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quire Korea, 2015년 10월
글/최태형 Photograph by PARK NAMKYU
Q. 창간호를 봤던 것 같다. 별로 오래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20년이 지났다. 그래도 〈에스콰이어〉의 분위기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 잡지를 속속들이 세세하게 보는 건 아니지만 큰 틀에서 보면 관심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남성 잡지라는 것 자체가 재미있는 현상이라는 생각을 하니까.
Q. 주변 사람들도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모든 잡지 장르 중 가장 읽을 게 많고 잘 만드는 잡지가 남성지라는 생각에 대부분 동의한다.
Q. 왜 남성 잡지가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지 생각해보면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잡지의 주 독자층이 흥미로운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독자가 진부하면 잡지가 흥미로워질 수 없다.
Q. 독자층이 흥미롭다는 것은 독자들의 생각이 빠르게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한국에서 가장 생각이 빨리 변하는 집단이 남성 잡지를 구독하는 집단이 아닐까 싶다. 〈에스콰이어〉 독자 상당수가 남자라고 볼 때 지금의 한국 사회는 전형적인 남자들의 기득권이나 관행, 이전 사회에서는 용납되던 남자들만의 문화 같은 것이 급속도로 해체되고 있는 시기다.
Q. 이전에는 당연하던 것이 지금은 당연하지 않을 때 그 집단은 흥미로워진다. 익숙한 문화에 젖어 있고 자신을 변화시킬 필요가 없는 집단만큼 지루한 집단은 없다.
Q. 남성 잡지가 재미있는 또 다른 이유는 남자라는 존재가 매우 복잡하다는 거다. 복잡한 존재라는 건 매우 중요하다. 남자들을 옆에서 보면 이상한 경우가 많다. 남자들끼리도 이해 못 하는 순간이 있다. 사회 문제에 대해 논하고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우르르 유흥업소로 몰려가는 게 남자들이다. 복잡한 요소 중 하나만 떼어내서는 설명할 수 없는 게 남자다.
Q. 복잡성이라는 걸 이해하지 않고 남자에 대해 접근하면 대부분의 남자는 매우 나쁜 놈이거나, 아니면 현실에서 동떨어진 것 같은 모습이다. 그래서 남자의 복잡한 모습 중 어떤 모습이 사회에 전달되느냐에 따라 남자에 대한 평가는 극에서 극으로 갈린다.
Q. 남자의 이런 복잡한 모습을 비교적 잘 담아내는 매체가 〈에스콰이어〉다. 요즘 해체되는 전통적인 남성성에 대한 이런저런 논의와 논란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골고루 담아내고 있는 매체다.
Q. 〈에스콰이어〉가 흥미로운 또 다른 이유는 안티 맨적 요소가 있다는 점이다. 〈에스콰이어〉가 창간하던 시점의 남자들은 멋 부리는 걸 창피한 일로 여겼다. 그때 〈에스콰이어〉가 앞장서서 ‘본래 남자들은 이랬어’ 하는 모습을 해체시켰다.
Q. 돈만 잘 벌면 됐던 남자들이 점점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켜야 하면서 원래 없는 섬세한 부분을 〈에스콰이어〉가 채워줬다는 거다. 취하려고 마시던 술을 음미하게 한다든가, 추위를 막으려고 입던 옷에 의미를 부여하는 등의 일 말이다. 예전에는 “남자가 시시콜콜 따져야 해?” 하고 넘어가던 모습에 반기를 든 거다. 구태의연한 ‘맨’의 반대 개념을 제안하는 게 ‘안티 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Q. 앞으로는 다시 ‘맨’으로 돌아가야 할 수도 있다. 이젠 예전의 모습과 반대로 개인적 감상이나 문화에 빠져 있기보다 다시 본질로 돌아가야 할 때가 온다는 말이다. 나라 걱정이라고 말하면 너무 진부하고, 인류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Q. 앞으로 남성지는 굉장히 훌륭한 평론지가 되어야 한다. 갈수록 필진이 중요해질 것이다. 잡지 기자 만으론 안 되고 훌륭한 필진을 두루 모셔야 할 것이다. 읽을 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거다. 아무리 종이 잡지가 죽네 사네 해도 남성지는 기본적으로 남성들의 복잡성을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Q. 물론 전문지 같은 잡지가 되어야 한다는 게 아니다. 전문지는 때로 제3자 입장에서 보면 아무것도 아닌 문제에 매몰될 때가 있다. 사물의 현상이나 본질이 아니라 사소함에 빠지는 거다. 복잡하고 깊은 문제를 다루면서 조금 더 과감하게 대중적인 글쓰기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Q. 우리나라 남자들은 대체로 딱 한 가지 모습만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삶이 좀 더 다양하게 전개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거다. 사회적 분위기 탓도 있다. 그런 면을 변화시키는 데 〈에스콰이어〉가 기여한 부분이 있다는 거다. 앞으로도 그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