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자하 하디드의 이념은 실존하지 못할 것 같은 건축물을 도시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서울에서 다시 그 환상을 실현 중이다.
Numéro, 2008년 9월
에디터 | 최태형
“그녀의 건축 디자인은 뛰어난 영감을 제공한다. 그러나 페이퍼 밖에서 보기는 힘들 것이다.” 이 말은 자하 하디드를 꾸준히도 괴롭히던 말이다. 15년 전만 해도 자하 하디드를 평가하는 수식어에는 ‘페이퍼 아키텍트’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았다. 이는 그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해체주의니 하는 머리 아픈 ‘-이즘’으로 그녀를 가두며 현실과는 거리가 먼 부류의 건축가로 단정 지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제는 ‘페이퍼 아키텍트’라는 수식어가 그녀를 치켜세우고 있다. 1993년 독일 바일암라인의 비트라 소방서의 완공을 시작으로 그녀는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은 건축물을 하나 둘씩 페이퍼 밖으로 꺼내며 환상을 실현하는 건축가가 되었다. 페이퍼 밖에선 보기 힘들 거라던 바로 그 건축물들이다. 이젠 한국 차례다!
한국에서도 자하 하디드는 환상을 실현할 준비를 하고 있다. 동대문 야구장과 동대문 운동장 자리에 들어설 복합 디자인 공간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 파크’의 설계를 그녀가 담당한 것이다. ‘환유의 풍경(Motonymic Landscape)’이라 불리는 건물은 마치 물결을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공원과 건물을 자연스럽게 교차시킨다. 주변의 높은 건물들과는 상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이는 그동안 도시의 랜드마크라 자칭하며 고층 건물을 앞세워 양적 팽창을 과시하던 과거의 모습에서 탈피해 디자인과 콘텐츠 등 문화적 의미의 랜드마크를 정의하게 된 것을 뜻한다. 2010년이면 우리의 발 앞에 둘 수 있다. 눈으로 경험하는 자하 하디드의 환상은 그보다 조금 빠를 수도 있겠다. 10월 10일부터 열리는 서울 디자인 올림픽에서 미리 그녀를 만날 수 있다.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자하 하디드와 그녀의 파트너, 패트릭 슈마허의 전시가 예정되어 있다. ‘자하 하디드 건축사무소’의 공동 대표인 이들이 지난 30년간 창조해온 건축물을 비롯해 조형물, 샹들리에,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창조물이 한국행을 준비 중이다. 언제 현실이 될지 몰라 더욱 기대되는 작품들은 10월 30일까지 잠실종합경기장 주경기장 특설전시장에서 전시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