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éro, 2009년 9월

[ 고우리 ]

대표작 설명 특정한 공간과 그곳에 관련된 개인적 경험이나 이야기를 관련 짓는 작업이다. 그 공간들은 나에게 허락된 공간인 동시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열려 있는 공간이다. 그곳은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닫힌 공간이기도 하고 남산 꼭대기처럼 탁 트인 공간이기도 하다. 때론 극장이나 공연장이 되기도 한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공간을 그린다기보다는 어떤 순간에 의한 다른 흐름의 개입에 따른 감정의 변화와 나의 생각 등을 포함한 공간을 화면에 옮겨낸다고 해야 더 정확하다.

축전의 의미 모노타입으로 작업한 축전은 제목 하나만으로도 모든 설명이 가능할 만큼 길다. ‘〈누메로 코리아〉 13호 발행을 기념하여 보내는 축전이 될 뻔한 13개의 아이디어들’이다. 축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작업을 시작했을 때 축전으로 만들어 보내고 싶은 이미지들이 계속 생겨났다. 이것들을 가지고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하다가 이런저런 생각과 마음을 모두 다 묶어서 보내야겠다고 결정하고 각각의 아이디어를 모아 하나의 축전으로 만들었다.

1 주로 내가 경험한 많은 장소. 2 1의 답변과 동일. 3 주제는 항상 다를 수 있다. 공간을 해체하고 재조합하면서 그것을 나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다. 4 빛. 5 기존 작업 내용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으나, 특정한 소재(기무사라는 장소)가 주어진 만큼 사이즈나 설치 방법 등에 변화를 주었다. 기무사에서 내가 찾은 공간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면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낸다. 이 작업은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 힘든 사소하고 애매하기도 한 감성들을 가지고 진행된다. 그 감성을 만들어내는 것은 깜깜한 기무사에 드는 빛이다. 창을 통해 건물의 각 방에 드는 빛은 생각보다 온화하고 시원하고 여리고 아름다웠다. 작업은 빛이 드는 방 안의 이런저런 공간을 말하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 정만조 ]

대표작 설명 ‘오리발 브라바’는 몇 년 전 동네 운동용품점에서 1만8천원에 구입해 여름 한철 물놀이에 사용했던 오리발이다. 초등학생 시절 용돈을 모아 완구점에서 구입한 오리발과는 모양과 색깔이 좀 달라졌다. 대량생산품이 주는 물성의 매력, 디자인과 기능의 조합.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한국의 문화와 산업 발달 과정에서 현대화의 중심에서 동떨어져 있지만 레저 용품이 갖고 있는 의미로서의 오리발, 현대화된 오리발의 물성을 평면에서 단순화해 표현했다.

축전의 의미 시계 문자반에 13이 있다고 상상해본다. 하루가 두 시간이나 늘어나는 현상. 〈누메로 코리아〉가 하루보다 더 긴 하루를 채워가길 바란다.

1 다큐멘터리, 영화, 인터넷, 유년 시절의 기억. 2 대량생산된 물건 혹은 무기. 3 물성. 4 중력, 기압, 온도, 습도, 관성, 속도의 상대적 조합. 5 스스로 움직여 글을 쓰게 만드는 책상, 건담 MS08의 다리.

[ 노근우 ]

대표작 설명 우리가 받는 스트레스의 대부분이 실제로는 자기 스스로 만들어낸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마찬가지로 유리도 외적 혹은 내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는 혼란스러울 때 외적으로 느낀다고 생각한다. 만일 스트레스의 양을 눈이나 귀, 혹은 또 다른 방법으로 알 수 있게 된다면 현대인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훨씬 더 줄어들 것이다. 때때로 우리는 자신이 느끼지 못하거나 기억해내지 못하는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는 몸이 성장하는 데 영향을 미치기도 하며 이전에 느낀 통증이나 충격, 스트레스를 기억하기도 한다.

축전의 의미 13이라는 숫자에 유리를 올려놓고 편광 필름으로 비춰 작업했다. 유리는 겉으로 보기엔 투명하지만, 편광 필름으로 보면 유리의 역사를 고스란히 알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유리의 스트레스가 심할수록 필름 위로 보이는 색이 더 화려하다. 이러한 현상으로 유리에 본래 지니고 있는 투명함과는 다른 아름다움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일상에도 무한한 아름다움이 감추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찾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을지라도, 그 진정한 화려함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누메로 코리아〉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일인 것 같다.

1 나 자신의 모습. 내가 입고 있는 옷이나 나의 문제점 혹은 불만을 작업으로 이끌어내려 한다. 2 주로 사용하는 소재는 유리다. 가장 능숙하게 다룰 수 있고 표현하고 싶은 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 대개 ‘나’ 자신이다. 나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내가 입고 있는 것. 4 우리는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간다. 그것은 큰일일 수도 있고, 때로는 별일 아닐 수도 있다. 스트레스는 모두가 인식하지 못하는 곳에서부터 생겨난다. 5 이번 전시에서 보여줄 작품은 내가 어릴 때 겪은 충격과 그것의 흔적을 유리로 표현한 것이다. 내 치아에는 성장이 멈춘 흔적이 남아 있는데, 난 그것을 유리로 표현하여 유리의 재료적 특성을 살리려고 한다.

[ 이다슬 ]

대표작 설명 나는 가끔 내 눈 앞에 보이는 풍경들이 어쩌면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가시광선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인간의 눈이 아닌 다른 차원의 생명체가 바라본다면 어떨까?’ 하는 의문을 갖는 것이다. 이러한 작은 호기심에서 출발한 나의 생각을, 그리고 공간을 이번 ‘Drama’ 연작을 통해 조심스럽게 풀어보고자 한다. 시공간이라는 비가시적인 미지의 영역은 나에게 궁금증을 유발하는 촉매제이자 배경이고 사건과 시선은 비밀의 문을 열 수 있는 키가 될 것이다.

축전의 의미와 설명 나는 녹색과 적색이 섞이면 구별할 수 없는 색약이다. 그 때문에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았고 자연히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문제는 그런 이유로 내 스스로 자신감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Drama’ 이전에는 모든 작업을 흑백으로 했다. 적색과 녹색을 구별하지 못하는 내 눈에 대한 자격지심 때문이다. 하지만 선생님의 도움으로 당당히 내 눈의 문제점을 사진 안에 드러내게 됐다. 그리고 컬러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이제 누가 뭐라고 해도 색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누메로 코리아〉의 창간 1주년 축전을 나의 이야기로 시작한 것은 〈누메로 코리아〉가 지난 1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 당당하고 아름다운 젊은 매거진으로 발전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참고로 내가 만든 ’13’은 내 눈에서 인지하는 최대 한계의 녹색과 적색이다.

1 자전거를 탈 때와 차 안에서 주로 얻는데, 다시 말하면 유리창을 거치지 않고 바라보는 것과 유리창을 거쳐서 바라보는 것, 두 가지다. 2 사진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데, 이는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사진의 속성과 가장 일치하기 때문이다. 3 시공간, 사건과 시선. 4 이루어질 수 있는 사랑. 5 이번 전시에서 선보일 작업은 ‘Drama’ 시리즈의 연작 ‘From the Series Drama_Episode 2’이다.

[ 심유미 ]

대표작 설명 나를 가두는 것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미술계의 틀에 대한 이야기. 나도 모르게 ‘깨어진’, ‘깨진’, ‘깨어 있는’ 등의 단어처럼 같은 의미는 아니지만 반복되는 어감을 서로 다른 뜻으로 해석하며 작업한다. 니체가 망치를 들고 철학을 논하며 그것을 부수고자 했던 것처럼, 나 역시 깨질 것을 알고 유리를 들고 던져버린다. 유리로 만든 ‘유리 망치’는 망치라는 도구의 기능을 무력화하는 동시에 망치가 지닌 본래의 힘을 역전시킨다. 유리 망치를 사용하여 유리 못을 벽에 박는 행위. 벽에 못을 박고 싶은 욕구가 강하면 강할수록 행위자는 겁을 먹고, 긴장감은 더욱 고조된다. 사회 안에서 힘의 논리가 작동하는 공간, 지식이 모여 권력을 이루는 것에 착안하여 지식을 쌓는 도서관, 우리나라에 무서운 힘을 행사하는 미국, 그들이 생활하는 공사관(대사관은 도저히 작업을 할 수 없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권력에 따라 움직이고 지식 앞에서는 그저 숙연해지는 것이 과연 나 혼자뿐일까?

축전의 의미 1300℃ 가까이 되는 뜨거운 유리를 도가니에서 바로 떠서 재빨리 그린 유리 드로잉 13. 사진 촬영을 위해 실온에서 식힌 유리 13은 스스로 깨져버렸다. 유리는 균열 사이사이에서 반짝여 더 아름답다. 〈누메로 코리아〉 창간 1주년을 기념하며, 스스로 반짝이는 〈누메로 코리아〉가 되길 바란다.

1 작업실 동료들과 나누는 수다, 가끔 펼쳐 보는 시집과 현대 소설집,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진한 대화를 통해 작업의 실마리를 풀어갈 때가 많다. 2 크게 재료에 한정 지어 작업을 하진 않지만, 최근에는 유리를 많이 사용한다. 유리의 특성 중에서 쉽게 깨질 수 있다는 점이 특히 매력적이다. 깨지지 않게 만들기 위해 지켜야 하는 것들의 과학적 원리도 흥미롭고,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재료(고체가 되기 전, 뜨거운 유리는 매우 유동적이다)라는 점은 분명 다른 재료와 차별화된다. 3 재료의 물성을 이용해 사회의 구조, 모순을 묘하게 비틀어 바라보고 싶다. 그리고 작품의 주제는 아니지만, 끊임없이 작가로서 스스로의 틀(미술 안에서의 틀)을 깰 수 있는 작업을 상상한다. 4 구조, 틀, 유리, 빛, 9월에 열 두 번의 전시, 상큼한 연애, 건강한 몸 만들기. 5 이번에는 작가가 아닌 기획자로 ‘플랫폼 2009’에 참여한다. 내가 선정한 작가들을 유희와 냉소의 눈으로 이들을 바로 조명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자 작업이 될 것이다.

[ 선우용 ]

대표작 설명 누구나 자신에 대한 타인의 생각이나 말에 신경 쓰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난 누군가 나의 버릇이나 잘못된 점을 말하면 자꾸만 그 말이 머릿속에 맴돌아 힘들어 한다. 난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좋은 사람이다’라는 말을 듣기 위해, 혹은 그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 누군가에게 주목받고 싶은 마음에서 내 작업이 관객들에게 호기심과 관심의 대상으로 다가가기를 바란다. 또 그게 점차 나에 대한 관심으로 변해 나라는 존재를 각인시키길 원한다.

축전의 의미 현재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드로잉으로 기계를 그린 것이다. 부품들이 모여 하나의 장치를 이루고 돌아가는 것이 세상과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누메로 코리아〉의 모든 스태프가 화합하고 지금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함께하길 바란다.

1 학교와 직장 그리고 공동생활을 했던 곳. 2 유리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유리의 특성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유리를 잘 이용하고 다루는 사람이 적은 것 같아 즐겨 사용한다. 3 나라는 사람을 알리는 것이 작업의 주된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정확한 의미에서는 조금 더 나를 알고 싶은 마음이다. 4 작은 것들이 모여 있는 모든 작업. 인연, 사람과 사람의 관계 그리고 디자인. 5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박스] 플랫폼 2009

지난 2006년 5년간의 여정에 첫발을 내디딘 동시대 예술 축제 ‘플랫폼’이 올해로 4년 차 시니어가 됐다. 독립 큐레이터 김선정과 그녀가 디렉팅하는 사무소(SAMUSO)가 기획하고 아트선재센터에서 주관해 매년 다른 주제로 진행되는 전시는 올해 공공 미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www.platformseoul.org

[박스] 〈ahistorica〉

〈ahistorica〉는 ‘플랫폼 2009’의 기획전으로 6인(김아영, 김지영, 성아리, 심유미, 양은경, 우아름이 함께하는 프로젝트 기획팀 B109)의 기획자가 14명의 다분히 탈역사적인 젊은 작가에게 집중한 전시다. 3개의 파트로 이루어진 전시는 역사적 사실에서 한 발 물러나 객관적인 시선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방식의 Part 1, 사회적 역사로부터 다소 고립된 개인적 역사에 몰입하는 Part 2, 탈역사적인 관점과 유희적 관점의 역사의식을 대변하는 Part 3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파트의 경계는 모호하며, 3개의 파트 모두 현대 젊은 세대의 서로 다른 역사의식을 관통한다는 점에서 세상과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전시는 소격동 기무사 별관에서 9월 3일부터 25일까지 열린다.

‘Platform 2009′ celebrates ’13’ of <Numéro KOREA>

동시대의 예술 축제 ‘플랫폼 2009’의 젊은 작가 13인이 창간 1주년을 기념하여 아트적인 감성을 담아 띄운 이색적인 축전.

창조적인 감성과 역동적이며 독보적인 비주얼, 참신한 테마로 트렌드를 이끄는 〈누메로 코리아〉가 창간 1주년을 맞았다. ‘beyond borders, beyond genders, beyond trends’를 목표로 전형적인 여성지를 거부하고 깊은 사고와 넓은 관심을 담는 〈누메로 코리아〉. 〈누메로 코리아〉의 창간 1주년 기념호인 13호를 빛내기 위해 플랫폼 2009 젊은 작가 기획전 〈ahistorica〉에 참여하는 13인의 작가에게 축하를 부탁했다. “13시간 내에 자신만의 ’13’의 메시지가 담긴 작품 한 편을 〈누메로 코리아〉에 선물할 것.”

Question
1 작품의 영감을 얻는 곳은?
2 주로 사용하는 소재와 이유는?
3 작품의 공통 주제 혹은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4 요즘 관심을 끄는 것은?
5 ‘플랫폼 2009’ 전시에서 선보일 작업은?

[ 정혜정 ]
대표작 설명 나의 작업은 몽상적인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유기적인 형상을 갖춘 가상의 생물체를 만든다. 그 이미지들은 확장, 변형, 재조합된 신체나 장기 혹은 물속 생명체의 모습처럼 보인다. 내가 꾸었던 꿈, 일기나 물속에서의 경험을 통해 획득한 이미지에는 나의 몽상뿐 아니라 삶의 단면이 반영되어 있다. 그것은 미세한 선이 확장되어 하나의 소우주를 만들어내거나 끊임없이 순환하는 삶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나는 삶에 바탕을 두고 상상력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고 희망을 주는 작가가 되고 싶다.
축전의 의미 먼저 〈누메로 코리아〉의 창간 1주년을 축하한다. 잡지란 시각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감각기관 중에 눈을 통해서 우리는 〈누메로 코리아〉를 읽고 공감하고 느낀다. 그런 의미에서 눈알 해파리들이 모여 13이라는 숫자를 만들어냈다. 〈누메로 코리아〉가 눈알 해파리처럼 자유롭게 부유하며 우리 삶의 빈 공간을 채웠으면 좋겠다.

1 꿈, 물속, 여행. 2 물, 물속 생명체, 장기, 신체의 각 부분들. 내가 사용하는 소재는 우리가 표면적으로 마주하는 일상을 넘어 더 자유로운 사고를 하게 한다. 3 내가 결국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삶’이다. 우리는 삶에서 여러 문제에 부딪히지만 결국 살아가야만 한다. 위의 소재들과 함께 삶의 단면을 이야기하려 한다. 4 여행, 요가. 5 보는 자와 보이는 자의 관계에 대한 설치 작업과 눈알 해파리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을 선보일 생각이다.

[ 김소나 ]
대표작 설명 직간접적으로 겪은 부당함, 비윤리적인 행위, 그 밖에 힘들게 다가오는 불특정한 부정적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은 유쾌하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축전의 의미 달콤함과 현실을 함께 담을 수 있는 〈누메로 코리아〉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달콤하지 않은 케이크 한 조각을 그렸다.

1 가까운 동료들과의 소통, 나와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그리고 경이로운 자연현상. 2 표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먼저 떠오르면, 그에 맞는 소재를 찾는다. 굳이 말하자면 흙은 언제나 다가가고 싶은 소재이다. 3 시시콜콜한 이야기와 시시콜콜하지 않은 이야기. 4 블랙코미디. 5 전시를 하게 될 기무사는 더 이상 안보 기관이 아닌데도 무거움을 벗지 못한 상태였다. 하나의 공간에는 쓰임에 따라 적절한 구조가 만들어지고 더불어 오라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그 오라가 내부에서만 돌고 도는 게 아니라, 외부의 공간(조경)까지 장악하고 있었다. 텅 빈 기무사 안에 집요한 엄격함과 권위적인 분위기가 아직도 남아 있었다. 공간의 쓰임새는 쉽게 바뀔 수 있으나 성격과 오라는 쉽게 달라지지 않는 것 같다. 나는 현재 속이 텅 빈 채 단단한 차림새로 무장하고 있는 그 공간의 격을 조금이나마 허무는 작업을 해볼 생각이다.

[ 백연희 ]

대표작 설명 ‘the True Storie’ 중 ‘함께 놀던 친척들이 나만 두고 도망을 가버리다’. 기억 속의 고향은 처절히 외롭거나, 충격적이거나, 혹은 부끄러운 요소로 점철되어 있다. 누군가의 향수 어린 ‘고향’이 나에게는 아물지 않은 채 고스란히 남아,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내게 또 한 번 생채기를 낸다. 시간이 지나면서 간섭과 망각으로 왜곡되어버리는 기억은 아련한 추억으로 무뎌지곤 한다. 하지만 아무리 추억이라는 말로 에두르려 해도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얇은 막을 뚫고 나와 이내 상처를 내는 기억들이 있다. 그것이 실재인지 혹은 환영인지 판단을 내릴 수 없다. 다만 기억하고 싶지 않은 왜곡된 과거를 곱씹으면서 들춰내어 직시하므로 그 속에 갇혀 있는 자신으로부터 스스로를 놓아주려 했다.

축전의 의미 ’13’. 불안정한 동시에 완전한 열세 살. 곧 새로운 환경 변화를 눈앞에 둔 불안정함. 〈누메로 코리아〉가 패션과 예술을 비롯한 전반적인 트렌드를 이끌며 시도했던 변화가 부딪쳤을 많은 난관들. 그것을 겪은 마음과 같은 13. 하지만 어느 무엇으로도 나눌 수 없는 완전한 숫자 13처럼 〈누메로 코리아〉만의 확고한 길을 만들어가기를 기원한다.

1 ‘the True Stories’의 경우 유년 시절의 공간과 기억들. 2 주로 나의 유년 시절과 연관된 것들을 사용하는데, 그것은 비단 예쁘고 가지고 놀기 좋은 것들이 아니라 주로 어른과 연관된 것들이 포함된다. 예를 들면 파리채나 바가지, 깨진 시계 등. 3 유년 시절의 좋지 않은 왜곡된 기억. 4 ‘나’가 아닌 타인. 5 사진을 오브제로 이용한 설치 작업이다. 기억의 일부는 추억으로, 그리고 일부는 떠올리기 싫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것을 이야기할 것이다

[ 박해빈 ]

대표작 설명 하나의 관찰자로서 나는 가시적인 주변 세계를 접한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존재하는 주변 세계의 공간에서 내가 바라보는 것들은 독특한 시간과 공간의 간극을 형성한다. 단순히 현실 공간의 반영이 아니라 정신 작용에 의한 또 다른 공간이 되는 것이다. 또 현실의 공간에 존재하는 내가 관조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환영의 공간은 인식하지 못했던 일상의 풍경을 드러내기도 한다. 내가 바라보는 공간은 편안함과 친숙함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인 동시에 괴기스러움, 공포,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이질적인 공간이다. 이 이질적인 두 감정은 하나의 공간에서 느껴지는 친숙함이 문득 낯설게 여겨질 때 느끼는 이질감에 기인한 두려움으로 표현된다. 그렇게 현실 공간의 친숙함과 낯섦 사이의 심리적인 경계에 대한 호기심을 평면 안으로 끌어들인다.

축전의 의미 숫자는 생명을 잉태하는 대지와 같다고 생각한다. 아라비아 숫자 13에서 피어난 창작의 이미지는 숫자의 생명력을 의미한다. 〈누메로 코리아〉의 계속되는 발전과 성장을 기대하며….

1 현재 거주하는 실내 공간. 2 익숙한 일상 공간에서 우연히 발견하는 낯선 풍경과 인상. 3 친숙한 것이 낯설게 느껴질 때의 이질감에 기인한 두려움. 4 상징성이 있는 문양. 5 특수 지역이었던 구 기무사의 구조적 특징과 성격이 나타나는 공간과 군사적 의미의 상징성을 띠는 패턴이 합쳐져 만들어진 공간을 시각화했다.

[ 윤향로 ]

대표작 설명 ‘가정은 가장 잔인한 집단이다.’ 장 주네(Jean Genet)의 말이다. 나는 가정을 사회의 축약된 형태로 보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사회적인 사건으로 환원시킨다. 이러한 과정은 감정의 이입 없이 마치 특정 사건을 보도하듯이 이루어진다. 일반적 통념에서 드러나는 부조리함과 무의식 속에 잔존하는 인간의 욕망,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의 무기력함이 가족사의 형태로 제시되어 사회적 구조에 대한 의문으로 확장된다. 개인적 경험으로부터 출발한 내밀하고 날카로운 시선을 통해 보편적인 본성을 드러내려는 접근은 ‘삶과 화해하는 방식’이면서 ‘스스로와 상대방을 용서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의 작품은 내 개인적 삶과 경험에 밀착되어 있으면서 보편적인 잣대를 놓지 않는다.

축전의 의미 요즘 진행 중인 ‘미친거 같애’ 드로잉 시리즈 중 하나다. 〈누메로 코리아〉에 보내는 축전에 어린아이 같은 천진한 즐거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1 시, 문학이나 유럽의 만화, 영화, 지금 내가 속한 사회의 끊임없는 사건, 어린 시절의 경험. 2 직접적인 표현보다 은유적인 표현을 좋아한다. 하나의 해석으로 한정 짓는 것보다 관객의 입장이 개입되어 해석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포맷은 가족이다. 은유로서의 가족. 3 일반적 통념에서 드러나는 부조리함과 무의식 속에 잔존하는 인간의 (폭력에 대한) 욕망. 4 영어와 여행. 5 이번 전시에는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스스로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시소를 보여줄 것이다.

[ 현창민 ]

대표작 설명 1980년대 ‘국민학교’에서는 서구인 못지않은 동양인을 만들기 위해 강제로 우유 급식을 실시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이 유당을 분해하지 못해 흰 우유에 대한 거부감이 컸기에 ‘향 우유’를 개발했다. 유지방을 제거한 우유, 그리고 바나나가 아닌 ‘바나나 향’ 첨가물. 이 기묘해 보이는 둘의 조합인 바나나 맛 우유. 이제는 가치판단과 향수가 버무려진 시선으로 이 우유를 바라보며 한국 현대사를 다룬 작업이 ‘바나나 맛 우유 시리즈’이다. 이 우유 통 속에 감추어져 있던 탱크, 불도저가 변신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나라가 탱크와 불도저로 밀어붙여 근대화를 이루어낸 시기에는 ‘기적 같은 성공’과 ‘덮고 싶은 희생’이 공존했다. 다시 합체를 통해 단일 민족의 결집된 힘을 보여준다. 하지만 거기엔 ‘포섭’ 아니면 ‘배제’만이 존재했다.

축전의 의미 RE-MEMBER 13. 어렸을 적 들었던 옛날이야기 중에 고양이가 쥐의 천적이 된 사연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12간지를 정할 때의 이야기인데, 쥐는 부지런한 소의 등에 올라타 있다가 1등으로 도착하였다. 바로 그 뒷얘기인데 그때 열세 번째로 도착한 동물이 고양이었다는 것이다. 쥐의 잔꾀로 12간지에 들지 못하게 된 고양이가 그때부터 쥐를 쫓기 시작했다는 이야기. 한국이란 나라가 가난했던 시절 ‘소비’는 악덕이었고, 특히 ‘옷차림’에 신경 쓰는 건 사치나 허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소비는 미덕’을 넘어 소비에서도 ‘페어(fair)’, ‘코렉트니스(correctness)’에 대한 것을 생각할 수준에 이르렀다. 그만한 수준이 되었으니 이제 일등만 기억하지 말고 꼴찌도 기억해주고(remember), 무조건 일등만 하면 끝이라는 생각을 못하도록 다시(re) 멤버(member)를 정하기도 하자는 의미다. 그런 메시지를 티셔츠에 담아 디자인하였다.

1 나는 독서나 조사를 통해 작업을 오래 묵혀가며 하는 편이다. 최초의 아이디어를 스케치 하고 그에 관련된 자료를 조사하면서 발전시켜나가는 식 이다. 2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연결 코드가 있는 소재를 이용하려 한다. 3 ‘한국적’이라는 말과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에 대해 작업하고 있다. 한국은 긴 역사를 자랑하는 유구한 이미지를 강조하지만, 사실 짧은 시기에 격렬한 변화를 겪으면서 수많은 가치관과 다층적 이미지가 공존한다. 4 체력과 집중력. 5 ‘factory girl’, ‘굴렁쇠 소년’, ‘man-hole’이다. ‘한국 근현대사’ 작업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