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quire Korea, 2014년 11월
글/최태형 사진/박남규
한 시간째 택시 승차 거부를 당하며 멍하니 서 있다가 생각했다. 누군가 가는 길에 좀 태워주면 좋겠다고. 태워주기만 한다면 택시 요금에 웃돈을 얹어줄 용의도 있는데….
이런 생각으로 태어난 게 바로 우버(uber)다. 우버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동하길 원하는 곳을 스마트폰에 입력하면 근처에 있는 차량 운전자가 자신의 차를 이용해 목적지까지 태워주는 서비스다. 콜택시 서비스 혹은 카풀 서비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차량 운전자 역시 우버 앱을 다운받아 회원 가입을 한 사용자다. 운송료는 가입 시 앱에 등록한 카드에서 자동으로 결제된다. 앱이 거리와 시간, 경로를 가지고 자동으로 운송료를 계산한다. 손님과 운전자가 현금을 주고받거나 가격을 흥정할 필요도 없다. 또한 기사에 대한 평가와 승객에 대한 평가를 확인할 수 있어 미리 내가 어떤 기사와 만나는지, 어떤 승객을 태울지 알 수 있다.
한국에선 우버 블랙으로 서비스를 시작해 우버 X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우버 블랙은 우버가 리무진 및 렌터카 업체와 계약해 고급 세단을 기사와 함께 배치시키는 일종의 리무진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우버 X는 일종의 카풀 서비스다. 2005년 이후 출고된 4도어 세단을 가진 개인이 간단한 기사 등록을 통해 승객을 배차받을 수 있다.
우버는 공유경제에서 시작됐다. 공유경제의 개념은 한 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사용하는 협업 소비를 말한다. 개인의 재화를 필요로 하는 다른 사람들과 공유함으로써 자원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 최근에는 경기 침체와 환경오염에 대한 대안의 사회운동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2011년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10가지 아이디어’로 공유경제 개념을 꼽기도 했다. 서울시의 생각도 공유경제와 맞닿아 있다. 서울시는 2012년 서울시를 공유도시로 선언하고 2013년 ‘서울특별시 공유 촉진 조례’를 제정했다. 여섯 가지로 정한 사회문제를 공유를 통해 해결하려는 게 목표다. 시민이 주축이 된 공유도시 구현을 위해 제도와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공유경제를 홍보하는 웹용 포스터의 문구는 이렇게 시작한다. “하루 종일 주차장에 세워 있던 자가용을 함께 쓰고, 내게 남는 자투리 시간을 기부하고….”
사회문제를 공유를 통해 해결하는 단체 및 기업을 공유단체 및 공유기업으로 지정해 사업비를 지원하고 있다. 공유기업 모집 요건은 이렇다. “공유사업을 통해 시민 알뜰 경제에 도움을 주고 교통, 주택, 환경, 일자리 등 사회문제를 해결해주는 사업 아이템이면 어떤 것이라도 가능.”
그러나 그 ‘어떤 것’에 우버는 포함되지 않는다. 2014년 7월 21일 서울시는 ‘우버’를 불법 콜택시 영업으로 규정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34조에 따라 자가용 승용차로 돈을 받고 사람을 태워주면 불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사고 시 보상이 여의치 않을 수 있다거나 차량 정비, 운전자 검증 논란 등도 이유다. 서울시가 공유도시를 선포하며 했던 얘기와는 앞뒤가 맞지 않는 공문이다. 그 어떤 것이라도 공유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면 지원하고 그를 위한 제도와 기반을 마련하겠다던 서울시다.
물론 200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우버가 시작됐을 때부터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런던, 파리, 베를린, 마드리드, 밀라노 등 유럽 주요 도시의 택시 기사들이 우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우버의 진원지인 미국에서는 이 때문에 택시의 거래 가격이 반값 이하로 뚝 떨어지는 현상도 있다. 기존 택시 업체가 우버로 타격을 입은 단적인 예다. 우버의 문제도 존재한다. 돈을 받고 영업을 하는 만큼 적절한 세금을 내야 하지만 택시 취득세, 면허세 등의 지방자치세를 내지 않는다. 게다가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기 때문에 100퍼센트 카드 결제인 우버는 한국에 전혀 세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여담이지만 네덜란드는 법인세율이 낮아 글로벌 기업들의 지주회사가 옮겨가는 곳이다). 운전자의 교육이라든지 차량 노후화 등에 대한 문제도 있을 수 있다(물론 우려가 일반 택시에 대한 반감을 넘어설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제도적 미흡을 가지고 우버의 목적 자체를 호도할 수는 없다.
우리는 이미 공유경제에 합의를 가지고 있다. 서울시가 공유도시를 선포한 것이 그 예다. 우버에 대한 견제는 그래서 공공의 이익에는 부합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 이롭지 않을 때 반대하는 님비(NIMBY) 현상으로 보이기도 한다.
미국에선 일종의 중재로 우버를 이용하는 기사에게 개인용달 보험을 들게 하고 공항에서는 손님을 태울 수 없는 조치를 취했다. 어느 정도 기존 택시 사업자에게 시간을 벌어준 조치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우버를 전면 금지한 건 아니다. 서울시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공유경제를 지원하는 제도를 만들겠다고 한 말 말이다. 현행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기술이 있다면 기술이 아닌 제도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업계를 완전히 재편성하고 시장 대부분을 점유하게 될 신제품이나 서비스를 와해성 혁신이라 말한다. 혁신이 시작되면 막을 수 없다. 휴대폰이 기존의 삐삐 시장을 잠식한다고 해서 휴대폰 사업자를 처벌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기술을 제한하는 것보다 더 현명한 게 뭔지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