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quire Korea, 2015년 (추정)
좌면: PHOTOGRAPH BY PARK JIHYUK / 글/최태형 — 우면: PHOTOGRAPH BY HONG JANGHYUN / 글/신기주
하정우
하정우는 오랜만에 등장한 ‘불친절한’ 배우다. 그는 첫 발걸음부터 대중이 그를 쉽고 편하게 받아들이게 하지 않았다. 자신의 매력을 손쉽게 어필할 수 있는 기회를 교묘히 혹은 완전히 피해 갔다. 아버지 김용건의 이름을 숨기고 하정우라는 이름을 단 것부터 시작이었다. 해외 영화제에서 먼저 주목한 〈용서받지 못한 자〉, 김기덕 감독과 함께 작업한 〈시간〉과 〈숨〉을 통해 배우로 자리 잡았으면서도 정작 그는 익숙지 않았다. 드라마 〈히트〉를 통해 조금 다가왔나 싶더니 〈추격자〉를 통해 결국 매우 불편한 모습으로 모든 대중을 멈춰 세웠다. 어느덧 하정우는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배우가 됐다. 때론 친근하고 때론 거리감이 느껴지는 인물로 그는 분한다. 그러나 확실한 건 그가 출연한다는 것만으로 영화 자체의 관심도가 높아진다는 거다. 그러나 여전히 그를 어떤 배우라 정의하긴 어렵다. 7년 전 그가 한 말을 떠올리면 그의 의도가 적중한 셈이다. “사람들은 제가 나타났을 때 저를 손쉽게 정의하고 싶어 했어요. 지금도 한 줄 제목으로 저를 말하고 싶어해요. 그러나 전 어떤 한 이미지로 기억되고 싶진 않아요. 고정된 이미지가 있으면 수월하게 활동할 수 있다고도 하지만 전 이미지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저 배역에 쓱 묻어 들었다가 쓱 나오면 족해요. 그래야 매번 그 인물이 될 수 있죠.” 그의 말처럼 하정우는 하정우보다 그가 연기하는 인물을 궁금하게 하는 배우가 됐다. 덕분에 우리는 하정우를 통해 무수히 많은 인물을 만날 수 있다. 매번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하며 말이다.
글/최태형
—– (우면, 글/신기주) —–
박찬욱
박찬욱 감독이 〈아가씨〉를 모시고 돌아온다. 〈아가씨〉는 2015년 6월 15일 일본 나고야에서 첫 촬영을 시작했다. 2016년 상반기에 개봉할 예정이다. 2009년 〈박쥐〉를 기준으로 하면 무려 8년 만의 귀향이다. 2013년 할리우드에서 촬영한 〈스토커〉부터 따져도 4년 만이다. 박찬욱 감독은 2000년대 한국 영화 르네상스의 주역이다. 2000년 연출한 〈공동경비구역 JSA〉는 그의 출세작이자 한국 영화계에서 작가주의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상업적 재미와 작가적 야심을 모두 성취하는 데 성공했다. 박찬욱 감독은 2002년 〈복수는 나의 것〉과 2003년 〈올드보이〉와 2005년 〈친절한 금자씨〉까지, 이른바 ‘복수 3부작’을 완결하면서 세계적인 거장 감독의 반열에 오른다. 〈올드보이〉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다. 그의 전성기이자 한국 영화계의 전성기였다. 복수를 끝낸 박 감독을 사로잡은 건 소녀들이었다. 2006년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부터 소녀들의 성장 드라마에 몰입하기 시작한다. 복수심은 인간을 움직이는 가장 강렬한 감정이다. 복수심만큼이나 인간을 뒤흔들 수 있는 소재가 또 있다면 그건 에로티시즘이다. 소녀가 여자가 되는 과정은 순결하면서도 관능적이다.
박찬욱 감독은 2010년대로 접어들면서 활동 무대를 할리우드로 옮겼다. 그곳에서도 에로티시즘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결국 2013년 유명 배우 니콜 키드먼과 무명 배우 미아 와시코브스카와 함께 〈스토커〉를 연출한다. 〈스토커〉는 어린 소녀가 자기 안의 관능적 살인 욕망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다. 소녀가 첫 살인을 저지르고 샤워실에서 자위하는 장면은 〈스토커〉의 백미다. 그리고 박찬욱 감독이 8년 만에 한국어로 찍는 장편 영화가 〈아가씨〉다. 잘 알려진 대로 〈아가씨〉의 원작은 세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다. 원작의 배경은 빅토리아 시대 영국인데 박 감독의 영화에서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으로 바뀌었다. 서로를 속여야 하는 상속녀 아가씨와 하녀의 관능적 사랑이라는 줄거리는 그대로다. 하녀가 아가씨의 머리를 빗겨주고 옷을 입혀줄 때의 관능적인 접촉이 두 소녀를 성에 눈뜨게 만든다. 상속녀 아가씨는 김민희가 연기한다.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하녀는 신예 김태리가 연기한다. 〈아가씨〉는 ‘소녀 3부작’의 완결판이자 2010년대 박찬욱 감독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작품이다. 박찬욱은 한국 영화의 한 시대를 연 감독이다. 이제 〈아가씨〉와 함께 다음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글/신기주