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quire Korea, 2014년 4월
글/최태형 사진/박남규

누구나 미래를 궁금해하며 또 예측한다. 때론 전문적이지만 종종 무모하다. 재미있는 건 미래를 궁금해하는 지금 역시 누군가에겐 알고 싶던 미래라는 것. <에스콰이어>의 지난 이슈를 들추며 과거에 했던 예측을 되돌아봤다.

1996년 10월호

발기부전

불과 몇 초밖에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산화질소는 발기를 포함한 모든 유형의 과정에 관여한다. 이 기체를 잡아둘 수 있다면 어느 때보다 오래 지속하고 싶은 성적 욕구를 가장 확실하게 충족시킬 수 있다. <중략> 존스홉킨스 의과 대학의 교수인 아서 버넷과 동료들이 이 불안정 기체가 음경 신경과 근육 사이를 잇는 보이지 않는 연결체, 즉 화학적 메이지를 나르는 신경 전달물질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약물을 방출하는 조각이나 유전자 이식을 통해, 발기가 되지 않는 당혹스런 사건을 지연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S 발기부전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본 것은 좋았다. 미국 최고의 병원 중 하나인 존스홉킨스 병원의 아서 버넷의 연구 역시 포인트를 잘 잡았다. 발기 프로세스에 일산화질소가 주요 역할을 하니까. 발기는 일산화질소가 근세포에 침투해 ‘cGMP’라는 물질을 생성시키며 진행된다. 발기부전은 이 세포의 생성을 방해하는 PDE5 효소 때문이다. 1998년 미국 파이저 제약은 PDE5 효소의 활성을 억제하는 약을 만들었다. 비아그라다. 인간의 몸에 약물을 방출하는 조각을 넣거나 유전자 이식을 하진 않았다. 그냥 알약 하나면 된다.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발기부전 치료를 위해 DNA까지 바꿀 결심을 해야 한다면 어쩐지 처연하다. 치료는 했는데 쓸 곳이 없으면 또 어쩌나?

안경걸이용 뼈

땀이 뻘뻘 나는 날, 코 아래로 끝없이 흘러내리는 안경은 귀찮기 짝이 없는 물건이다. 안경을 쓴 사람들이여, 머지않아 콧마루를 높이 세우는 것이 가능할 것이므로 걱정하지 말 일이다. 새로운 유전자 젤이 약한 턱을 튼튼하게 하고 뼈의 구조를 강화하며 손가락 관절을 보강한다.

A/S 어쩜 이리 멍청하고도 징그러운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안경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겠다고 누가 코에 유전자 젤을 삽입해 뼈를 세우겠는가? 징그러워 몸이 다 송연하다. 의사들은 안경을 흘러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코에 뼈를 세우는 대신 눈을 좋게 하는 것으로 답을 찾았다. 라식, 라섹 수술은 이제 지극히 보편적인 수술이 됐다.

2001년 5월호

입는 컴퓨터

이동통신 기기를 보관하기 위한 특수한 주머니, 바느질해 고정한 마이크, 스포츠 중계를 볼 수 있는 선글라스, 무선 인터넷 단말기가 들어 있어 두께가 두 배가 된 허리띠 등 ‘미래 지향적인’ 복장 덕분에 꼴사나운 몰골이 될지도….

A/S 웨어러블 디바이스라 부르는 입는 컴퓨터에 대한 얘기는 예나 지금이나 끊이지 않는다. 한때는 정말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해외 토픽에 나오기도 했다. 왼팔에는 키보드를 붙이고 눈에는 모니터를 단 그야말로 컴퓨터를 입은 모습 말이다. 예전의 입는 컴퓨터의 목적은 언제 어디에나 컴퓨터를 달고 다니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열망은 스마트 기기로 대체됐다. 스마트폰, 스마트 워치, 구글 글라스 등이 그 기대를 충족한다. 지금의 스마트 기기들은 과거 달에 유인 우주선을 보낸 컴퓨터보다 더욱 좋은 성능을 가지고 있다.

PDA

오늘날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가 가진 모든 기능에 더해 컬러 비디오, CD 음질에 가까운 오디오, GPS 내비게이터, 거기다 전자 지불 수단으로 현금이 필요 없는 지갑 소프트웨어까지 들어 있다. 시간이 많은 사람을 위해서는 실시간 넷 게임 기능까지 제공한다.

A/S 이 예측은 정확히 맞았다. 이름만 PDA에서 스마트폰으로 변경됐을 뿐.

자동차 주행 통제 시스템

운전자가 마치 서라운드 사운드 중심에 앉아 있는 것처럼, 주변을 지나가는 모든 자동차의 주행 상황을 체크해서 음성으로 정보를 알려주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스스로 가속하거나 감속한다.

A/S 충돌 직전에 자동으로 멈추는 볼보의 ‘시티 세이프’ 기능, 자동으로 주차해주는 폭스바겐의 ‘파크 어시스트’ 기능 등은 이제 기본 옵션이 됐다. 이외에 다양한 센서로 차의 상태를 체크하는 것은 이미 보편적이다. 더 나아가 무인 자동차가 현실화된 단계이기도 하다.

2005년 12월

만능의 폴더

앞으로 휴대폰에 어떤 기능이 덧붙을지 궁금하다. 센서가 내장된 휴대폰 줄을 손목에 감아 혈압과 맥박을 측정하는 제품은 신체 상태를 늘 체크해야 할 필요가 있는 운동 마니아와 노인에게 좋겠지. 자동차 리모컨 겸 시동키 기능을 집어넣으면… <중략> 고도계, 나침반을 덧붙이면 아마추어 등반가에게 환영받지 않을까. 글로벌 세상에서 동시통역기 휴대폰이 나온다면 불티나게 팔릴지도…. 이제 휴대폰을 통신 단말기라고 부르는 것은 온당치 않아 보인다. 디지털 디바이스 플랫폼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싶다.

A/S 2005년 했던 예상. 아니 예상이라기보다 바람에 가까웠던 이 이야기는 모두 실현됐다. 스마트폰에는 건강을 체크하는 수많은 앱이 넘쳐난다. 조본, 핏비트와 같은 주변 기기는 신체를 모니터링하고 진단하고 있다. 나침반뿐 아니라 GPS가 기본 내장되어 있어 동서남북이 아닌 명확한 지표를 지도 위에 그려준다. 스마트폰이 바로 디지털 디바이스 플랫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