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quire Korea, 2014년 12월
글/최태형
‘자동’이 뭐예요?
아마도 지금 태어난 아이가 질문을 할 수 있을 때쯤이면 ‘자동’이라는 단어는 사전에만 존재할지도 모른다. 세상 모든 걸 손으로 만들던 시절에 ‘핸드메이드’라는 단어가 불필요했던 것처럼 말이다. 세상 모든 것이 자동으로 판단하고 움직이는데 굳이 ‘자동’이라는 단어를 쓰는 건 무의미하니까….
스마트폰은 사람과 사람을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에 연결해 소통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었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이라는 개인적인 디바이스를 가지고 하나의 구심점이 되어 활동하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 문서, 영상 등 일차적인 데이터를 넘어 감정과 감동까지 인터넷을 통해 기록하고 공유한다. 생각한 것을 판단하고 명령하는 것 역시 스마트폰을 통해 해낸다. 그리고 이제 사람이 아니라 TV, 냉장고, 세탁기 등 사물들이 직접 소통할 차례다.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은 다양한 종류의 센서가 탑재된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어 정보를 모아 분석하고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보를 활용하는 주체가 사람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물이 모은 정보를 분석하는 것도 사용하는 것도 모두 또 다른 사물이 될 수 있다. 그러니까 TV가 냉장고에게 심부름을 시킬 수도 있는 일이다.
사물인터넷이라 규정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수 요소를 만족시켜야 한다. 필수 요소를 세 가지로 축약하자면 이렇다. 첫째, 사물 각자가 스스로 행동할 수 있는 지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정보를 수집하고 판단해 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둘째, 커뮤니케이션이다. 사물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정보를 주고받아야 한다. 셋째, 주고받은 정보를 가지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쉽게 말하자면 사물이 알아서 자기 할 일을 한다는 것이다. 말하지 않아도 시간대별로 TV 스스로 채널을 바꾸고, 냉장고가 이달 먹을 음식을 알아서 주문한다. 현관문은 외부 공기의 온도와 습도를 파악해 보일러나 에어컨을 가동시키고, 아기의 기저귀에 부착된 센서는 상황에 따라 욕조에 목욕물을 받거나 마트에 기저귀와 티슈 주문을 하게 된다. 사물인터넷 세상의 일상이다.
사물인터넷의 개념은 공상과학영화나 만화 속에서 오래전부터 익숙하다. 주인의 명령을 따르는 로봇은 공상과학영화의 빠지지 않는 요소다. 주인의 기분을 파악하고 즐거운 노래를 틀거나 눈치를 보는 로봇 역시 영화 속에선 흔한 소재니까. 흔한 아이디어지만 실제로 구현하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저마다의 사물들이 모두 정보를 취합한다면 데이터는 처리하지 못할 만큼 어마어마한 양이 될 것이니까. 이게 가능하게 된 것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발전시킨 IT 생태계의 변화 덕이다. 스마트폰이 자리를 잡은 10년간 IT 업계는 새로운 기술의 홍수였다. 사람 모두가 인터넷이 연결된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면서 실시간으로 수많은 데이터를 만들어냈다. 이를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이다. 막대한 양의 정보를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하드가 아닌 제3의 공간에 저장하고 연산까지 완료하는 장치다. 개인 디바이스는 인터넷 연결만 되어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클라우드에 저장된 정보를 꺼내볼 수 있다. 또한 모은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빅데이터 분석 역시 정보를 어떻게 마이닝하고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만들어왔다. 이렇게 축적된 인프라와 노하우가 자연스럽게 사물인터넷으로 넘어갈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 물론 포화된 스마트폰 시장을 넘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선점하려는 IT 업체 간의 전쟁도 한몫한다.
올해 초 구글은 유튜브를 인수했던 가격의 두 배에 달하는 돈을 쏟아 ‘네스트랩스’라는 회사를 인수했다. 네스트랩스는 쉽게 말하자면 가정용 자동 온도조절장치를 만드는 회사다. 구글은 직원 세 명으로 이루어진 3년 된 회사를 매출액의 10배가 넘는 가격을 주고 인수했다. 온도조절장치라는 시시해 보이는 제품을 만들지만 사실 그 속엔 사물인터넷에 필요한 핵심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이 2005년 안드로이드를 인수해 스마트폰 생태계를 열었던 것처럼 네스트랩스의 인수는 사물인터넷 시대의 시작을 의미한다. 그 시작은 집 안의 사물들이다. 바꿔 말하면 스마트 홈이다. 애플도 마찬가지다. 애플은 스마트 기기를 통해 집을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아이비콘’이라 부르는 블루투스 무선통신과 ‘아이홈’이라 이름 붙인 사물인터넷은 집을 하나의 커다란 스마트 디바이스로 생각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 스마트 워치, 스마트 패드는 모두 집과 통신하는 제품이 된다.
사물인터넷은 이제 IT 기업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물인터넷이 앞으로의 IT 세상에 크고 영향력 있는 플랫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안에서 존재한 IOS나 안드로이드 플랫폼과는 차원이 다른 규모다. 세상 모든 것을 담을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누가 플랫폼을 선점하느냐의 문제가 진짜 세상의 운영체제를 누가 만드느냐의 싸움이 된 것이다.
물론 우려할 점도 많다. 플랫폼 전쟁이 치열할 때마다 반복, 강조되는 문제다. 바로 개인 정보에 대한 점이다. 스마트폰이 기껏해야 어떤 웹사이트를 드나들었는지 기록한다면 사물인터넷은 삶 자체를 저장하고 분석한다. 보안 문제가 은행 잔고뿐 아니라 삶 자체를 해킹하거나 해체시킬 수도 있다는 뜻이다. 사물인터넷의 구성 요소 중 보안에 관련된 부분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린 지금 가장 편한 세상인 동시에 가장 위험한 세상의 문 앞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