이지만 격이 있는 앙드뜨와의 브래서리 콘셉트와 미셀 리의 매혹적이지만 세련된 분위기는 닮은 구석이 있다. 미셀 리는 살짝 말한다. “제 패션은 주말이 가까워질수록 더 과감해지는 것 같아요. 그렇게 바쁜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이 되면 다시 수수해지죠.” 물론 앙드뜨와의 맛은 일주일 내내 한결같다. 미셀의 미소도 마찬가지다.

ZERO COMPLEX
제로 콤플렉스

레스토랑이라면 ‘이래야 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가는 장소다. 일단 건물이 도드라진다. 고즈넉함과 아기자기함이 공존하는 서래마을에서 회색빛 콘크리트 외벽 건물로 우뚝 서 있기 때문이다. 내부 역시 들어서자 현대적인 느낌이 물씬 풍겨 나왔다. 나무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여유를 기대한다면 조금은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2층에 올라가 내부를 둘러보니 으레 프렌치 레스토랑이라면 가져야 할 것이라 기대하는 중후함이나 클래식한 요소가 배제된 심플하고 절제된 디자인의 철제 테이블과 파티션이 눈에 들어왔다. 반사광을 이용한 조명과 커다란 창문이 없었다면 클럽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신선한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쯤 되니 메뉴는 또 어떨까 싶어 궁금하여 물어봤더니 단 한 가지 코스 요리뿐이란다. 단, 매주 들어오는 재료마다 조금씩 코스 내용이 바뀌고 있어 손님들의 상상력을 계속 자극시킬 수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예상치 못한 것은 인테리어뿐만이 아닌 모양이다. 자유분방한 제로 콤플렉스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주소/서초구 방배동 1-138 플레이스 원 빌딩 2층 전화/02-532-0876

MAISON DE LA CATEGORIE
메종 드 라 카테고리

지난해 화제를 모으며 〈에스콰이어〉가 선정한 ‘올해의 레스토랑’으로까지 선정되었던 라 카테고리가 메종 드 라 카테고리로 이름을 바꾸고 청담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라 카테고리가 깜짝 놀랄 정도로 작은 규모였다면 메종 드 라 카테고리는 깜작 놀랄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세계적인 인테리어 디자이너 아담 티하니가 인테리어를 맡아 캐주얼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부담 없이 프랑스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브래서리 콘셉트에 딱 맞는다. 이형준 셰프의 실력이야 의심할 여지가 없고 복잡하지 않은 메뉴 구성이 인상적이다. 코스가 따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고 당황할 필요는 없다. 브래서리란 원래 단품 메뉴를 주문해 가볍게 식사를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곳이다. 워낙 핫한 곳이라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확률이 높으니 참고할 것.
주소/강남구 청담동 85
전화/02-546-6640

TAMARIND BY MISS SAIGON
타마린드 바이 미스 사이공

이태원 대사관로 안쪽 주택을 개조하여 오픈한 타마린드 바이 미스 사이공(이하 타마린드). 규모가 그리 크진 않지만 한적한 오후에 색다른 식음료를 즐기고 싶다면 찾아가도 좋을 만한 곳이다. 이름만 보면 논현동 미스 사이공의 2호점 격이지만 단순히 체인점처럼 생각하기엔 다른 점이 많다. 이곳 타마린드는 쌀국수로 굳어지고 있는 베트남 음식 이미지를 한껏 끌어올려 고급스러운 베트남 요리를 선보이고자 하는 이돈희 오너 셰프의 의지가 담긴 장소이기 때문. 흑백 컬러를 베이스로 거울과 타일, 나무 대들보로 포인트를 준 인테리어는 매장을 넓고 깨끗하게 보이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으며, 베트남 현지에서 공수해온 식기들과 퐁뒤 램프에서 베트남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주소/용산구 한남동 684-77
전화/02-794-8780

羅宴
라연

신라호텔의 라연은 한식 파인다이닝 업계의 보루다. 라연의 한식엔 꾸밈이 없다. 라연의 대표 음식은 구절판과 신선로다. 구절판은 전국 팔도의 제철 식재료를 밀전병에 싸서 먹는 음식이다. 여느 구절판과 형식은 똑같다. 내용이 남다르다. 거제도까지 가서 전복을 잡아다 손님의 식탁 위에 진상한다. 신선로도 마찬가지다. ‘투뿔’ 한우 양지로 신선로 육수의 맛을 낸다. 신라호텔엔 전용 고기 숙성고가 있다. 신라호텔의 위력이다. 라연의 숨은 진미는 홍삼빙설이라는 디저트다. 우유 빙수에 김포 금쌀과 풍기 홍삼을 곁들였다. 눈 내린 남산 자락을 내려다보며 홍삼빙설을 즐길 수 있는 곳은 라연 뿐이다.
주소/중구 장충동 2가 202 신라호텔 23층
전화/02-2230-3367

OGIHARA KITCHEN
오기하라의 작은 부엌

‘일식 파인 다이닝’ 하면 보통 고급 스시를 떠올린다. 오마카세(‘맡긴다’는 뜻의 일본어로 스시 바에 앉은 손님에게 셰프가 직접 만든 스시를 하나씩 서빙하는 형태의 코스를 말한다)로 솜씨를 뽐내는 스시 전문 레스토랑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도 이에 한몫했다. 소비자는 익숙하지만 조금은 새로운 무엇인가를 항상 갈구한다. 이런 소비자의 아쉬움에 부응이라도 하듯 여러 형태의 일식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 문을 열고 있다. 일본 가정식 요리나 가이세키(연회에서 손님을 대접할 때 내놓은 일본식 정식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레스토랑이 주를 이룬다.

오기하라의 작은 부엌은 올해 오픈한 가이세키 전문점 중 단연 으뜸이다. 이곳은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제철 재료를 사용해 일본 전통 조리법으로 음식을 만든다. 가이세키의 기본은 재료, 요리법, 맛이 중복되지 않도록 계절에 어울리는 음식을 구성하는 것이다. 음식의 색깔과 모양, 플레이팅에도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보통 정성이 아니면 시도조차 하기 힘들기 때문에 일식 중에서도 고급 요리에 속한다.

오기하라 셰프는 재료 선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계절마다 특별한 재료를 찾아 산지를 직접 찾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음식을 만들 때에도 요행을 바라지 않고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봉화산 알배기 은어를 이틀간 조려낸 조림’, ‘서해산 초절임 고등어와 초밥에 백다시마를 얹은 스시’ 등 가이세키를 구성한 요리는 이름만 들어도 그의 고집과 정성, 노력마저 한눈에 보이는 듯하다. 재료 수급이 제한적이고 오랜 시간을 투자해 소량으로 만들어야 하는 음식이 대부분이기에 매장 규모도 크지 않은 편이고 예약제로만 운영된다. 늦어도 하루 전까지는 예약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 것.

주소/강남구 신사동 524-1
전화/02-517-0905

OVERLAP
오버랩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프렌치 레스토랑 오버랩은 우선 깔끔한 외관에 눈길이 간다. 평범한 양옥집이 유럽풍 레스토랑으로 다시 태어난 모습이 이채롭다. 음식도 그와 비슷한 느낌인데 홍합 같은 평범한 식재료가 근사한 프렌치 스타일 수프가 되고, 푸아그라 같은 특별한 재료에 쌀밥을 곁들여 비빔밥이라는 익숙한 메뉴로 재탄생시키는 식이다. 족보 없는 퓨전 음식이란 뜻은 아니다. 기본에 충실한 조리법으로 재료의 특성을 최대한 끌어내되 친숙한 맛을 유지하는 것이 안지나 오너 셰프의 요리 철학이다. 오이스터 바를 갖추고 거의 매일 같이 수산 시장을 찾으며 신선한 해산물을 구비하는 것에도 신경을 쓴다. 특히, 코스에 포함된 석화는 프랑스에서 종자를 들여와 남해에서 양식한 것으로 풍미가 일품이다.

주소/강남구 신사동 526-1
전화/02-3444-4715

HOT SPOT
경리단길

트랜드 세터들이 경리단길로 몰려들고 있다. 경리단길은 남산2호터널 입구 인근부터 그랜드 하얏트 서울까지 이어지는 좁은 언덕길과 그 사이의 길을 일컫는다. 서울 살롱, 맥파이, 더 부스, 까올리 포차나, 방범포차 등 규모는 작지만 특색 넘치는 곳들이 원래 동네 분위기를 헤치지 않는 선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HARMONIUM 아르모니움

미슐랭 1스타 셰프 로베르토 페차는 유동 인구가 많은 곳 대신 한적한 한남동 주택가에 있던 2층짜리 대사관저를 손봐 마당이 있는 이탈리언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만들었다. 그러곤 가락시장과 서울의 여러 전통시장을 돌아다니며 한국 음식 재료인 죽순과 생굴을 가지고 코스 요리를 만들며 전통 이탈리언 파인 다이닝을 선보였는데, 그곳이 바로 아르모니움이다. 1층은 200종류의 와인과 위스키를 즐길 수 있는 바와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들을 위한 공간으로 쓰인다. 2층은 2인부터 12인까지 다양한 인원이 파인 다이닝을 즐길 수 있다. 1층과 2층 인테리어에도 차이를 두는 등 세심함도 갖췄다. 로베르토 페차는 3~4개월에 한 번씩 한국에 온다. 그때마다 메뉴가 바뀌니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확인해봐야 한다. 1년 동안 네 번 정도 메뉴가 바뀌지만 아르모니움이 자신 있어 하는 참돔 요리는 늘 준비되어 있다.

주소/용산구 한남동 657-37 전화/02-792-3972

TASTINGROOM 테이스팅룸 이태원점

독특한 메뉴 구성과 편안한 인테리어로 원래부터 유명한 테이스팅룸. 이번엔 이태원점이다. 건축과 조명 디자인을 전공한 오너 부부가 운영하는 것으로 남다른 인테리어와 조명 디자인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별하게 확장 의도는 없었으나 여러 시도를 하다 보니 청담과 서래마을에 이어 이태원에도 오픈하게 되었단다. 원래 이태원점은 건물을 층별로 나눠서 테이스팅룸과 미국 남부 요리를 콘셉트로 한 미키 크레올(Miki Creole)을 별도로 운영하려 했으나, 손님들이 두 곳의 메뉴를 같이 주문하는 바람에 층별 구분을 없앴다고. 이태원점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1층 바닥의 일부를 걷어내어 1층과 지하층을 복층 공간처럼 만든 디자인이다.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지하층에서 느껴지는 답답함은 없고 제법 아늑하다. 손님이 지하층을 선호하게 된 것은 이 때문이리라. 오너 부부의 아들을 모티프로 한 캐릭터 스케치, 독특한 화장실 문 역시 테이스팅룸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요리 역시 맛과 비주얼 모두 충족시킨다. 특히나 테이스팅룸 하면 떠오르는 것은 다양한 디저트들. 플랫 브레드와 곱창 잠발라야를 먹고 나서 팝콘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은 일상에서 숨 쉬는 것같이 자연스럽다. 먹지 않겠다고? 당신이 식사를 하는 동안 옆 테이블에서 먹는 것을 지켜보고도 안 먹을 자신 있을까.

주소/용산구 한남동 744-29 전화/02-797-8202

The Chef — 로베르토 페차, 아르모니움 셰프

내 요리의 근간은 할머니와 어머니의 전통적 요리법에 있다. 항상 파스타 면이 살짝 단단하게 느껴질 정도로만 삶는다. 우리 가족이 60년 이상 해온 전통이다. 먹던 대로 만들어야만 맛있는 음식이 나온다.

한국과 이탈리아는 삼면이 바다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식자재 선택에 유사성이 많다. 이탈리아에서 쓰던 것과 비슷한 재료를 발견하고 그걸 이용할 때 좋은 맛이 난다.

난 화려한 접시를 좋아하지 않는다. 음식은 음식으로만 이야기해야 한다. 꾸미거나 화려해 보이는 건 좋지 않은 음식 맛을 숨기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나치게 소박해 보일 정도의 접시에 요리를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