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quire Korea, 2014년 3월
글/최태형

군대 말년에 생각했다. 아! 이거 군대인데도 말년은 이렇게 편하구나! 그래서 인생 말년은 얼마나 좋을까 싶어서 이말년이라고 필명을 만들었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너무 하기 싫었다. 하기 싫어하니 못하고, 못하니 더욱 하기 싫은 악순환이었다.

대학 때 내가 너무 디자인을 못하니 교수님이 졸업 안 시킨다고 휴학하라고 했다. 그런데 휴학하면 뭐 달라지나? 졸업해도 디자인할 생각 없으니 졸업만 시켜달라고 교수님께 말했다. 사실 졸업도 안 하려고 했는데 졸업장은 있어야 한다는 아버지 말씀 때문에….

학교 졸업하고 차라리 공장에 가려고 했다. 디자이너로 취업해도 박봉이다. 어차피 박봉인데 하기 싫은 디자인 하느니 공장에 취직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집 주변(안산)에 공단이 많다. 스트레스받느니 공장에서 일하면 머릿속이라도 편하겠지 싶었다. 그런데 장난으로 그린 그림을 보고 야후에서 연재 제안이 왔다.

처음 그린 게 〈불타는 버스〉다. 디씨인사이드에 올렸는데 사람들이 많이 봤다.

‘운발’이 어마어마하게 좋았다. 야후에서 네이버로 옮긴 것만도 그렇다.

보통은 네이버에 만화를 연재하려면 신작을 보내고 통과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나는 다른 방법으로 네이버에 연재하게 됐다. 원래 야후에 연재 중이었는데 네이버 만화 담당자와 야후 만화 담당자가 내 만화를 1회씩 번갈아 연재하기로 했다.

나 이외에 지금까지 이런 경우는 없었다. 네이버는 이미 야후에 연재 중인 내 만화를 원했고 야후는 네이버에 연재하게 되면 그 독자가 야후도 방문할 거라 생각한 거 같다.

네이버에서는 반응이 좋았는데 야후에는 아무도 방문하지 않았다. 내가 야후에도 연재 중이라는 사실조차 몰랐다.

네이버는 할리우드다. 꿈과 희망. 네이버는 다른 웹사이트와는 차원이 다르다.

지금 기준이라면 난 데뷔하지도 못했을 것 같다. 운이 좋았다. 이제 웹툰 시장이 포화 상태라고 생각한다. 난 포화 상태 전에 웹툰 시장에 들어갔다. 내가 처음 웹툰을 연재했을 땐 사실 허들이 낮았다. 힘들어지기 전에 시장에 진입해서 궁둥이 깔고 뭉개고 있다.

나에게 웹툰은 ‘꿀’이나 다름없다.

네이버는 만화를 좋게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면 네이버는 슈퍼 갑이다. 만화가가 못 들어가 아쉬워하는 곳이다. 연재하고 싶다는 사람 줄 서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고료 외에 내 만화에 붙은 배너 수익까지 챙겨준다.

내가 만약 운영자였다면 고료를 주고 계약한 상태에서 광고 수익까지 떼어주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데 그걸 나눠준다더라. 뭐 준다는데 받지 어쩌겠나.

돈 많이 번다. 두 군데 웹사이트에 연재하고 배너 수익까지 합치면 천만원 가까이 된다. 외부 원고 청탁이나 광고 만화 수익까지 입금이 몰리는 달은 정말 많이 벌 때도 있다. 완전히 꿀 빨고 있다.

네이버 고료에 협상은 없다고 보면 된다. 통보식이다. 그래도 ‘꿀’이다.

나같이 대충 그리는 사람 때문에 힘줘서 그리는 사람들, 그러니까 정성을 다해 그리는 사람이 손해를 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뭐 어떻게 하나 잘 그리고 싶어도 이렇게밖에 못 그리는걸. 미안한 건 미안한 거고 나도 먹고살아야 하니까 뭐 어쩔 수 있나.

사람들의 독자 의견 댓글 많이 본다. 일부러 검색해서 나에 대한 글을 찾아보기도 할 정도다. 거의 다 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내가 그려도 너보다 낫겠다” “한 시간이면 그리고도 남겠다” 하는 독자들의 소중한 의견 잘 보고 있다.

“발로 그려도 이것보다는 낫겠다” 하는 의견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 그런 그림으로도 돈을 벌고 있으니까.

한 회 그릴 때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한 시간이면 그릴 수 있을 것 같아 보이지만 하루는 꼬박 걸린다.

딱히 달리 하고 싶은 건 없다. 아까도 말했지만 지금이 내겐 꿀 같은 시기다. 빨 수 있을 때 빨아야 한다.

난 연재 외에 광고나 다른 작업도 많이 할 수 있다. 내 그림이 워낙 손이 많이 가지 않다 보니 금방 해놓고 다른 거 하면 된다.

어려서부터 곱게 자랐다. 성적도 나름 좋은 편이었다. 그림을 전혀 못 그렸는데 점수만 가지고 미대에 들어간 걸 보면….

스스로 똑똑하다는 생각이 들진 않지만 이 정도 삶이면 난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

아무래도 조상님 묫자리를 잘 써서 잘된 것 같다. 타고난 운이다. 그래서 성묘도 빠지지 않고 간다. 조상신만 한 게 없다. 난 받은 게 있으니 조상님께 잘해야 한다.

요즘 웹툰 작가가 영화 시나리오도 쓰고 연출도 하는데 난 그럴 능력은 없다. 사람은 주제를 알아야 한다.

서울에 가는 게 귀찮아 처음에는 인터뷰도 하지 않으려고 했다.

[박스] 진중권, 교수 겸 언론인

진중권은 언변이 뛰어난 논객이며 토론 프로그램의 스타다.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속이 시원해지는 동시에 빡빡함에 숨이 막힌다. 그의 논리적이면서도 거침없는 언변은 듣는 사람을 명확히 지지층과 안티층으로 양분한다. 단 한 번 토론에서 자신감을 잃었던 적이 있는데 그때 한 말은 아직도 명언으로 남아 있다. “말을 해도 못 알아들으니 솔직히 이길 자신이 없다.”

[박스] 나영석, PD

국민 예능을 이끄는 국민 PD다. KBS의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로 공중파 예능을 평정하고 케이블로 옮겼다. 안될 거라던 주변의 우려는 〈꽃보다 할배〉로 종식됐다. 최근에는 촬영 중인 이순재를 여행에 데려가기 위해 시트콤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극 중 이순재를 유치장에 구류하는 경찰 역이었다. 여행 기간과 딱 맞아떨어지는 10일간의 구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